온 이야기

[부고] 포근함을 사랑하던 양순이가 별이 되었습니다.



최근 식욕 부진 증세로 병원을 찾은 양순이는 기존에 앓던 췌장염에 더해 급성 신부전 진단을 받았습니다. 입원 치료를 이어갔으나, 끝내 활동가들의 작별 인사를 받으며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퇴원 후 돌아올 양순이를 기다리며 정성껏 정리해둔 방은 전부 그대로인데 숨숨집 속에 양순이가 없으니 너무나 허전해 보입니다.

교통사고로 인해 뒷다리를 끌고 다니던 양순이는 포근함을 사랑했습니다. 가장 폭신한 이불과 숨숨집은 늘 양순이의 차지였고, 그 안에 쏙 들어가 있는 양순이는 사랑스러웠습니다. 날이 쌀쌀해지면 숨숨집 속 양순이의 모습을 기대하곤 했는데, 이제 더는 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양순이의 회복을 응원해 주신 대부모님, 그리고 활동가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해 주신 의료진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포근한 숨숨집 속을, 그리고 따스한 햇볕이 비추는 캣티오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양순이. 사랑하는 양순이가 아늑함만 가득한 곳에서 평온하기를 바라며 활동가들의 편지를 전합니다.

여느때처럼 출근한 날 아침 평소보다 기력이 떨어져보이는 네가 급히 병원에 가고 하루종일 마음이 뒤숭숭했어. 별 일 아닐거고 아니여야한다는 생각만 가득 안고 기다렸는데 생각보다 상태가 좋지 않다는 연락을 받고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더라. 그래도 나비온에서 가장 씩씩한 널 잘 아니까, 병원에서 잘 치료받고 다시 건강히 올거라는 걸 절대 의심하지 않았으니까 네 방을 구석구석 청소하고 퇴원하면 깔아줄 시원한 이부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하면서 퇴원하기를 우리 모두 손꼽아 기다렸어. 컨디션이 조금 올라왔다는 소식에 정말 두 손 모아 감사하다고 역시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병원에 도착해서 이제야 보러와서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수가 없던 내가 너무 무력하고 속상해서 널 똑바로 볼 수가 없었어.

항상 ‘괜찮아’ 라는 말을 가득 담고있는 것 같은 예쁜 네 눈이 너무 귀하고 소중하면서도 가끔은 속상해서 오래오래 곁에서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들을 빠짐없이 챙겨야지, 사랑하고 귀한 존재라는 걸 손길과 눈길에, 보살핌에 항상 가득 담아야지 다짐하는 날이 잦았는데.. 내가 만약에 알아채지 못해서 네가 원하던 걸 너무 많이 못준거면 어쩌지? 후회도 걱정도 너무 많이되서 네가 눈을 더이상 맞추지 못하던 그 순간이 난 너무 오래 아플 것 같아. 아직 내가 너한테 줘야할 사랑이 너무 많이 남아있는데 이렇게 급하게 가버리면 어떡하나 싶어 아직은 안된다고 조금만 더 있어달라고 이기적이게 말할 수 밖에 없었어.

캣티오에 나갈거라며 예쁜 소리와 눈빛으로 말하던 네가, 조용히 다정하게 주변을 바라보고 손길에 가만히 기대던 네가 난 아직도 이렇게 생생한데 어떻게 마지막 인사를 건넬수가 있을까. 널 보내고 온 지금도 난 아직 믿어지지가 않아. 그냥 조금 더 너랑 있을걸 그랬어. 조금 더 예쁘다고 해주고 조금 더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줄걸 바빠서 종종걸음 치다가 마주한 너한테 조금 더 오래 쓰다듬을 건넬걸 그랬어. 뭐가 이렇게 충분하지 못하게 준 것들이 많은가 싶어. 

양순아, 사랑해. 네가 건네던 다정함들이 너무 그리워서 난 한동안 너무 슬플 것 같아. 조금 느려도 항상 씩씩하게 누구보다 여기저기 잘 다니던 너지만 불편한 다리땜에 엉덩이에 종종 상처가 나던 게, 숨숨집에 두 다리가 걸려서 어정쩡하게 들어가 있던 게 난 내내 속상했어. 그곳에선 아프지말고 두 다리 튼튼한 고양이로 지내야 해. 보고싶을거야. 항상, 마지막까지도 기다려줘서 미안하고 고마워. 다시 만나는 날엔 절대 기다리게 하지 않을게. 잘 가.

사랑하는 양순이에게

양순아, 사랑하는 게 확실한 너는 정말로 귀엽고 사랑스러웠어. 열 번 보러 가면 일곱 번 정도는 숨숨집 속, 나머지는 캣티오에 나가 있었잖아. 작년 겨울에 쓰던 숨숨집이 특히 귀엽고 포근해 보여서 올해도 그 숨숨집 속에서 행복해하는 양순이 모습을 기대했는데 이젠 볼 수 없다는 게 슬프다.

몸이 자유롭지 않은 너라서, 숨숨집에 있을 때 아는 체를 하면 힘들게 나왔다가 또 들어가야 하니 눈으로만 예뻐한 날이 많았어. 왜 너가 힘들고 귀찮을 거라 생각했을까? 사랑받는 순간에 넌 한 번도 그런 내색을 보인 적이 없었는데..

그래도 눈치 빠른 양순이는 내가 방 앞에서 혼자 몰래 귀여워하는 그 순간을 용케 캐치했었지. 얼른 방에 들어오라고 부르던 예쁜 목소리도, 못 이기는 척 들어가서 만져주면 행복해하면서 감기던 초록빛 눈도, 따뜻하고 포근한 곳을 좋아하던 취향도, 그래서 늘 햇볕에 말린 이불 냄새가 나던 것도, 복도에 있을 때는 저 멀리서 최선을 다해 앞다리로 열심히 달려오던 모습도, 가끔 숨숨집 밖으로 빼꼼 나오던 뒷다리까지 넌 발끝까지 소중하고 사랑스러웠어.

양순아, 이제는 자유로운 다리로 신나게 뛰어다니고 어디든 날아다녀. 모두의 품으로 뛰어가 맘껏 예쁨 받고 사랑 받아. 우리는 여기서 계속 양순이 사랑하고 있을게.

양순이에게 

양순아 무지개 너머 잘 도착했니? 양순이는 항상 우리 곁에 오래오래 같이 있어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아프고, 이렇게 갑자기 훌쩍 떠나버렸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질 않아. 

몇 년 전 양순이의 첫인상은 강인한 모습이었지만, 함께 지내면서 본 양순이는 폭신한 곳에 누워 뒹굴거리길 좋아하고, 쓰다듬으면 눈 맞추며 애교 부리고, 잡기 놀이도 즐기는 알수록 순둥한 애기 양순이였어. 양순이를 돌보며 서로 호흡이 맞아가고, 사소하지만 네가 원하는 것들을 눈치채고 챙겨줄 수 있어서, 양순이는 나에겐 뿌듯함을 주는 그런 존재였어. 이런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싶었는데, 온전히 슬퍼할 새 없이 같은 모습으로 바삐 하루를 또 보내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 미안하고 속상하네. 

양순이 네가 떠난 날은 너의 통통한 궁둥이를 닮은 뭉게구름이 유난히 많았던 비가 갠 화창한 날이었어. 이젠 절대 뒷다리 끌고 다니지 말고 폭신한 뭉게구름 위로 폴짝폴짝 네 다리로 뛰고 뒹굴며 그날의 날씨처럼 자유롭고 쾌적한 모습이기를 진심으로 바라. 평생 고생 참 많았다.. 사랑해 양순아

우리 꾀꼴 목소리 양순이

생각해보면 양순이와 함께한 5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아

그동안 양순이와 함께 웃고 울고 많은 일들이 함께 스쳐지나가

양순아 너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 다정함을 더해 웃음을 많이 준 아이었지.

그때문이었을까. 양순이의 마지막을 제대로 못보겠더라 너를 보내주면 정말 너를 놓아줘야 하는 것 같아서, 내가 한없이 무너질 것 같아서 인사를 잘 못했어 미안해 양순아..내가 지금보다 마음이 더 단단해졌을 때 그때 양순이에게 인사하러 꼭 갈게 

고양이라는 존재를 사랑하게 만들어줘서, 양순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줘서, 나와 인연이 되어줘서 정말 고마웠어 사랑해 양순아





댓글

이다솜 2025.08.19

조용히 다가가보면, 폭신한 담요 위나 보드라운 숨숨집 안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양순이.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곤히 자다가도, 사람의 기척을 느끼면 비척비척 다가와 끝내 예쁨을 받으려 하던 양순이. 총명하게 빛나던 초록빛 눈과 고운 목소리로 애정을 꼭꼭 표현해주던 아주 사랑스러운 고양이. 폭신함과 따뜻함, 그리고 사랑을 아는 너였기에 더욱 따뜻한 지붕과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갑작스레 이별하게 된 것이 너무나 슬프다. 그래도 양순아, 네가 센터에서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지냈고, 활동가들과 봉사자님들께 사랑을 듬뿍 받았다는 걸 알기에. 그래서인지 귀에 꽃을 꽂은 마지막 모습마저 눈부시게 어여쁘다. 다만 이제 그 맑은 두 눈을 더는 마주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저 아플 뿐이야. 온캣의 고양이들이 하나둘 떠날 때마다, 이별 끝에 또 다른 만남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곳에서는 네 다리 모두 튼튼해져서, 양순이가 좋아하던 폭신한 구름 방석 위에서 우리 마음껏 뛰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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