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경북 지역에서 록시를 만났습니다. 짧은 줄에 묶인 채 검게 그을린 개집 안에 웅크려 있던 개가 바로 록시였습니다. 당시 록시는 전신에 화상을 입은 상태로 눈에서는 진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할 만큼 고통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놀랍게도 록시는 활동가들의 발걸음 소리만 들려도 작은 몸을 간신히 일으키며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습니다. 아픈 몸으로도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주러 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

병원에서의 화상 치료 과정은 록시에게 또 다른 시련이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상처 소독과 치료, 붕대 교체는 분명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록시는 수의사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몸을 떨면서도 꼬리 끝을 살짝살짝 흔들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화상 치료를 이겨낸 록시는 온센터에 입주했습니다. 처음 보호소에 도착했을 때, 록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 들려도 귀를 쫑긋 세우며 견사 문 쪽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찾아와 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록시는 밝고 맑은 눈으로 사람을 바라보며, 인기척만 들려도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합니다. 꼬리의 움직임이 얼마나 활발한지, 때로는 온몸이 함께 흔들릴 정도입니다. 견사 안에서도 누군가 지나가기만 하면 앞발을 들고 일어서며 꼬리를 힘차게 흔들어 인사를 건넵니다.


특히 록시는 얼굴을 쓰다듬어주면 록시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사람의 손바닥에 자신의 얼굴을 포근히 기댑니다. 그 순간 록시의 표정은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워 보입니다. 마치 매일 이것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손길을 느끼며 몸을 맡깁니다.

가장 마음 아픈 것은 록시가 견사 문 앞에서 누군가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다른 개들이 산책을 나가거나 방문객들과 만날 때, 록시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문 앞에 앉아 있습니다. 때로는 몇 시간씩 그 자리를 지키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간절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록시는 이제 완전히 회복되어 새로운 가족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소중한 만남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록시가 보호소에서 따뜻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여러분의 든든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