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방송 및 영화제작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가이드라인

전시·야생동물

방송 및 영화제작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가이드라인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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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8.1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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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동물학대로 고발되기도 했던 TV드라마 일지매의 투견장면) 

방송 및 영화제작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가이드라인

지난 3월 방송된 KBS환경스페셜의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 편중 수리부엉이의 사냥장면 조작 논란이 얼마전 큰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사냥 장면을 쉽게 촬영하기 위하여 묶어놓은 토끼를 미끼로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KBS 제작진은 영국 BBC의 예를 들먹이며, 촬영이 일부 조작된 문제를 합리화하였으나, 곧이어 이에 대한 BBC 측과의 인터뷰가 공개되면서 KBS의 이와 같은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소식과 함께 중점적으로 부각이 된 내용은 영국 BBC 방송국의 촬영 가이드라인 내용입니다. BBC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은 다음 사항을 모두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1. 촬영을 위해 새를 잡는 것
2. 살아있는 포유류나 새, 파충류 등을 먹이로 주는 것
3. 포식자를 유혹하기 위해 척추동물을 묶거나 이동을 제한하는 것
4. 동물의 화를 돋우기 위해 동물을 찌르거나 자극시키는 일


이번 환경스페셜 사건을 계기로 국내 방송인들 사이에서도 방송윤리를 고려한 촬영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장의 요구는 비단 방송인으로서의 프로페셔널리즘과 직업윤리의 테두리를 넘어서 생명윤리의 관점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영국의 경우 자연다큐멘터리 제작 외에 일반 영화나 텔레비전시리즈 제작 시 동물을 이용하는 경우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기도 합니다. 바로 동물보호단체 RSPCA와 영화텔레비전제작자협회(British Film and Television Producer Association)가 공동으로 협의하여 마련한 지침입니다. 영국의 경우 방송촬영을 목적으로 동물을 이용할 때에도 동물보호법이 기본적으로 적용되어 촬영 중 발생하는 모든 학대행위, 즉 잔인하게 때리거나 발로 차고, 혹사시키는 것, 그 외 인위적으로 고통을 가하거나 싸움을 조장하고, 공포를 유발하는 행위, 독극물이나 해로운 약물을 주입하는 것이 모두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협의사항에 포함된 기본 가이드라인과 권장 사항의 주요사항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 가이드라인

1. 촬영을 목적으로 할 경우 가능한 한 가까운 곳에서, 섭외할 수 있는동물 중 훈련이 가장 잘 된 동물을 이용한다. 훈련이 잘 된 동물일수록 촬영에도 안전하며, 장기적으로 볼 때 더욱 경제적이다.

2. 유능한 동물훈련사나 핸들러를 고용한다. 촬영시간을 절약하고, 동물들이 고통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훈련사에게 촬영에 요구되는 액션이나 카메라 위치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스크립트와 함께 미리 제공한다.

3. 동물들과 함께 촬영할 시점에서 배우들에게 상황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

4. 촬영에 이용되는 모든 동물에게는 예방접종 등 필요한 수의학적 안전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촬영 중 동물에게는 적절한 간격으로 먹이와 물, 휴식시간이 제공되어야 한다.

5. 동물들을 데려오는 곳의 출처가 확실해야 하며, 동물의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보장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6. 영화감독이나 작가는 동물에게 잔혹한 상황을 시각적으로 연출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며 비생산적이라는 사실에 대해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실전 권장사항

1. 촬영에 이용되는 동물의 종류와 숫자에 적합한 자격을 보유한 훈련사를 충분히 고용한다. 필요에 따라 안전과 효율성을 고려하여 훈련사들을 추가로 고용한다.

2. 인내심을 갖고 리허설을 완전하게 한다.

3. 배우들이 미리 동물들과 친숙해질 수 있는 시간을 할애하게 한다.

4. 동물들이 촬영을 하고 있을 때에는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스튜디오 내부로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5. 촬영 자체를 쉽게 하기 위해 진정제나 마취제를 사용해서는 안된다.

6. 훈련사나 핸들러 외에 아무도 동물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이를 엄격히 준수하기 위해 접근제한 표지판이나 바리케이트의 사용을 권장한다.

7. 동물들을 뜨거운 조명 아래 오랜 기간 노출시키지 않는다. 또한 시끄럽고 예기치 않게 발생되는 소음 또한 차단되어야 한다. 촬영은 가능한 한 하루 중 이른 시간이나 동물들이 준비되었을 때 바로 진행되어야 한다.

8. 동물과 촬영할 때는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스탭들만이 남아있게 한다.

9. 촬영현장의 불이나 날아다니는 불꽃이 있다면, 동물들은 이로부터 안전거리를 유지시켜야 한다.

10. 부상당하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동물은 촬영에서 제외시켜 즉시 수의학적 조치를 받을 수 있게 한다.

11. 탄약, 폭발물 등 발화장치가 사용될 경우 이를 적절한 규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12. 동물들 간의 싸움은 실제 싸움이 아닌, 가상으로 꾸며진 형식으로 촬영되어야 한다. 함께 있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동물들이나 싸움 연기 훈련을 받지 않은 동물의 경우 고도의 주의가 필요하며, 이러한 경우 서로 격리시키도록 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들만 늘어놓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실제 이것이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방송이나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동물들은 보는 사람에게 큰 즐거움을 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즐거움의 이면에는 동물학대의 문제가 자리하기 쉽다는 점을 우리는 잊기 쉽습니다. 단순한 오락거리 제공을 위하여 고의적으로 동물들을 죽음에 몰아넣거나 싸움을 시키고, 동물들을 난처한 상황에 빠뜨리거나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등의 사례를 우리는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또한 촬영 현장에서 충분한 자질을 지니고 있지 못한 관리자에 의한, 훈련을 구실로 한 학대 행위들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야생동물의 삶을 다룬 자연다큐멘터리 뿐만 아니라 실제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동물들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는 오락물은 우리 주변에 넘쳐나고 있는 오늘날, 관객이나 시청자들의 재미나 제작 과정의 효율성만을 앞세운 채 뒷전으로 밀려나기 쉬운 동물학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촬영 가이드라인이 하루 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