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 구조 당시 ▲
2018년경, 동물자유연대는 보호자의 사업 실패와 건강 악화로 방치된 동물들에 대한 제보를 받았습니다. 보호자는 병원에 입원해있고, 사업 실패 후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지인들이 간간이 들러 밥만 줄 뿐, 동물들은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 구조 현장 ▲
구조 당시 집 안에 사람이 살던 흔적은 없었습니다. 큰 살림살이들은 빼낸 듯 휑했고, 자잘한 물건들과 분변이 잔뜩 널부러져 있었습니다. 집 안의 물건이 없어지고 난장판이 된 자리보다도 가족이 없어진 자리에 대한 절망이 컸을 동물들. 방치된 동물들은 자잘한 물건과 함께 쓸모없는 짐짝처럼 빈집에 남겨졌습니다.
우리는 사람이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의 슬픔과 상실감을 ‘펫로스 증후군’으로 공감하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동물들의 이야기는 쉽게 들려지지 않습니다. 우리와 같은 언어로 말하지 못 한다는 이유만으로요. 하지만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말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내가 여기에 있다고. 당신은 어디에 있냐고. 허공에 울부짖기도 하고 베란다 창 밖을 바라보기도 하며 가족을 기다렸을 것입니다. 방치된 동물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그 누구에게도 들려지지 않는 빈 집에서 이유도 모른 채 가족을 잃은 상실감을 겪어야 했습니다.
▲ 미나 온 센터 생활 모습 ▲
미나는 온 센터에서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울타리나 문에 매달리며 울부짖습니다. 지나치지 말고 여기로 와달라는 듯이요. 그리고 미나는 견사의 울타리를 타고 오르다가 다리를 다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미나의 기억의 밑바닥에는 사람 없는 빈집에 남겨져야 했던 시간이 여전히 남아있을지도 모릅니다. 견사에 혼자 남겨지는 시간을 힘들어하고 늘 사랑을 갈구하는 미나에게는 가족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미나는 참 똑똑합니다. 다리가 다쳤을 당시 견사에서 또 다시 울타리에 매달리다가 다칠 우려가 있어 잠시 사무실에서 지냈던 때가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과자나 간식 봉지를 찾으면 그걸 입에 물고 활동가에게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간식 봉지를 뜯을 때까지 반짝이는 눈빛으로 얌전히 기다립니다. 사무실에서 활동가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지 가끔은 좁은 사무실을 실컷 뛰어다니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비글을 사고뭉치라고 합니다. 하지만 알고계시나요? 사람이 아무리 해를 가하고 고통을 주어도 비글은 그 언제고 다시 사람을 믿는 견종이라는 것을요. 사람에 대한 믿음 저버리지 않는 미나는 그 믿음에 답해줄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나는 사랑이 많습니다. 사랑이 많은 만큼 외로움도 클 미나가 다시 따뜻한 가족의 품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똑똑한 사고뭉치 미나의 가족을 기다립니다.(*미나는 비글이지만 활동량이 무척 많은 편은 아닙니다. 활발하게 잘 놀기도 하고 얌전히 있을 때는 케이지 안에 쏙 들어가 가만히 휴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가족이 되어주세요!
* 미나와 함께 구조되었던 고양이 자매 미미와 나나는 가족을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