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우리 개 좀 구해주세요”..구치소에서 온 편지

온 이야기

“우리 개 좀 구해주세요”..구치소에서 온 편지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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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0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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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l Home Essay>

“우리 개 좀 구해주세요”..구치소에서 온 편지

글. 윤정임 국장

 


보호자가 구치소에 수감된 후 동물자유연대에 입소한 몰티즈 청단이. 이감된 후 아주머니와는 연락이 끊겼다.

2015년 8월 동물자유연대에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편지는 성동구치소에서 온 것이었다. 내용은 갑작스럽게 구치소에 수감된 아주머니가 집에 남겨진 3마리 개들을 구치소에서 나갈 때까지 보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편지에 그려진 약도를 보고 집을 찾아가 현관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세 마리의 개가 있다면 작은 짖음이나 기척이라도 들려야 하는데 집안에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였고 이 편지가 장난 편지가 아니라면 아주머니가 수감되고 벌써 2주가 지나 개들의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사실 확인을 위해 구치소에 찾아가 아주머니를 만났다.

아주머니의 집은 좁은 주택가 안쪽에 위치해 있어 폭염에 취약하다고 했다. 수감되던 당시 개들이 짖어 민원이 들어 올까봐 창문을 모두 닫았다고 했다. 화장실 문을 열어 놓았고 대야 가득 물이 담겨 있어 그 물을 먹고 버텼다면 살아있을 수 있으니 제발 도와달라며 통곡했다.

문을 강제로 열어도 된다는 허락을 녹음하고 급히 아주머니의 집으로 달려갔다. 문을 열자 집 안은 열기로 가득했고 싱크대 앞에 대·소변이 범벅된 몰티즈 한 마리가 축 늘어져 있었다. 두 마리는 낯선 사람들을 보고 놀라 욕실 안으로 도망갔다. 싱크대 앞에 쓰러져 가늘게 숨이 붙어 있는 몰티즈를 제일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응급 처치를 했다. 저혈당 쇼크가 온 상태였다. 목숨이 위태로워 바로 동물 응급센터가 있는 큰 병원으로 옮겨 간신히 살릴 수 있었다.

아주머니는 구치소에 여러 차례 개들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개는 개인 소유물로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나 기관이 구조와 치료를 결정할 수 없고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도 법에 저촉되는 일이라며 계속 묵살했다고 한다. 마지막 희망으로 동물자유연대에 편지를 보냈다고 했다.

 


폭염 속에서 2주나 빈집에 방치되었던 곰순이는 당시 쇼크로 뇌신경이 손상되어 사지마비가 되었다. 구조 6개월 후 사망했다.

최근에도 보호자의 장기 입원으로 빈집에 방치되고 있다는 동물 제보가 있었다. 지인이 간간히 들러 밥만 줄 뿐, 사람 없는 빈집에 동물들이 장기간 방치되고 있었다. 보호자는 사업 실패로 파산했고 곧 집이 넘어가면 마땅히 지낼 곳도 없는 상황이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이들이 사망, 사고, 질병, 파산, 수감 등으로 더 이상 동물을 돌보지 못한다면 남겨진 반려동물은 영문도 모른 채 빈 집에 갇혀 죽거나 거리로 내몰린다.

영국은 보호자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양육이 불가능해질 경우 동물보호소에서 동물을 받아준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동물보호소에서 동물을 입양하는 문화가 대중적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동물을 구입할 수 없고 펫숍도 없다. 동물을 키우려면 동물복지 기준을 지키는 전문 브리더에게 의뢰해야 하고, 이럴 경우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가. 전국적으로 동물번식장이 성행하고 펫숍과 인터넷에선 어린 동물들이 무분별하게 팔려 나간다. 버려지는 동물은 넘쳐나고 입양 문화는 정착하지 않았다. 동물 학대는 갈수록 빈번해져 구조할 동물들이 늘어간다. 동물보호자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도 받아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호자가 병원에 입원한 후 돌봐주는 이 없는 빈 집에 방치된 비글(왼쪽). 구조 후 안정을 찾았다.

동물 번식과 판매를 강하게 규제해 적정 수를 유지해야 한다. 함부로 팔고 사는 행태를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동물복지 선진국이 그러하다. 번식·판매업을 규제하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형국으로 우리의 세금은 무법천지 동물 학대의 온상인 번식·판매업을 유지시키고 책임감 없이 동물을 사고 버리는 사람들의 뒤치닥거리에 반복적으로 들어가게 된다.

또한 혼자 사는 반려인의 경우 본인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키우는 동물을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영문도 모른 채 남겨진 동물이 감당해야 하는 몫은 너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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