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게시판
동물자유연대가 꿈꾸는 '동물에게 더 나은 세상'
후원회원님들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 서해숙
- |
- 2004.06.11
동물을 좋아해 이곳에 모인 분들 누구나 한 번 이상 겪어봤을 상황이 제게도 결국 닥치고 말았습니다.
유난히 유기견을 자주보는 몇몇 분들에 비해 제 눈앞에 그리 모습을 나타내지 않기에 더더욱 눈과 귀를 꼬옥 막고 조심히(?) 다녔건만..
며칠전 엄마가 취미로 가꾸던 집 근처 텃밭에 왠 시커먼 유기견 한마리가 떠돌아 다니길래 먹을걸 줬더니 허겁지겁 얻어먹고 나서 엄마를 자꾸 따라다닌다는 얘길 하시더군요. 그날도 맘이 좀 걸렸는데 담날 저희 엄마가 밭에 가보니 그 개가 하루종일 엄마를 기다리고 있더랍니다. 다른사람들이 말하길 밭에서 엄마를 계속 찾는 눈치더랍니다. 그 이후로 저희 엄마를 목숨걸고 따라다니기에 도저히 떼어놓을 방법이 없어 다급한 엄마가 저한테 전화를 하시더라구요. 전 일단 그 개를 집으로 데려오라고 얘길 했지만 엄마가 크기도 만만찮은 발바리 인데다 집으로 데려오는건 절대불가라며 못을 박기에 그럼 구청에 전화를 하던 맘대로 하라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하루종일 기분이 찜찜해 집에 갔더니 엄마가 도저히 개를 떼어 낼수가 없는데다 개가 너무 불안해하며 쫒아다녀 미칠지경이라 일단 개를 밭에 묶어놓고 구청으로 전화를 해보니 직원이 너무 난감해하며 저희 엄마께 사정을
하더랍니다. 입양 공고 낼 며칠만이라도 데리고 있어달라고.. 그래도 나몰라라 하는 분위기는 아니라 다행스러웠지만 그쪽에서도 상당히 골치가 아픈 부분이라 해결책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며 신고자의 협조를 구하더랍니다.
그치만 저희 엄마 입장에서는 개를 밭에 묶어 놓은 상황에서(풀어놓으면 미친듯이 쫒아오기에..) 맘편히 아무데도 움직이지를 못하고 게다가 집에 데리고 오는건 불가하다고 못을 박기만 하니..
집에 데려올 수 없다면 얘기 끝난거 아니나며 저역시 답을 줄수 없음을 강력히 얘기했지만 저보다 엄마가 답답하긴 더하겠지요.
해결방안이 없는 얘길 듣는게 너무 힘들어서 며칠 일부러 엄마를 피해다녔습니다. 그치만 새벽에 출근하는 저를 붙잡고 기어이 하소연을 하시는겁니다. 개가 묶어 놓은 상황을 오히려 안심하며 줄만 풀르려 하면 기겁을 하며 놀랜다고..
그 땡볕에 묶여 있는데도.. 그 얘길 듣고 출근을 하는데 맘이 어찌나 찢어지던지..
다른일을 하고 있으면 잊고 지내지만 순간순간 그 개 생각만 하면 마음에 돌덩이가 밖힌듯 저를 짓누릅니다.
엄마도 제가 어떻게 해결해 주기를 바라시겠지만 이곳분들이 무책임하게 유기견을 데려다 놓고 끝내려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같은맘으로 저도 저희 엄마를 바라볼수밖에요. 최종적으로 집으로 데려와서 제가 입양을 알아보겠다고 다시한번 얘길 꺼냈지만 엄마외에도 다른 가족들의 동의 얻기는 불가능하다며 말도 꺼내지 말라는 대답을 듣고 제가 던진 말은 구청에 보내서 며칠 더 불쌍한 생명 연장시키느니 그냥 엄마가 동물병원에서 안락사시키라며 화를 내 버렸습니다.
아직 그 개 얼굴도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그녀석을 보고 만약 책임질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평생 마음의 짐으로 남길게 뻔하니 도저히 보러 갈 엄두가 생기지 않습니다.
땡볕아래에서.. 그 무서운 공터에서 며칠밤을 혼자 지내도 좋은 주인을 만났다고 안심하고 있을 그녀석을 생각하면..
세상엔 마음만으로 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다는 자책감에 머리가 천근만근입니다.
저희 엄마가 강력하게 얘기를 해서 구청에서 데리러 나올 준비는 되어 있는듯 합니다.
구청에선 입양공고를 내어 시골..농장.. 이런곳에 분양을 보낸다고 하더랍니다. 그치만 이런 시커먼 발바리에게 과연 그런 행운이 돌아올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그나마 그런 얘기라도 해주니 보내는 사람 입장에선 조금의 짐은 덜어주긴 하겠죠.
안락사..따위의 말은 한 적 없다고 하니..
사무실로 전화해 간사님께 조언을 구해보기도 했지만 지금 이런 글을 쓰면서도 동자련이나 혹여 오산에 이녀석을 보내려는 생각은 추호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엄마와 조금 더 의논해보고 도저히 답이 없으면 구청으로 연락을 취함을 최종적인 결론으로 내리고 있습니다.
그냥 저만의 평생의 짐으로 남기는것이 미래의 더 큰일을 위한 결정이라고 제 맘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뿐 아니라 동자련분들도 계속 제 2,제 3의 바롱이(엄마가 지어준 그녀석 이름입니다)를 어디선가 우연히 끊임없이 만나게 되겠죠.
그때마다 우리는 어떤 맘가짐.. 어떤 행동으로 순간을 대처해나가야 할까요.
제가 제일 걱정되는건..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들만의 숙제가 되어버리는건 아니겠죠?
- 8
- |
- 173
- |
- 0
박경화 2004.06.13
해숙님 맘... 넘넘 이해되죠... 그렇게 외면하게 되는 현실이 가슴아프고... 이것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답답하고... 문화가 바뀌도록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라는 거 외에 당장의 대책이 없음에 쓰리네요.
김종필 2004.06.12
녀석...마음만 답답하고 찡 하네요...
안혜성 2004.06.12
제생각에도 일단 텃밭에 햇빛이라도 피할수 있는 집을 가져다 주시고. 물이랑 밥을 주시면서 입양처를 알아보심이 어떨까 싶기도 하네요. 떠돌이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더위에 묶여서 안심을 할까...싶어 마음이 찢어지네요,해숙님 마음이 더 하실텐데....
양미화 2004.06.12
제 생각에도 구청에 보내느니 떠돌이로 살라고 하는것이 나은것 같애요.그리고 밥은 주시구요. 보름전엔가 하얀푸들 한마리를 봤어요. 순간 떠오른 생각이 뭔줄 아세요. 불쌍하다 뭐 이런 생각도 있었지만, 그때 요키주웠을때가 생각나는 거에요. 그래서 모른척 외면 했습니다. 구청에 보내서 안락사 되느니 혹시 좋은 사람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제는 동네 아는 아줌마가 갈색푸들을 주웠다고 보러오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그 주운 아줌마가 주인 안나타나면 기르고 싶다고 이름까지 지어놓으셨더라구요. 일단 제가 얘기해서 동물병원들에는 연락처 남겼는데, 찾을지 모르겠네요. 새벽에는 어미갈색푸들하고 둘이 다녔다고 사람들이 그러더라는데, 그아줌마가 봤을때는 그개뿐이였다고 하더라구요. 아무튼 무조건 외면하는 것도 참 마음아픈일이네요.
구남연 2004.06.12
줄을 풀으려고 하면 더 불안해한다니,저는 이제 살길을 찿았다고 안심하는 모양이 더욱 마음이 아프네요. 주제넘게 들리실까 몇번이나 리플다는걸 망설였습니다. 제 생각엔 집에 데려오실 수 없으시면 그 텃밭에 개집하나 들여놓고 키우시면서 입양처를 알아보시는건 안될런지요. 유기견을 보면 눈 질끈 감고 싶은게 현실이지만 ,그래도 외면해버려 두고두고 마음의 짐을 갖느니 .일단은 부딪혀보셨으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구청에 보내실바엔 차라리 그냥 풀어 놔 주시는게 더 낫지 않을까요??? 시간은 걸려도 길은 반드시 있었던것 같아요.
홍현신 2004.06.11
어떤 맘인지 잘 알지요... 언제가지 밑빠진 독에 물을 부어야 할지.. 책임감 없이 동물들을 버려두는 사람들 밑닦아 주는 일을 언제 까지 해야할지.. 이건 단지 동정심이나 희생정신 만으로는 버틸수 없는 거죠.. 그래서 동자련 회원이 된 거구요.. 유기견 보호하고 입양 주선하는 것 말고도 상황과 근본을 바꿔보자고.. 하지만 지금 바롱이가 낮엔 땡볕에 있고 밤엔 공터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 마디마디가 저리도록 맘 아픈거죠.. 지금은 그렇것 같아요.. 구청에서 현행 제도 상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도록 만들기 + 우리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 혼자 짊어 질 수도 없고 행정적 책임만을 떠 넘겨서도 안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야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그 생명에게 하루는 아주 중요하잖아요. 일단 땡볕과 비라도 피할 수 있는 집이던 천막이던 그런게 필요 할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운명은 가족과 구청이 함께 결론을 내게 되겠지요..
조지희 2004.06.11
별난 사람들도 아닌데..우리들, 정말 평범하게 살기 힘들죠..ㅜ_ㅜ
이현숙 2004.06.11
정말 옳은 판단을 내릴 수가 없는...이건 아닌데..싶으면서도 지금은 일단 눈감아야하는 일들이 우리 마음을 짓누리지요, 그래서 그저 눈감고싶어지는..ㅠ.ㅠ 마음 힘드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