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의 동물
우리의 시선 밖에 머무는 동물들,
그 삶도 존중받을 수 있도록
- 2026.10.07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에서 온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 둘은 평화의 상징으로 환영받았고, 이후 곰이는 두 차례 출산으로 13마리의 자견을 낳았습니다. 15마리 풍산개들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관심에서 멀어져 갔던 이름이 얼마 전 국회에서 다시 등장했습니다. 지난 6일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곰이, 송강이와 그 자견들의 관리 현황을 확인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들의 처우와 관리체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대통령기록관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곰이와 송강이는 대통령기록물로서 현재 광주 우치동물원에서 대여 형태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반면 여러 지자체로 분양된 자견들에 대해서는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아 관리 현황에 대한 정기보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가 간 외교를 목적으로 이곳에 온 동물과 그로부터 태어난 자견들이지만, 그 배경에 따라 국가의 관리 체계에 포함되기도, 제외되기도 합니다.
국가의 관리 대상이라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미비한 체계에서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기본적인 돌봄조차 제대로 제공되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곰이의 두번째 출산으로 태어난 봄이와 여름이의 삶은 그러한 우려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입니다.
2021년 고성으로 분양된 봄이와 여름이는 금강이와 해랑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고 통일전망대에서 살게 됐습니다. 그러나 평화의 상징이라는 거창한 소개에 비해 통일전망대 앞 돌바닥 위에 만들어진 이들의 자리는 쓸쓸했습니다. 매일 펜스 너머로 오가는 방문객들만을 바라보며 사는 금강이와 해랑이의 모습에 우려와 민원이 이어졌습니다.
올해 여름, 단체는 통일전망대에서 이동한 금강이와 해랑이를 찾아 고성군 유기동물보호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인적이 드문 보호소에서 만난 금강이와 해랑이는 낯선 방문객을 보더니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습니다. 견사 옆에는 과거 통일전망대에서 사용하던 풍산개 소개 명판이 방치돼 있었습니다. 한때 이들을 특별한 존재로 소개하던 명판과 눈앞에 펼쳐진 초라한 일상의 간극이 씁쓸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태어난 아름이와 가을이는 순천으로 분양된 뒤 순천만국가정원 어린이동물원에서 전시됐습니다. 지난 8월 방문 당시에는 전시가 중단돼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직원들을 통해 아름이의 출산 소식을 들었습니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태어난 새끼 중 한 마리는 사망했고, 다른 한 마리는 위탁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곰이와 송강이의 자견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지속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 다음 세대 개체의 현황은 더욱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지켜보는 시선이 없는 곳에서 이들의 안위는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펜스 너머로 사람들을 지켜보던 개들을 향해 연민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지만, 정작 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더 나은 거처가 아니라 더 눈에 띄지 않는 장소였다는 사실도 이러한 불안을 키웁니다.
동물을 외교 수단으로 이용하던 낡은 관행이 더 이상 이어져서는 안됩니다. 또한 이미 외교 목적으로 이용되어 여기서 살게 된 동물은 일생 전반에 걸친 보호와 관리를 통해 안위를 지속적으로 책임지는 것이 당연한 몫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이 누군가의 가족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적합한 입양처를 찾고 필요한 절차를 추진해야 합니다. 그리고 입양처를 찾는 과정 중에도 모두에게 안정적인 돌봄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절한 보호, 관리 방안을 수립하고 그 이행 여부를 상시 점검해야 합니다.
국가 간 친교, 화해와 평화 같은 인간들만의 소란이 끝나고 세상의 주목이 걷힌 뒤에도 이들의 삶은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그 안에는 무료하고 쓸쓸한 시간, 누군가를 잃는 상실감 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이들의 남은 시간이 넘치도록 좋은 삶으로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당연히 국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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