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대형 건물 기둥 속에 갇힌 아기 고양이(건국대 고양이 구조 후기)

위기동물

대형 건물 기둥 속에 갇힌 아기 고양이(건국대 고양이 구조 후기)

  • 동물자유연대
  • /
  • 2013.05.24 16:00
  • /
  • 13955
  • /
  • 375

깊이 5미터, 폭 12센치의 건물 기둥 아래에 갇혀 있는 아기 고양이.

학교 건물 기둥 속에서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린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는
거대한 높이의 건물과 대리석모양의 기둥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보 내용과 달리 고양이 울음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황.
생존여부나 존재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 처해 졌습니다.

고양이가 건물 내부로 들어갈 만한 출입구를 찾기 위해 고층 사다리를 타고 천장을 수색하는 순간,빗물 배수로를 통해 희미하게나마 들려오는 고양이 소리...

애타게 찾던 고양이가 생존 해 있었습니다.
생존여부를 확인 한 후,대학 본부측으로 달려가서 건물 기둥의 도면을 살펴 보니 기둥내부에 12센치 정도의 공간이 있는 걸 파악 했습니다.

가장 간단한 구조 방법은 대리석 타일을 뜯어내는 것.
하지만, 대리석 타일은 뜯어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고 깨뜨려야 하며, 재시공 시 같은 무늬의 대리석 타일을 구 할 수없을 뿐더러  비용만 수백만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일단 기둥이 위치한 천장을 열어 내부를 보기로 합니다.

천장 내부도 너무 협소하고 각종 구조물들이 얽혀 있어 기둥 아래쪽을 바라보기도 너무 어렵습니다. 위치를 바꿔 다른 천장을 열었습니다.
5미터 사다리에 의지해 깨끼발을 하고 후레쉬를 비춰보니 저 깊은 아래 무언가 움직임이 보입니다.
그리고, 후레쉬 불빛에 반사된 두눈이 반짝입니다.


나비야 나비야 하고 불러보니 그제서야 "제발 날 꺼내주세요 제발" 하는 것 같은
울부짖음에 가까운 소리를 냅니다.

어디선가 어미로 보이는 고양이가 천장에 나타났습니다.


분명 어딘가 천장 내부로 통하는 길이 있나 봅니다.
어미가 천장에서 새끼를 낳고 키우다 이런 봉변이 난 것 같습니다.
자기 새끼를 구조하러 사람이 온 걸 아는지 옆에서 작업 하는 걸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선 긴급 회의를 했습니다만,구조할 수 있는 장비가 여의치 않습니다.
공간이 너무 좁아 고양이 포획틀을 내려 보낼 수도 없습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포획용 올무도 2미터 내외라서 5미터 깊이에 소용 없습니다.
앞이 깜깜합니다.저 깊고 칠흑같은 암흑속에서 며칠간 물도 음식도 못 먹고 애타게 울어대고 있는 녀석을 보니.

1차로 소형 음료수 박스를 사용하기로 합니다.

참치를 덜어서 박스 안에다 넣고 끈을 연결해서 아래로 내려 보냅니다.
참치를 먹으러 안에 들어오면 박스를 기울인 채로 들어 올리기로 합니다.
박스를 내려 보내는 것도 힘듭니다.
기둥 중간중간에 울퉁불퉁 나와있는 못이며 철근 때문에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기를 몇 번째...
드디어 박스가 내려 갔습니다.
그러자, 이 녀석 먹이를 먹으로 들어옵니다.
아...다행입니다.
박스를 올립니다...그러나,입구 폐쇄장치가 없는 박스라 그대로 튀어 나가 버립니다. 야속한 놈...널 구조하려는거야.

2차로 그물을 내리기로 합니다.

고양이가 콘크리트 벽을 타고 올라오려고 해서 그물을 길게 늘어뜨려 주면 자력으로 올라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 전에 기운을 조금 차릴 수 있게 음식물을 내려줬습니다.
그물을 내리는 것은 박스를 내릴 때 보다 더 힘듭니다.
겨우 바닥에 도착한 그물...이제 힘을 내서 타고 올라 오기만 하면 됩니다. 

올라 오기만 하면 되는데...올라와...제발...제발...

기력이 너무 없나 봅니다.
하기사 며칠 간 물도 못 먹은 상태인데 무슨 힘이 남아 있겠습니까.
당장 손 쓸수 있는 방법이 더 이상 없어서 넣어준 음식을 먹고 기력을 조금이라도 회복하면 올라 오라고 그물을 그대로 내린 채 철수를 하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밤새 생각을 하고  또 해도 포획틀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공간에 맞는 포획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철물점에 들러 대강의 도구를 사서 출근합니다.
출입구 폐쇄 장치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폐쇄 장치 대신 무거운 추를 달아 쉽게 열 수가 없도록 방향을 바꿨습니다.
뚝딱뚝딱...

다시 건국대로 향합니다.
밤사이 혹시 그물을 타고 올라오진 않았을까 하며 아래를 확인 합니다.
그러나,아직 있습니다.
밤사이 기력이 오히려 더 떨어졌습니다.
그나마 가열찼던 울음소리도 거의 없습니다.
오늘 구조하지 못하면 생을 마감할 것 같아 보입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포획틀을 내립니다.
그러나...안 움직입니다. 먹이가 눈 앞에 있어도 꼼짝도 안합니다.
탈진으로 몸을 가눌 수 조차 없나 봅니다.
더 다급해 집니다.
게다가 어제 내려 놓은 그물에 시야가 가려서 그물을 올리려는데 구조물에 걸렸습니다.
엎친데 덮친격 입니다.

건국대 시설팀 직원분께 부탁을 해서 다른 옆 쪽 천장을 떼어냅니다.
이제 시야는 확보했습니다.


그물 옆에서 꼼짝을 안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먹으려는 의지가 있어야 포획틀에 들어올텐데 꼼짝을 안하니 답답합니다.
그냥 생을 포기할려는 것 같습니다.

급히 회의를 통해 쥐잡이용 끈끈이를 사용해서 구조하기로 합니다.
시간이 촉박합니다.일단 저 아래서 올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끈끈이를 제대로 밟으면 올린다는 것이 계획이지만, 계획은 계획입니다.
이번엔 끈끈이가 제대로 아래로 내려가 지지 않습니다.
벽에 붙고,철사에 붙고...
겨우 내렸습니다만 바닥의 폭보다 커서 지면에 닿지 않습니다.더 작게 만들면 고양이 무게 때문에 접착면의 접착력을 믿을 수 없습니다.
등에 붙여서 들어올려 봅니다만 피부에 밀착 되지 않아서 털에만 붙었다가 이내 떨어집니다.
다시 원점입니다.

망연자실하고 있다가 물이라도 흘려 보내주기로 합니다.
벽면을 타고 물이 흘러내려가자 꿈쩍도 않는 녀석이 움직입니다.
물을 먹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물을 피해 저 옆으로 이동합니다.

아!!!!!!!!!!!!!!!!!!!
방법이 생겼습니다!!!!!!!

포획틀을 내리고 물을 뿌려 틀쪽으로 이동시키게 한 다음 끌어올리기로 합니다.
마지막 방법이라 생각하고 다시 사다리 위로 올라갑니다.
포획틀을 내리고 물을 흘립니다.
움직입니다......아...드디어 틀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재빨리 그리고 조심스럽게 들어올립니다.
제발 제발....

중간쯤 올렸는데 그물에 포획틀이 걸립니다.
마음은 타 들어가는데 미치겠습니다.
겨우겨우 그물을 제거하고 드디어 밖으로 나왔습니다.
드!디!어!

그런데,틀 안에 누워 안 움직입니다.마지막 기력을 틀 안에 들어오는데 썻나 봅니다.
하늘이 노랗습니다.
어떻게 올라왔는데 이렇게 허망하니 가니...어떻게.

포획망에서 꺼내려는 찰나 약간의 미동과 함께 가녀린 신음소리를 냅니다.
살아있습니다...
구조사진을 찍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건국대 직원분 오토바이를 타고 건국대 동물병원으로 향합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상태를 보니,심각한 저체온증에 탈수로 급박한 상황이었습니다.
병원 스텝분들이 체온을 올리고 혈관을 찾아 수액을 놓았습니다.
다행히 맥박등의 바이탈사인은 정상입니다.

1차 응급처치를 마치고 현재 단체 연계병원에서 집중치료 중 입니다.
음식도 잘 먹고 치료도 잘 받고 있습니다.

떨어질 당시의 충격이었는지는 몰라도 머리 위쪽에 찰과상과 양뒷다리 발가락 하나씩에 상처가 있고 그 상처로 인해 괴사중입니다.
생명에 지장이 가해 질 정도는 아니라 괴사부위 조직을 당장 절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치료를 통해 치유가 안되면 몸이 좀 더 성장 한 후 괴사부위를 도려내는 수술을 할 것입니다.

다치고 병든 동물을 구조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 고양이 구조는 정말 힘들고 막막했습니다.

그러나,동물이 처한 현실을 안따깝게 생각하여 단체로 제보를 주시고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신 제보자분과 생명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힘든 일도 마다않으며 물심양면 도와주신 건국대학교 관재처 시설팀 관계자분들이 계셨기에 구조가 가능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pearl 2013-05-24 21:51 | 삭제

읽는동안 숨도 못쉬고 읽어내려갔네요..ㅠㅠ 모두모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ㅠㅠ 아가 꼭 기운차리고 일어나자...ㅠㅠㅠㅠㅠ


홍현신 2013-05-25 10:06 | 삭제

목을 쭉빼고 읽어내려갔습니다..다 읽고나니 왜이렇게 눈물이 나는지..ㅠㅠ 정말 감사합니다..제보자님도 건국대 시설팀분들도.. 감사합니다..심인섭간사님, 조영연팀장님. 채희경간사님.. 이분들 없었으면 어쩔뻔했어요..ㅠㅠ역시 동자련입니다! 이제 남은건 아가가 기운차리는 거네요..아가야 힘내~! 엄마냥이도 한시름 놓았겠지요.. 걱정마~!


쿠키 2013-05-25 10:25 | 삭제

쓸데 없는 정정, 그러나 진실은 말해야 겠다아아...
저 기둥은 화강석입니다~ 대리석이 아니라 ㅎㅎ(요즘 건축자재에 완전 몰입중이라..)

우리 부산지부를 끌어줄 심인섭간사가 수고 많았어요.완전 심가이버~
그리고 울 든든한 아주 희소성 높은 남성동지들 채희경간사,심인섭간사를 섬세하게 잘 이끌어주는 조영련팀장도 수고많았고요.. ^^

무엇보다도 건물을 뜯고 구조를 할 수 있게 허락해준 건국대학교에 감사드리고 학교내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1차 조치를 무상으로 해준 건국대수의과대학에도 감사드립니다..

모두가 이렇게 협력하여 구조했으니, 아가 힘내자!!


이경숙 2013-05-25 13:23 | 삭제

아~~감동의 물결이...ㅠㅠ...모두모두 정말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역시 동자련! 아가야 얼른 기운차려서 똘망똘망 건강하게 자라자꾸나~
거듭 감사 인사 전합니다~~


이형주 2013-05-27 10:02 | 삭제

아침부터 심간사님 뚝딱뚝딱 만들어서 나가시더니만 얼굴이 까맣게 익으셔서 돌아오셨더라고요. 이 날 정말 더웠는데 다들 너무 수고많으셨습니다.
어서어서 건강하게 회복하는 일만 남았네요. 감사합니다~


장지은 2013-05-27 09:20 | 삭제

구조에 동참해 주신 분들께 정말 너무 감사하네요..
글을 보니 얼마나 마음조리시구 수고했을지...
아이가 꼭 건강해지길 함께 기도합니다^^


윤정임 2013-05-27 09:42 | 삭제

더운 날씨에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 야옹이도 무사히고 결과가 좋으니 이보다 더 기쁠 수가 있을까요 ^^


박을문 2013-05-28 15:02 | 삭제

헛!!! 저희 학교에 이런일이 있었다뇨.... 노고에 감사합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