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교육이라는 허울을 쓴 동물학대 산업, 체험동물원

전시·야생동물

교육이라는 허울을 쓴 동물학대 산업, 체험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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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1.0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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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겨울방학을 맞이해서 서울대공원 등 대규모 놀이공원부터 지방의 소규모 동물전시장까지 동물체험이 인기입니다. 어린이대공원은 겨울방학 동물학교라는 동물체험 프로그램을 개설해서, 유치원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아기 호랑이 엄마 아빠 되어보기’, ‘고슴도치의 가시는 정말 따가울까? 직접 만져보기등 내용의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동물을 가까이서 관찰함으로써 동물의 특징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기르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바람직한 교육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 동물들의 생태와 습성을 이해하고 이들이 전시, 사육되는 환경을 돌아보면 동물 전시 산업이 동물을 사랑하는 일이 아니라 경제적 이윤 때문에 동물의 희생을 강요하고 학대하는 산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물원에 진짜 동물은 없다?
 
 
흔히 동물원에서 여러 종의 동물들을 직접 보는 것이 교육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상 동물원 관람은 교육보다 오락 산업에 가깝습니다. 동물원에 전시된 동물들은 그들의 본능에 따라 자연스러운 행동을 할 권리가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창공을 날아다녀야 하는 새들은 케이지에 갇혀있고, 자유롭게 뛰거나 헤엄을 치는 일, 먹이를 찾아 다니며 사냥하는 일, 무리를 지어 다니는 일, 땅파기, 짝짓기까지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해야 할 행동들은 모두 제약을 받습니다. 이렇게 갇혀있는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는 무의미한 행위를 몇 번이고 반복하는 상동증(stereotypy)를 비롯하여 철창을 물어뜯고 자해를 하는 등의 비정상적 행동을 유발합니다. 동물원의 철창 안에서 우리에게 보여지는 동물들의 모습은 그들의 본 모습이 아닙니다.
 
이렇게 동물 고유의 생태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원래 자신들의 활동 영역의 몇 만 분의 일도 안 되는 철창 안에서 하루에도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전시당하며 정신적 고통을 당하는 야생동물의 모습만을 직접 보는 것이 얼마나 큰 교육적 의미가 있을까요? 오히려 자연 생태의 일부인 동물들을 인간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오락거리로 만들기 위해 자유를 속박하고 자연에서 분리시켜 철창 안에 가두어 놓는 일이 윤리적이고 정당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어린이, 동물 모두에게 위험한 체험동물원
 
 
어린이들에게 동물을 직접 만지게 하는 체험 동물관도 큰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숙달되지 않은 어린이들이 몸을 만지는 일은 동물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줍니다. 또한, 어린이들이 자연에 나갔을 때 동물을 함부로 직접 만져도 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아기 호랑이를 만져본 유치원생이 공원에서 만난 큰 개를 어른의 지도 없이 만지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동물이 어린이를 공격하여 발생하는 사고는 대체로 동물이 다가오는 어린이에게 위협감을 느낀 것이 원인인 때가 많습니다. 그 외에도, 인수감염 전염병의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필라델피아를 비롯한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페팅 주(Petting Zoo)에서 동물을 만진 어린이들이 이 콜라이 (E-coli)에 감염된 사례가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에도 동물원에서 지켜야 할 기준에 동물 체험에 관한 장을 따로 만들어, 동물 체험이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야기할 수 있는 위험성을 정확히 명시하고, 체험학습은 반드시 정당화 될 만한 교육적 의미가 한다고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주주 테마동물원의 원숭이
 
 
동물보호법에서도 외면당하는 전시동물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의 운반, 운송에 대한 법령 등 전체적인 동물의 기본적인 처우에 관한 법규와 반려동물, 실험동물에 관한 법규만 있을 뿐 전시동물의 관리와 취급을 통제할 수 있는 법은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 미국 농림부 USDA에 속한 동식물 건강 검역 부서인 APHIS (The Animal and Plant Health Inspection Service) 에서 동물복지법에 기반해서 동물 전시를 관리합니다. 동물을 전시, 공연, 학습 등의 목적으로 공공장소에 데리고 나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하며, 소유하는 동물들과 그들의 수의학적 진료에 관한 기록을 보관해야 합니다. 또한, 동물과 관람객 모두의 안전을 위해 적절한 거리나 장벽을 설치해 위험을 최소화 시키고, 동물과 관중의 직접적 접촉이 있는 경우 전문지식이 있는 직원이 동반해야 하며, 이 역시 적정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어린 동물들은 체험과 전시 시간이 더 짧아야 하는 제약을 받습니다. 동물복지법에 위배되는 사항이 발견될 경우 시정을 요구하고 시정되지 않을 경우 법적 처벌을 위해 그 증거를 농림부에 제출하며, 위급한 상황일 경우 동물을 압수할 권리를 갖습니다.
 
 
그러면 우리 아이에게 어디서 동물을 보여주나요?”
 
 
입장료를 들여 관람하는 동물원에는 동물의 본래 모습은 없습니다. 동물 본연의 모습을 보려면 사람이 먼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해 놓은 서식지를 찾아가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누구나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직접 유럽에 가서 눈으로 보아야만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야생동물도 교육용 영상이나 책에서 얼마든지 그들의 습성과 모습, 살아가는 자연 환경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비영리 과학 교육 재단인 내셔널 지오그라픽(National Geographic)’은 직접 가지 않아도 동물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사진을 포함한 책 뿐 아니라 어린이 전용 웹사이트를 만들어 야생동물에 관한 정보와 사진, 생태를 촬영한 동영상, 게임 등 어린이들이 동물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습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주말에 동물원 대신 가까운 산이나 강으로 나가보세요. 원숭이가 밀림에 살고, 북극곰이 빙하 사이로 헤엄치는 것이 우리 나라 산에서 뛰어다니는 토끼나 청솔모, 계곡의 개구리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들이 결국에는 환경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이야기 해주는 일이 동물원에서 철창에 갇힌 동물들을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교육적 가치가 있습니다. 야생동물이 그들이 속한 환경에 살 수 있도록 보존하는 일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위하는 일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