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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이 학대없는세상이 올지..

[문화비전] ‘교육’빙자한 子女학대

약한 아이들에게 분풀이…악착스러움보다 동심을


5년 전, 난 지 두 달된 강아지가 몇 다리 거쳐 우리집에 왔다. 마당 있는 집을 떠나 산 지 30년 만에 처음 개를 길러보기로 했는데 이 강아지가 좀 특이했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부르면 다가오지 않을 뿐 아니라 잡으려들면 뒷걸음질치는 것이다. 나중에야 이유을 알게 되었다. 먼저 있던 집에서 온 식구가 하루 종일 집을 비운 동안 똥오줌 가리기를 배우지 못한 어린 것이 카펫에 여기저기 싸고 돌아다니자 가정부가 신경질나는 대로 두들겨 팬 것이다. 결국 양자택일하라는 가정부의 선언에 강아지는 쫓겨났고 사람 앞에서 뒷걸음질치는 버릇이 그새 굳어진 것이다.

지금 다섯 살이 된 이 개는 주인이 외출했다 돌아오면 반가워 뛰면서도 여전히 부르면 오지 않고 다가가면 뒷걸음질친다. 나는 우리집 개를 보면 어려서 당한 것이 이렇게 오래가는가 놀라게 되고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즈음 아동학대가 어찌 이리도 심하단 말인가? 때리고 굶기고 던지고 납치하고 성폭행하고 급기야 목숨을 빼앗는다. 극악무도함 중에 가장 악질적인 것이 어린 아이를 학대하는 일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해도 되는지 모르지만, 아니 해서는 안 되겠지만 아동을 죽인 자는 그들이 행한 방법 그대로 사형에 처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아이들이 당한 것을 느껴보지 못한 채 ‘편하게’ 사형에 처해지면 안 될 것 같다. 그리하여 마음속으로 나는 얼마나 많은 악독한 것들을 때려죽이고 굶겨죽였는지 모른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이 분노하니 그나마 다행한 일이나 원인 분석은 잘하지 않는 것 같다. 아동학대가 비겁한 행위인 이유는 그것이 가장 약한 곳에 행해지는 일종의 분풀이이기 때문이다. 의붓자식이라는 이유로 굶기고 때려죽이는 직접적 증오심 외에 카드 빚 같은 사회적 스트레스가 남의 자식을 납치해 죽이고 동반 자살이라는 방법으로 자기 자식을 죽인다. 각박한 사회가 지속되는 한 아동학대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드러난 범죄는 경찰에 추적이라도 받지만 누구도 범죄로 생각하지 않는 아동학대가 있다. 바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게다가 ‘자식 잘되라는’ 이유로 부모의 손으로 자행되는 그것이다. 이제 겨우 글자를 읽게 된 아이를 한시도 쉴 틈 없이 학원에 묶어놓는 부모. 신흥종교인 ‘영어교(敎)’의 신도가 되어 어린 아이를 가족에게서 떨어트려 먼 곳에 귀양보내는 부모. 수능 때문에 자살이 속출하고 생존에 과연 필요한 것인지 의심되는 허망한 ‘성적’이라는 것 때문에 청소년들은 끊임없이 상처받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상처는 사람으로 치면 이미 오래 전에 성인이 된 우리집 개의 경우처럼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

현재 한국의 어른들은 동심보다는 악착스러움을 배우며 자라야 했다. 그 악착스러움이 한국 경제를 빨리 일으켰는지 모르나 얻은 것 뒷면에 잃은 것도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잃은 것 중 하나가 아동에 대한 무신경이고 그것이 아동학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적어도 어린 세대만은 이 각박한 스트레스에서 의식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그러고 보면 일제 강점기에 민족 해방의 실마리를 어린이에 대한 사랑에서 찾으려 하였던 방정환(方定煥) 선생이 얼마나 위대한 사상가였는가를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조성진·오페라연출가)




댓글

이경숙 2004.02.25

정말...가슴 답답한 일이 한둘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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