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줄도 잘리지 못한 새끼 강아지 사체가 바닥을 나뒹굴고, 배 밖으로 장기가 튀어나온 사체는 언제 죽음을 맞이했는지 모를 정도로 부패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뜬장에 갇혀 사체 옆을 벗어날 수 없는 개는 겁에 질린 듯 맹렬히 짖어댔으나, 성대 수술로 인한 쇳소리만이 울려 퍼졌고 오랜 뜬장 생활 때문인지 발은 상처투성이였습니다.(구조사연 더보기)
세상의 모퉁이에 존재하는 삶
지난 4일 동물자유연대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한 불법 번식장에서 번식에 이용되던 중대형견 26마리를 구조했습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사이에는 뜬장이 끝없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번식장의 개들이 갇혀있던 뜬장 안 구석 한 켠에는 배설물이 쌓여 흙처럼 굳어있었습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단단한 땅은 겨우 제 몸집만 한 나무 판자와 배설물이 굳은 구석자리뿐이었습니다.
▲ 이빨로 뜯은 듯한 나무판자 ▲
또한 번식장에는 고통뿐인 삶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동물들의 처절한 몸부림의 흔적이 가득했습니다. 뜬장 안팎에 있던 나무판자가 얼기설기 뜯겨있거나 망가진 철망은 다른 철망으로 덧대어 붙여져 있었습니다. 번식장의 동물들은 뜬장의 철망과 나무판자를 물어뜯기도 하고 안에서 빙글빙글 돌기도 하며 절망의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 시간 안에 있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굳게 닫힌 뜬장에서, 세상의 모퉁이에서 펫샵의 강아지를 위해 갇혀있는 동물들이 존재합니다. 이 절망은 동물을 사고파는 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506', '535', '시바 블랙탄', '보더콜리', '리트리버'..
고양시 불법 번식장의 개들은 대부분 품종이 있는 대형견이었습니다. 제 몸집만 한 뜬장에 갇혀있는 개들은 그저 출산을 위한 ‘번식 도구’였습니다. 이들은 뜬장마다 붙어있던 나무 판자에 “506”, “524”, “시바 블랙탄”, “보더콜리”, "리트리버" 등의 번호나 품종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이름 없이 '번식 도구'로만 여겨지던 동물들은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을 만큼 털이 엉키거나 뜬장 생활로 인해 발바닥은 상처투성이였습니다. 하지만 다쳐도 치료받지 못한 채 방치되었습니다. 더욱 참혹했던 것은 언제 죽었는지도 모를 개의 사체를 곁에 두고 살아가야 했던 것입니다.
가깝고도 먼 뜬장 밖의 세상
뜬장의 바깥, 곳곳에는 이름 모를 꽃과 풀이 무성하게 나 있었습니다. 발을 조금만 뻗어도 닿는 거리에 푸르고 단단한 땅이 있었지만, 번식장의 개들은 그 땅을 밟을 수 없었습니다. 고양시 불법 번식장에서 26마리의 개는 뜬장 밖을 나와 생애 처음 단단한 땅을 밟았습니다. 하지만 법적인 한계로 인해 여전히 불법 번식장의 뜬장에 남아있는 개들이 있습니다. (고양시 불법 번식장 구조 그 후, 남겨진 이야기 보러가기) 생명을 돈 주고 사는 것은 또 다른 생명의 삶을 빼앗는 일입니다. 강제 번식과 매매의 굴레 속에 고통받는 동물들을 위해 여러분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세요.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
가족이 되어주세요
고양시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26마리 동물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번호와 품종으로만 기록되며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사랑이 담긴 이름을 지어주세요. 구조된 동물들이 뜬장 안의 삶을 이 세상 마지막 기억으로 가져가지 않도록 따뜻한 세상을 안겨주실 가족을 기다립니다. 가족이 되어주세요!
윤미란 2020-06-06 15:03 | 삭제
고양 번식장 구조견 보고 싶은데요
어디로 가야 볼 수 있을까요?
소형견들만 길러와서 임시보호부터 시작하고 싶어서요
반려동물복지센터 2020-06-08 10:05 | 삭제
안녕하세요, 윤미란님. 고양시 불법 번식장 구조견의 임시보호를 희망하시는 경우 하단의 링크에서 '입양, 임시보호 신청' 버튼을 누르신 후 입양신청서를 등록해주세요. 추후 담당자가 확인 후 전화나 메일로 연락을 드립니다. 1차 온라인 신청서에서 통과되신 분에 한해 2차로 온 센터에 방문하여 입양 및 임시보호를 희망하는 동물과 만나는 시간과 입양 상담을 진행하게 됩니다. 고양시 불법 번식장 구조견에게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입양 및 임시보호 신청 페이지: https://www.animals.or.kr/center/adopt/52001
황윤희 2020-06-09 12:45 | 삭제
임시보호신청했는데 신청이 됐는지 알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