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1월 7일은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사망한 ‘마리아주(까미)’의 3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마리아주에게 애도를 전하고자 지난 주부터 추모 메시지를 모집했고, 130여 분이 추모에 동참하였습니다. 잊지 않고 마리아주에게 애도를 전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마리아주의 편안한 휴식을 기원합니다.
아래는 동물자유연대가 마리아주에게 전하는 추모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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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주가 세상을 떠난지 어느새 삼 년이 지났다. 별 것 아닌 일로도 분주한 세상과 이곳에 발붙인 이들은 정작 꼼꼼히 새기며 기억해야할 일은 자주 잊고, 이런 날이 됐을 때에야 문득 놀라며 안부를 챙긴다.
달리는 말의 다리에 로프를 걸고 잡아당겨 강제로 넘어뜨린다는, 직접 보기 전까지 믿기 어려울 만큼 야만적인 방식의 촬영이 실재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뒤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참혹한 죽음은 절대 있어서 안되는 일이었지만, 이미 벌어져 돌이킬 수 없다면 최소한 반복하는 일만은 없어야한다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의 눈 밖에 있었거나 혹은 보고도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말의 생애를 찾아나섰고, 그들의 치열한 일생과 비참한 말로를 줄곧 목격했다. 그리고 그들의 안전과 편안한 여생을 보장하라 다 함께 요구했다.
그 시간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지만, 그 뒤에도 세상은 놀라울 정도로 변함이 없다. 여전히 매년 1,300여 마리 말이 경주마에서 은퇴하고, 그 중 상당수는 행방이 묘연해진다. 그들의 행적을 쫓지 못하는 부실한 이력제 아래에서 폐마 목장이라는 끔찍한 장소가 말 처리 방안으로 공공연하게 활용되고 있다. 마리아주 사망이 알려진 2022년 초반부터 정부가 제작을 약속했던 ‘미디어 출연 동물 보호 가이드라인’은 약속한 시점으로부터 2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제자리걸음만 맴도는 중이다.
쓰러진 마리아주의 처참한 몸부림은 사각지대에 방치되었던 퇴역마의 현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고, 그 슬픈 죽음을 떠올릴 때마다 우리의 눈길은 자연스레 퇴역마를 향한다. 마리아주가 떠난 뒤 그의 이름은 국내 말 산업 아래 착취당하는 모든 말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승마장에서 부상당한 몸으로 사람을 태우던 마리아주,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마차를 끌어야 했던 마리아주, 온몸이 망가져 폐축사에 버려진 채 죽어가던 마리아주… 그 수많은 마리아주 앞에서 우리 사회는 여전히 떳떳하지 못하다.
최근 또 다른 마리아주들이 공주시 폐마 목장에 방치되어 죽거나 병든 채 발견됐다. 무더기로 발견된 말 사체 앞에서 우리 사회는 또 한번 화들짝 놀라며 소란스러워졌다. 이번 소란은 과연 마리아주에게 참회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내년에는 조금 덜 미안한 마음으로 마리아주에게 애도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마리아주가 남긴 숙제를 다시 한번 챙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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