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l Home Essay>
’30만원짜리’ 개, 병원비 아까워 안락사 한다고요?
글. 윤 정임 국장
자기 몸만한 깁스를 한 채 버려진 어린 포메라이안 강아지
지난 달, 앞다리에 깁스를 한 채 공원에 버려진 아기 강아지가 동물자유연대 식구가 되었다. 강아지는 포메라이안 종으로 4개월령으로 추정되는 암컷 강아지였다. 제보자가 강아지를 발견한 곳은 서울 광진구에 있는 아파트 단지 내 공원이었다.
아직 어리고 동물병원에서 처치한 깁스를 보면 분명 보호자가 있었을 것이다. 골절이 되어 깁스를 하면 움직임을 제한해야 한다. 처음 깁스를 했던 동물병원에서 주의사항을 알려줬을 것이다. 산책을 데리고 나와서 개를 잃어버렸거나 자기 몸 만한 깁스를 한 채 집을 나왔다는 것을 추측하기 어렵다. 정황상 버려졌다는 얘기다.
주차장에서 차에 깔리는 사고를 당한 뒤 방치됐던 ‘복돌이’를 주인에게 1만5천원을 주고 사서 동물병원으로 옮겼다. 그대로 두면 죽을 수도 있는데 의도한 사고가 아니라면 동물보호법을 비껴가는 흔한 사례다. 자기 소유의 동물을 치료하는 것은 주인 마음이다.
2011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동물자유연대에서 보호하던 개가 아파서 동물병원에 갔을 때였다. 아주머니 두 분이 작은 몰티즈를 안고 있었다. 근심이 가득해 보여 개가 많이 아프냐 물어 보았다. 들은 얘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30만원 주고 사온 개인데 남편의 반대로 옆집에 10만원을 받고 보냈다. 며칠 전 옆집 꼬마들이 데리고 놀다가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데리고 왔었고, 일단 깁스만 하고 돌아갔다. 다시 병원에 왔더니 골절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수술비가 100만원이다. 개 값이 30만원인데 배 보다 배꼽이 더 크다. 안락사를 얘기 중이라고 했다. 나에게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던 아머니는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병원에 데려왔고 깁스라는 처치를 받게 했으니 기본적인 도리는 했다는 것에 자기 위안을 하는 듯 했다.
치료비가 많이 든다고 애견미용샵에 버려진 푸들 영이
동물자유연대 보호소에서 지내는 푸들 ‘쪼꼬’도 골절 수술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양육을 포기한 가정에서 데려왔다. 자녀들이 개를 키우기를 원하여 데려왔는데 식탁 위에서 떨어져 골절이 되었다고 했다. “사료 정도야 사 먹일 수 있는데 다리가 부러질 줄은 몰랐네요. 개를 보낼 곳을 못 찾겠는데 혹시 거기서 받아 주나요?”
한국에서는 여전히 작고 앙증맞은 개가 인기다. 실내 생활에 적합하도록 몸집이 작게 태어난 동물들은 특히 뼈가 가늘고 약하다. 작은 충격에도 쉽게 골절될 수 있고 수술 하지 않을 경우 어긋난 뼈가 신경과 근육을 자극해 염증이 생기고 괴사될 수 있다. 괴사가 되면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 평생 장애가 남는 것이다.
골절이 아니더라도 미끄러운 실내 바닥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동물들은 무릎뼈가 안이나 바깥으로 빠지는 슬개골 탈구가 흔하다. 버려진, 나이 많은 동물들의 대부분이 수술비가 많이 드는 슬개골 탈구와 지속적으로 비용이 들어가는 안구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치료비에 대한 부담이 유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안구질환으로 버려진 복순이의 치료 전, 후
동물자유연대에는 키우던 동물을 포기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꾸준히 온다. 이 중 치료비에 대한 부담으로 양육을 포기하려고 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 대부분 동물을 키울 때 생각하는 비용에 대한 기준은 동물 구입비와 사료비다. 높은 병원비가 들 줄 몰랐다고 당황스럽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한다.
사람들은 외롭고, 반려동물은 외로움을 덜어주는 소모품이 된 지 오래다. 사람들이 자신의 외로움을 해소하고 난 다음 동물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어쩔 수 없이’로 합리화 하면 그만인걸까. 동물병원비는 비싸다. 부담을 덜어 줄 반려동물보험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나는 로봇개의 대중화에 찬성한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존재가 진짜의 존엄성을 훼손한다 하더라도 지금 진짜의 위치는 클릭 한번으로 손쉽게 살 수 있는 평균가 20만원의 물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