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후, 별이 된 새끼 고양이 두 마리]
동물자유연대는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곳에 탯줄도 제거 되지 않은 새끼 고양이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제보를 듣고, 엊그제(6일) 부산 중구에 다녀왔습니다.
제보자의 말에 따르면, 지난 4일 어미 고양이가 한 폐가에 새끼 고양이들을 낳았고, 바로 다음 날 태풍 힌남노로 인해 새끼 고양이들이 있던 장소에 물이 들이닥쳤다고 합니다. 제보자가 이른 아침에 발견했을 당시, 한 마리는 이미 물에 빠져 죽어있었고 남은 한 마리는 빠져나오려는 듯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고 합니다.
제보자는 생존해 있는 새끼 고양이를 살리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동물병원 이곳저곳의 문을 두드려봤지만,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6시간이 지난 후 동물자유연대에 구조 요청을 했고, 동물자유연대는 새끼 고양이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새끼 고양이를 받아주는 동물병원을 수소문 했습니다.
때마침 제보자의 집과 멀지 않은 동물병원에서 새끼 고양이의 보호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제보자님께 동물병원으로 직접 인계할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활동가들은 물에 빠진 새끼 고양이가 어미 없이 6시간 동안 살아있다는 것에 작은 희망을 품고 부산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결국 도착히기도 전에 새끼 고양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동물병원으로부터 전해들었습니다. 손바닥 보다 작은 몸에 손톱보다 작은 귀, 한 번도 뜨지 못한 눈. 작디작은 여린 생명이 모진 아픔을 견디기에는 버거웠나봅니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지금, 만약 새끼 고양이들이 살아있었다면 어미의 따뜻한 품에 안겨 잠들고, 사랑을 받았을 것입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두 눈을 뜨고 세상을 구경하고, 조금 더 크면 네 발로 걸어다니며 어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웠을 테지요.
영원히 잠든 고양이들을 품고 서울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활동가들은 새끼 고양이들의 살아생전 모습을 상상하며, 이 생에서는 못다한 것들을 하늘에서라도 이루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히나'와 '노니'라는 이름을 선물하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활동가들은 히나와 노니의 장례를 치뤄주며 이별의 슬픔을 함께하였습니다.
어미 품을 벗어나고서도 6시간동안 살아있었던 새끼 고양이, 노니. 비단 길고양이에게만 일어나는 안타까운 사고가 아닙니다. 이런 재해재난은 매해 일어나고, 그로 인한 피해는 사회적 약자, 그중에서도 최약자인 동물에게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재난 상황 어딘가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는 동물들이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재해재난시 동물구호와 보호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