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추석 여행 때 동물쇼를 관람하지 말아주세요

전시·야생동물

추석 여행 때 동물쇼를 관람하지 말아주세요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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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9.0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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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눈앞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올해는 특히 연휴가 길어 국내외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한 여행업체에 따르면 전년도보다 국내 여행 예약률이 26퍼센트 가량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관광 상품을 찾다보면 동물을 이용한 공연 관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점을 이용해 제주도에는 돌고래를 비롯한 바다코끼리, 바다사자 등의 해양포유류를 비롯해 코끼리, 원숭이 등 지능이 높은 동물들을 훈련해 공연에 동원하는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동물쇼’의 이면에는 결코 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잔혹함이 숨겨져 있습니다.

 퍼시픽랜드 공연 내용 일부: '윗몸 일으키기'를 강요당하는 원숭이 

 

돌고래쇼, 그 포획과 전시의 잔인성
 
올 9월에도 일본 타이지에서는 변함없이 돌고래 사냥이 시작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과학 연구’를 빌미로 해마다 약 2만 마리의 돌고래가 살육됩니다.
사냥꾼들은 무리로 다니는 돌고래를 공포에 질리게 하고 혼란하게 만들기 위해 금속으로 된 갖가지 도구로 시끄러운 소음을 내 만(灣)으로 몰아넣습니다. 돌고래들을 유인하자마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사냥꾼들은 어망으로 만(灣)의 입구를 봉쇄합니다. 위험을 감지한 돌고래들은 탈출하려고 몸부림을 치지만, 사냥꾼들은 돌고래들을 한 마리 한 마리 꼬리를 잡아 올려 칼로 목을 찔러 죽입니다. 전시용 돌고래를 고르기 위해 나온 조련사에게 선택된 어리고 예쁜 암컷 돌고래들은 우리나라, 중국 등의 수족관으로 팔려오게 됩니다. 야생성을 없애고 죽은 물고기를 받아먹는 ‘순치’과정에서 많은 돌고래들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폐사합니다.
현재 제주 아쿠아플라넷, 퍼시픽랜드, 마린파크를 비롯해 서울대공원,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 전시되는 돌고래들도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 잡혀온 일본 큰돌고래들입니다.

 

트레이닝 크러시(training crush)':포획 후 길들이기 위해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주일간 칼과 꼬챙이로 찌르고 때리는 의식이 거행된다.

 

어미와 생이별하고 꼬챙이로 찔려가며 재주를 배우는 코끼리
 
동남아 여행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코끼리 공연과 트레킹,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에서도 ‘점보빌리지’라는 이름으로 전문 업체가 운영 중입니다.
 
코끼리는 크게 아프리카 코끼리와 동남아시아 지역에 분포하는 아시아 코끼리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에 전시되는 대부분의 코끼리는 아시아 코끼리입니다. 상아를 얻기 위한 불법 밀렵과 삼림 감소, 그리고 트래킹과 공연에 쓰기 위한 포획으로 1900년대에 10만 마리에 달하던 아시아 코끼리의 숫자는 2만 5천 마리로 감소했고, 이 중 야생 개체는 5천 마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코끼리도 마찬가지로 아기 암컷 코끼리가 주 포획 대상이 됩니다. 귀와 발을 날카로운 칼로 찔러 쓰러뜨린 코끼리를 몸보다도 작은 ‘트레이닝 크러시’라는 나무 틀 안에 구겨 넣고, 일주일 밤낮을 반복해서 칼과 창으로 찔러 ‘길들이는’ 의식이 진행됩니다. 반복되는 매질과 수면 방해, 배고픔과 목마름으로 일주일을 시달린 아기 코끼리는 결국에는 눈에 초점을 잃고, 엄마도 알아보지 못하며, 사람을 두려워해 명령을 따르는 ‘비정상적인’ 상태가 됩니다. 증조할머니부터 손녀까지 무리를 이루어 모계사회를 형성하고 살던 아기 코끼리는 어미와 떨어져 트래킹, 공연장으로 팔려가게 됩니다. 어미의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사육시설에서 태어난 코끼리들도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로, 태어난 지 5년 내의 폐사율이 30퍼센트에 달합니다.
 
야생동물인 코끼리들이 코로 훌라후프를 돌리고, 앞발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농구공을 던지게 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조련사들이 ‘불훅(bullhook)’이라고 하는 날카로운 꼬챙이로 귀, 항문 등 민감한 부분을 찍어 신체적 고통을 주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영국, 미국 등에서도 안 보이는 곳에서 조련사들이 ‘불훅’으로 잔인하게 찌르는 장면이 녹화, 공개돼 여러 나라에서 코끼리를 공연에 동원하는 것을 금지하는 움직임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동물의 생태적 습성보다 ‘착취’를 가르치는 동물쇼
 
평소에는 보기 힘든 동물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가까운 곳에서 접하게 해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아이들이 돌고래와 코끼리들이 어린 나이에 엄마에게서 강제로 떨어져 굶고 매질을 당한 결과로 재주를 부린다는 사실을 알고도 공연을 보며 박수를 치고 좋아할 아이는 몇이나 될까요? 돌고래들이 좁은 수족관에 갇혀 사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병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알고도 수족관에서 즐거워할 아이는 몇이나 될까요?
 
동물원은 동물 전시를 관람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동물원에서는 동물의 생김새 외에 생태적 습성을 배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동물원에서는 동물들이 본능에 따라 할 수 있는 행동은 모두 제약되어 있습니다. 동물쇼의 경우에는 인위적으로 강요된 행동과 의인화되고 왜곡된 방법으로 동물의 모습을 표현합니다. 코끼리가 코로 ‘팁’인 천 원짜리 지폐를 모으고, 일본원숭이가 선정적인 의상을 입고 윗몸 일으키기를 하는 공연을 보고 아이들이 야생동물에 대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동물 사랑을 배우기는커녕, ‘멸종위기인 야생동물들을 잡아다가 돈벌이 수단으로, 오락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옳은 일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제주 점보빌리지의 코끼리 쇼. 야생의 코끼리는 습성상 주저앉거나 앞발을 드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동물을 오락거리가 아닌 '생명체'로 인식하는 것이 진짜 교육
 
‘그럼 우리 아이들에게 어디서 동물을 보여줘야 하나요?’라고 묻고 싶어지는 부모님도 있을 겁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 서식지에서 동물을 생태를 관찰하는 것입니다. 꼭 많은 돈을 들여 아프리카처럼 희귀 동물이 서식하는 지역에 가지 않더라도, 조금만 눈을 돌리면 철에 따라 이동하는 철새 떼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동물의 신비로운 습성을 엿볼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도 연안을 돌다 보면 지난여름 방류된 제돌이가 가족들과 함께 힘차게 물살을 가르는 모습을 마주칠 지도 모릅니다.
 
‘동물사랑’은 동물을 이용 대상으로 여기고 마음대로 보고 만지기보다는,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인지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많은 돈을 지불하고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를 10분간 만지는 ‘돌고래 체험’ 대신, 넓은 바다에서 무리를 지어 사는 돌고래의 습성을 알려주고, 이 돌고래들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우리가 보호해야 할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이 진정한 ‘체험’이고 ‘교육’입니다.
 
*이번 추석 여행에서 제주 아쿠아플라넷, 퍼시픽랜드, 마린파크, 점보빌리지 등의 관람을 자제해주세요. 관람객이 많아질수록, 잡혀와서 고통 받는 동물들의 숫자도 늘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