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8일, 9일 양일간 2018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되었습니다. 사전투표율은 20.14%를 기록, 지난 대선보다는 낮지만 총선보다는 훨씬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본 투표는 모레 13일에 진행됩니다. 투표를 해야 한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가 되겠지만, 덧붙여 하나 더! 다들 앞으로 4년간 지역 행정을 맡게 될 우리 동네 후보자들의 ‘동물 정책’은 확인해 보셨나요?
무응답 후보자를 경계하라!
“우리 지역은 TNR 예산이 아예 없어요.” 볼멘 목소리로 저희 활동가에게 하소연하는 시민분이 많습니다. 기초자치단체에 민원도 넣어 보지만 묵묵부답. 이듬해가 되어도 예산은 책정되지 않습니다. 다른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예산이 있더라도 턱없이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바꿀 기회가 왔습니다. 정책 결정권자인 기초자치단체장을 이번 지방선거를 통하여 우리 손으로 뽑게 될테니까요.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5일 <613 동물을 부탁해> 캠페인 결과를 공개하고 동네 후보자의 동물정책을 확인해달라며 시민 여러분께 호소 드린바 있습니다.(‘<613 동물을 부탁해> 3탄, 우리 동네 후보자들의 동물 정책은?’ 참조) 만약, 후보자들이 내가 원하는 동물정책을 약속했다면, 이제 남은 일은 해당 약속을 잘 이행하는지 감시하고 요구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캠페인 결과를 공개하고 많은 회원 분들과 시민분이 문의를 주셨습니다. 바로 “우리 동네는 결과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라는 문의였습니다. 결과 보고서의 지역 리스트를 보면 지역명에 회색 음영처리가 되어 있고, 하이퍼링크가 활성화 되지 않은 지역들이 있습니다. 이 지역들이 바로 ‘모든 후보자가 응답을 하지 않은 지역’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모든 후보자들이 응답을 하지 않은 지역은 후보자들을 따로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지역 내 후보자의 상대적인 평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해당 지역의 모든 후보자가 동물정책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동물정책을 채택한 더 나은 후보를 판가름할 수는 없지만, 해당 지역의 주민께서는 현재의 후보들을 꼭 기억해 두셨다가 다음 지방선거 때는 후보들이 꼭 동물정책을 공약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봐주세요.
대통령에 비해 동물 감수성 떨어지는 여당 후보들
지난 대선과정에서 동물자유연대와 다른 동물단체가 함께한 ‘동물보호정책연대’는 각 대선 후보자들의 동물정책을 검증하였습니다. 현재 대통령인 당시 문재인 후보는 소속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동물보호정책연대와의 ‘동물권 향상을 위한 정책 협약’을 통하여 동물보호 정책을 약속하는 한편, 대통령으로 당선이 된 이후 유기견을 퍼스트도그로 입양하는 등 동물친화적인 행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5대 정당의 동물정책 제안에 대한 응답률>
그러나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에 힘입어 압도적인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대통령의 행보나 지난해 대선 당시 동물호보정책연대와 정책협약을 진행한 것과 대조적으로, 이번 지방선거 속에서 나타나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들의 동물감수성은 매우 뒤쳐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본적으로 동물정책 제안에 대한 답변률이 5대 정당 가운데 4위로 하위권을 기록하였습니다. 제안한 20개 정책에 대한 채택률도 중요하지만, 사실 후보자들의 동물감수성과 동물 친화적 정책 기조를 대변하는 주요 잣대는 바로 동물정책 제안에 응답 자체를 했느냐의 여부입니다. 그러나 현재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전국 후보들은 동물 정책 제안 자체에도 다른 당에 비해 굉장히 낮은 반응을 보여주어 시민들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뇌리에 남는 후보자들의 말말말
<613 동물을 부탁해> 캠페인을 진행하며 많은 후보자들이 질의 답변서를 통해, 혹은 저희 활동가나 후보자 응답을 관리해주신 동물자유연대 회원분과의 통화를 통해서 의견을 주셨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지방선거TF는 이런 의견과 공식적인 답변 가운데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의미로서 주목할 만한 것들을 몇 가지 뽑아 보았습니다.
- 베스트 답변상
“‘반려’동물이라는 어휘 안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지점이 담겨 있다. 불법행위는 반드시 바로잡겠다.”
반려동물 정책 제안에 대한 남해군 장충남 후보의 답변입니다. 우리가 동물을 현실에서 어떻게 대하는가는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철학에서 비롯됩니다. 기본적인 생명존중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거나, 동물을 소유물로만 생각한다면 동물학대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반려’라는 단어속에서 시대의 흐름을 꿰뚫고, 동물과의 바람직한 관계를 설정한 장충남 후보에 베스트 답변상을 드립니다.
- 워스트 답변상
반면 군산시 김용경 후보는 “동물정책보다 더 깊이 있는 정책을 하고 싶다.”며 <613 동물을 부탁해> 캠페인에 대한 응답 자체를 거부하였습니다. 이와 비슷한 의견으로 ‘사람 복지가 우선이니 동물 복지는 못하겠다’는 식의 다른 후보자의 답변도 있었습니다. 김 후보자께서 언급한 ‘더 깊이 있는 정책’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나, 생명존중을 기반으로 한 동물정책 자체에 대하여 거부하셨기에 워스트 답변상을 드립니다.
- 이상한 뚝심상
횡성군 김명기 후보께서는 기한에 맞추어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나 후보자께서는 동물자유연대가 본 캠페인을 통해 제안한 20개 정책에 대하여 모두 ‘미채택’으로 응답을 해 주셨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입장에서 보면, 20개 제안 정책 가운데는 비교적 실행이 용이한 것부터, 지자체 내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항목까지 다양하게 분포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항목을 일부 보류도 아닌 ‘미채택’으로 응답을 하셨다는 것은 동물에 대한 반감을 갖고 계신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의 답변으로, 200명이 조금 안 되는 전체 응답자 가운데서도 단연 독보적인 답변이었습니다. 이에 ‘이상한 뚝심상’을 드립니다.
동물정책 반영, 시민의 힘으로
그동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공약에 동물정책은 빠져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올해 처음으로 243개 지역구의 800명이 넘는 광역자치단체 및 지방자치단체 후보자들에 정책제안 공문을 보내고 답변을 받았습니다. 경선에서 탈락하거나 기타 이유로 최종 후보등록을 하지 않은 예비후보자까지 포함하면 무려 1000건이 넘는 정책 제안서를 발송하였습니다.
첫 술에 배부르지는 않았습니다. 4명의 후보자 가운데 1명 정도만 응답을 했고, 단 한 명의 후보자도 응답을 하지 않은 지역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2018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맞이하여 시민의 참여로 정책을 만들어 냈고, 대부분의 후보자들에 이를 전달하였으며, 적지 않은 후보자들로부터 정책 채택을 유도 하였습니다.
이제 유권자인 시민이 답할 차례입니다. 다가오는 6월 13일 꼭 투표에 참여하셔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주세요. 그리고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우리 동네 동물정책을 약속한 후보자가 약속을 이행하는지 끝까지 감시해주세요. 선거철 마다 후보자들은 공약(公約)을 내걸지만 아쉽게도 공약(空約)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동물을 위한 나의 한 표가 마침내 생명존중의 정책 시행으로 이어지도록, 우리 동네 후보자를 압박해 주세요. 쉽지는 않은 그 길, 동물자유연대가 늘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