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1일에 있었던 ‘고어전문방’ 선고 공판에서 법원이 피의자에게 징역 4개월, 벌금 100만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물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이를 유희거리로 즐긴 피의자에게 선처를 베푼 법원의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합니다.
올해 초 동물자유연대가 제보를 처음 접하고 증거를 수집하여 고발을 한 뒤 가담자를 찾아 재판에 올리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차마 보는 것 조차 괴로울 만큼 역한 발언과 학대당한 동물들의 사진, 영상으로 도배가 된 채팅방을 수 없이 들여다보며 증거를 모았고, 지금까지 탄원 서명과 여론 조직을 이어왔습니다. 고어전문방 가담자들에게 정당한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일념 뿐이었습니다.
동물혐오자들이 오픈 채팅방을 개설해 범죄를 모의하고 동물 학대 사진과 영상을 공유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 역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고어전문방 가담자들에게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은 순식간에 20만명 넘는 국민들의 동의를 얻었고, 청와대까지 나서 엄정한 수사를 약속했습니다. 경찰은 채팅방에 참여한 80여 명을 찾아내 조사했고, 학대에 직접 가담한 이들을 찾아내 검찰에 기소했습니다. 그 동안 동물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지만, 이번만큼은 합당한 대가를 치르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사건을 지켜보았습니다.
이번 공판의 피고인 이 모씨는 직접 동물을 살해하고 그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 공유한 학대범이었습니다. 그는 척추에 화살을 맞고 움직이지도 못한 채 괴로워하는 고양이를 단도로 베어 죽였습니다. 토끼의 목을 비틀어 죽이고, 포획틀에 감금된 고양이가 공포에 질린 모습을 웃으며 촬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그 사진과 영상을 채팅방에 게시해 다수의 사람과 공유했습니다. 영상에서 피고인은 고통스러워하는 동물을 보며 즐거워했고, 실제로도 ‘동물을 활로 쏘면 도망다니고 소리지르는 모습이 재미있다’라는 메시지를 채팅방에 남겼습니다. 피고인이 고어전문방에 남긴 모든 흔적은 그의 행위가 의도적인 학대임을 입증하고 있었고, 재판부 역시 이를 범죄로 인정했습니다.
지난 9월 공판 시 이 모씨와 그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수렵 면허를 가지고 있어 고통없이 죽이는 방법을 사용했고, 동물을 죽인 것은 사실이나 잔인한 방법은 아니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고양이는 피고인이 가진 수렵 면허로 포획할 수 있는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며, 활을 사용해서 죽인 행위에는 동물에 대한 인도적 고려가 없었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자격법을 사용해 동물을 도살했다’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자격법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도살 방법 중 하나일지라도 동물에 대한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마땅하나, 피고인은 그러한 노력이 없었고 그가 동물을 도살한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그의 범죄 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그럼에도 정작 판결은 지극히 관대했습니다.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고 그 장면을 촬영해 채팅방에 올리며 즐긴 행위를 모두 범죄로 인정한다면서도, 재판부는 그에게 기회를 부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학대범이 범죄를 시인하고 범행 후 동물보호 활동을 하고 있으며 과거 형사처벌을 받은 적 없는 초범이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들었습니다. 더불어 피고인의 나이가 어리고 그가 건전한 사회인으로 거듭나도록 가족들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이유로 그에게 선처를 베풀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올해 1월 고어전문방 사건을 고발하고 세상에 알린 이후로 많은 시민들과 함께 사건의 경과를 지켜보았습니다. ‘어차피 처벌 안받을 것’이라며 비웃던 채팅방 참여자들의 자신만만한 장담에 보란 듯이 사법부가 사회 정의 실현에 앞장서리라 기대했습니다. 시민들 역시 같은 기대를 품고 탄원 서명, 청원 동의 등 저마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에 동참하며 사법부의 판결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시민들의 선량한 기대를 저버리고 범죄자에게 기회를 부여했습니다.
이번 공판은 비단 이 모씨 한 명만을 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재판부는 엄중한 처벌을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들어있는 동물혐오자들과 학대범들에게까지 경종을 울리고 사회 정의를 바로세워야 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범죄자의 편에 서서 국민들을 좌절케 만든 재판부의 판결에 깊은 절망을 느낍니다.
지난 17일,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은 재판부의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학대자들에게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드리워 범죄를 막아세우기는 커녕 그들의 손에 면죄부를 쥐어준 재판부의 판결을 강력히 규탄합니다. 더불어 2심에서는 피고인에게 구형된 법정최고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