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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에도 구조가 가능할까요
- 2013.08.16
안녕하세요? 동물자유연대 후원회원입니다. 오래전에 동물자유연대의 도움으로 방치되어 있던 개를 구조한 적이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번에도 죄송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문의 드립니다. 3년전부터인가 제가 사는 아파트 화단, 정확히는 아파트 건물 뒷벽 사람들의 왕래가 없는 외진 곳에 케이지가 하나 놓였고 그 안에 개 두마리가 갇혀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같은 동의 할머니가 키우시는 거라고 했습니다. 아파트 화단에 개를 키우는 것부터가 주민들의 원성을 살 일이다보니, 할머니는 개들이 보이지 않도록 겨울에는 물론 다른 계절에도 케이지에 비닐이며 헌 요가 매트며 온갖 거적을 뒤집어 씌워놓고는 하루에 1번 정도 잔반과 물을 가져다 주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 개들은 내내 좁은 케이지에 두 마리가 비좁게 갇혀 햇빛 한 점 보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제가 가끔 그 앞을 서성여보면 처음에는 짖는 소리에 힘이 있었지만 차차 힘이 떨어져가서 작년부터는 반응도 거의 없더군요. 그 개들을 어찌해야 하나, 몇년동안 참 고민 많이 되고 가슴도 아팠습니다. 일단 견주인 할머니가 본인이 개들을 잘 돌보고 있다고 여기니 다른 말을 해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얼마전에 보니 개들이 케이지, 거적들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전 할머니가 주민들의 원성을 못이겨 보다 환경이 좋은 데로 개들을 양도했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길에서 할머니를 마주쳤는데, 주민들의 원성 때문에 개들을 옮긴 건 맞는데 다른 주인에게 준 것이 아니고 근처 초등학교 뒷산에 케이지를 갖다 놓았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할머니가 하루에 1번 잔반을 가져다 주고요. 게다가 케이지를 갖다놓은 땅의 주인(사실은 국유지라 땅의 소유주는 아니고 먼저 점거한 이)이 할머니에게 땅 사용료를 더 내놓으라고 하면서 안 내놓으면 개들을 죽이겠다고 목매달기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할머니 말로는 본인이 땅 주인에게 300만원을 이미 주었는데 땅 주인이 1000만원을 달라고 한다는 둥, 그래서 본인이 사진기를 갖다가 놓았다는 둥 합니다. 전 사실 그 할머니에게 약간 치매기가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다른 이웃을 통해 듣기로는 시골 어딘가에 '보신탕용 개들'을 맡겨 사육해서 팔아 짭짤한 수입을 얻는다고 할머니 본인이 자랑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저만이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 누구라도 붙잡고 말을 거는데 좀 응대해주면 끝없이 말씀을 하십니다. .
오늘은 제가 먼저 개들의 안부를 물었으니 할머니가 신이 나서 길게 말씀하시는데, 돈 300만원, 1000만원 건은 잘 모르겠지만 그 개들이 땅 주인과의 시비거리가 되어 목숨이 위태로운 건 사실인 듯했습니다. 땅 주인이 그 개들을 몽둥이로 때렸다, 개장에서 끌어내어 목을 매다는 걸 본인이 싸워서 말렸다는 장면을 몸짓 섞어 재현하는데 정말 일어난 일로 느껴졌습니다. 땅 주인 입장에서는 자기 땅에 할머니가 어느날 갑자기 지저분한 개륻을 두 마리나 가져다 놓으나 귀찮고 화가 났는지도 모르죠.
오늘 저는 할머니에게 참고 참았던 말씀을 드렸죠. "할머니, 그 개들을 차라리 잘 키울 사람에게 주세요." "그런 사람이 어디있어? 줄 데가 없어." "동물보호단체 알아보셨어요?" 그런 데서 데라가면 죽여." "안 그런 데도 있을 텐데요." "잉? 안 죽이는 데 있으면 좀 알아봐줘. 부탁해."
3년전쯤에는 그 개들을 잘 돌보는 당당한 소유주로 자처하던 할머니도 이젠 지치셨나 봅니다. 적당한 인수자만 나타나면 기꺼이 소유권을 포기하실 것 같았습니다.
오늘 들은 이야기이니 제가 개들이 가있는 초등학교 뒷산을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직장이 서울에 있다 보니 주중에는 직장 근처에 머물고 주말에만 집에 오기 때문에 상황을 보다 면밀히 파악하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해 보이는 것은, 그 할머니가 더이상 개들을 지킬 수 없고 그 개들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입니다. 그 할머니 해가 갈수록 허리도 점점 더 구부러지고 정신도 흐려집니다. 땅주인이 개들을 몰래 죽이지 못하도록 개장 옆에 사진기를 갖다 놓았다는데 어떤 사진기를 갖다 놓았다는 것일까요?
동물자유연대에 구조 요청이 쇄도하고, 활동가께서 얼마나 바쁠실 줄 잘 압니다. 활동가께 맡기지 말고 학대받는 동물을 발견한 사람이 직접 그 동물을 구조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듯이 제가 주말에만 집에 오는 탓도 있고, 또한 개를 두 마리나 더 기를 형편이 안 됩니다. (저는 반려견이 있는데 주중에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시는 어머니께 맡겨 놓습니다. 저희 어머니 연로하셔서 반려견 1마리도 힘들어 하세요.)
이런 경우에도 목숨이 위태로운 그 개 2마리, 평생 좁은 케이지에 갇혀 햇살이나 바람 한번 맘껏 쐬지 못했던 그 가엾은 생명들을 구할 방도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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