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올해도 발생한 AI, 근본적 해법을 요구한다.

농장동물

올해도 발생한 AI, 근본적 해법을 요구한다.

  • 동물자유연대
  • /
  • 2017.11.21 18:31
  • /
  • 3062
  • /
  • 180

매년 반복되는 AI, 가금류는 공포에 떤다
9월부터 경북 영천, 충남 서산 등에서 저병원성 AI 검출에 이어 작년 전국토를 휩쓸며 가금류들을 죽음의 공포에 몰아 넣었던 고병원성 H5N6 바이러스가 11월 19일 고창의 육용오리 농장에서 확진되어 20일 자정부터 48시간동안 이동중지 명령이 발령되었다. 20일에는 전남 순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의 분변에서도 고병원성 AI가 검출됨에 따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AI에 닭과 오리와 같은 가금류들은 공포에 떨 수밖에 없다.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늘 말 못하는 닭과 오리들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는 3천8백만 마리를 살처분한 데 반해 동일한 시기에 같은 바이러스로 조류독감이 발생한 독일, 프랑스 등은 100만 마리 이하로 살처분 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3천8백만 마리는 우리나라 전체 사육 조류의 약 1/3에 해당한다. 세계 어느 나라도 방역을 위해 이렇게 많은 수의 사육가금류를 죽이지 않고 있다. 그 중 많은 수는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미명 아래, 정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억울하고 잔인하게 생매장 당하였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4~2015년조류독감 발생·확산 원인 및 재발방지 방안 연구(AI백서)’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1~9월 195일간 확진 또는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된 1,396만 마리 중 869만 마리(62.31%)가 정밀검사 결과 음성이었다. 2016년 11월 H5N6형 AI가 발생하고 예방적 살처분을 했지만, 불과 50여 일 만에 3,200만 마리 살처분하는 최악의 결론을 역사에 기록했다.


봇물터지는 정부정책, 실효성은 의문
그동안 정부는 실효성 없는 살처분 위주의 방역대책에 천착하며, 해마다 수천만 마리의 생명을 죽음으로 내몰면서도 정작 제대로된 AI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나마 올해 6월 조류독감은 주로 초겨울 또는 겨울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통념과 달리 한 여름에 조류독감이 창궐하면서 부랴부랴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그리고 11월 현재까지 정부 스스로 "내놓을 대책은 다 내놨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수많은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9월 7일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AI대책을 보면 전업농장에 CCTV 설치를 확대하고 비상 시 긴급백신 접종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를 위해 지난 9월 조류독감 특별방역을 실시한데 이어,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조류독감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심각’ 단계에 준하는 방역 시스템을 가동하기로 했다. 11월부터는 조류독감(AI) 발생위험을 낮추기 위해 사육 중인 전체 오리(679만 6000수)중 18.9%(128만 7000수)의 사육을 제한한다. 특히 최근 3년 이내 조류독감 2회 발생 농가와 그 500m 이내의 농가 69곳, 철새도래지 등 위험지역내 조류독감 발생 농가 18곳, 강원도 소재 농가 2곳 등 총 89곳의 사육도 제한하기로 했다. 또 11월17일 농림축산식품부 가축방역심의회에서는 살처분 만으로 통제가 어려운 긴급상황 발생 시 링백신과 표적백신 등 긴급백신의 사용하는 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수많은 정부정책에도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것은 정작 현장에서는 기본적인 것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 때문이다. 19일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확진된 고창의 오리 농장의 경우 축사 시설 노누화로 비닐이 찢겨져 있고 야생조류의 분변이 축사 지붕에서 발견됐다. AI 발생 농가는 철새도래지인 동림저수지와 불과 25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작년 최악의 생매장 조류독감을 겪은 지자체나 업계가 조류독감의 위험에 얼마나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며, 대책안 수립과 관리 감독할 정부 또한 탁상 행정에 그친 것은 아니었는지 되묻지 않을수 없다.
토착화, 상재화되는 AI의 변화양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부의 대책도 문제다. 실제 국내에서는 2003년 고병원성 AI가 처음 발생한 이래 격년 주기로 발생하던 양상이 2014년 이후에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대응책들은 구조적 변화 없이 AI발생하면 확산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계절에 따라 발생하던 과거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조류독감 살처분 모습


조류독감의 근본적인 대책을 위한 동물자유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요구
 

 2016년 12월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가 동물자유연대를 비롯한 살처분 공동대책위원회의 요구사항을 낭독하고 있다.
 

2016년 사상 최악의 생매장 살처분이 이루어진 조류독감을 겪으면서 동물자유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아래와 같은 요구사항을 전달하였다.

1.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한 축산 프레임 변경
- 감금틀 사육 폐지 및 동물복지 확대 실시
- 농가당 가축 사육 총량제 도입
2. 조류독감 피해 경감을 위한 축산 시스템 정비
- 사육농가 거리 제한제 도입
- 계열화기업의 방역책임 강화
- 겨울철 가금류 사육 휴업 보상제(휴지기제) 도입
3. 효과적인 방역 시스템의 구축과 살처분 시 동물복지 준수
- 생매장 살처분 중단 및 살처분 방법의 공개
- 예방적 살처분 중단 및 ''링''(Ring)백신의 사용
- 기계적 전파 방지 및 방역체계 강화
- 상시 예방백신 제도의 도입
- 종합적인 역학조사와 방역협의회 조직


근본적인 해법은 밀집, 감금식 사육의 축산 패러다임의 전환
상재화되고 있는 AI의 변화양상은 대응책의 근본적인 변화 역시 요구한다. 그동안의 AI 대응은 발병시 확산을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발생 뒤 뒤쫓는 방식으로는 AI를 막을 수 없을 뿐더러 그 피해는 계속해서 누적될 수 밖에 없다. 이는 AI의 근본적 해법이 발병 자체를 억제하고, 쉽게 확산되지 못하도록 하는 사육방식의 전환에 방점이 찍혀야 함을 의미한다.
마침 2016-2017년 3천8백만 마리의 조류 생매장 살처분이라는 최악의 방역대책으로 곤혹을 치루었던 정부와 지자체는 2017년 여름 예상치 못한 살충제 오염 달걀 파동을 맞으면서 대대적으로 정책을 변경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기존의 배터리 케이지를 복지형 케이지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복지형 케이지도 배터리 케이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감금식 사육이다. 감금된 상태 기계처럼 알만 낳도록 다루어지는 산란계들은 건강하지 않고, 그런 환경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와 접촉하게 되면 산란계들은 바이러스와 싸워보지 못하고, 발병할 수밖에 없다.
감금식 사육이 AI의 발병률을 높인다면, 공장식 밀집 사육은 바이러스가 쉽게 확산되기 용이한 환경을 제공한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파트너십(EAAFP)사무국은 비위생적으로 대량으로 사육하는 공장식 밀집 사육 형태에서는 저병원성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전파될 경우 고병원성으로 변환되어 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하고 있다. 공장식 밀집 사육은 조류독감 전파의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따라서 현 AI에 대응하는 근복적인 변화는 감금식 사육 금지를 통해 가금류들의 면역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지고 사육밀도를 낮춰 바이러스의 확산 및 변이를 막는 것으로 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