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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펌] 개고기논쟁과 동물권3

개고기, 식탁의 윤리는 있는가

민족주의와 생태주의가 강력히 충돌하는 제2라운드 논쟁
사육방식의 비윤리성 지적하는 “식용금지 명문화” 목소리 높아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지난 8월1일 경기 양평의 한 개 농장. 안개비가 내리는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 슈나우저와 발바리 두 마리가 농장 정문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발바리는 다리를 심하게 절다가 1분에 서너 차례씩 몸을 부들부들 떨며 경련을 일으켰다.

왜 끝까지 사육장을 숨기려 했을까

“좀 깨끗한 사육장에 가보라니깐요. 이런 곳을 보면 개고기에 대한 인식만 안 좋아져요.”

개 사육장 안에 들어가보겠다는 취재진의 요청에 농장 주인인 김아무개(40)씨는 한사코 고개를 저었다. 사육장은 간밤에 내린 비로 물이 차 있었고, 여기저기 건축 폐자재들이 흩어져 있었다.

정문을 지키는 슈나우저와 발바리는 운이 좋은 견공들이다. 슈나우저는 1만원짜리 미용을 한 뒤, 애완견으로 팔기 위해 개 경매장에 보내질 참이다. 하지만 정문 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뜰장(철제 그물 위에 개가 살고 그 아래로 배설물이 떨어지는 철장)에는 누렁이뿐만 아니라 애완견인 코커스패니얼, 포인터도 보였다. 죽을 날이 언제인지 기약할 수 없는 놈들이다.

“개고기면 한데 개고기지, 뭐. 대부분 개 농장은 애견, 육견, 종견 구분 않고 키워요. 저것들이 한데 섞여 개고기로 팔려요.”

개 도살은 뜰장 바로 옆에서 이뤄진다. 청계천 중앙시장에서 맞춤 제작한 전기충격기로 급사시킨 뒤 가죽을 벗겨내고 부탄가스를 연결한 토치로 그을린다.

“개가 도살될 때 내는 신음하는 소리를 들은 개들은 옆 친구들이 죽고 있는 줄 잘 안다고…. 그래서 ‘깽깽’ 하고 함께 신음소리를 내요. 그래도 나는 다른 개들 보이지 않게 도살하지….”

50여 마리를 키우는 그는 개 경매장에서 애견센터로 팔리지 못한 개들을 싼값에 떼온다. 경매장에서 100마리가 나오면 애견으로 팔려가는 개들은 10마리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는 모두 개고깃감이다. 그는 한근당 4천~5천원에 사와 개인이나 보신탕집에 5천~6천원에 판다.

김씨의 농장에서 1km가량 떨어진 다른 육견 농장에 찾아가보니, 김씨가 끝까지 사육장을 숨기려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누렁이와 애완견 3~7마리가 0.5평가량의 뜰장에 움직일 틈도 없이 갇혀 있었고, 뜰장 아래로 20㎝가량 쌓인 배설물에는 검은 파리떼가 앉아 있었다. 농장에서 태어난 개들은 애견으로 팔리지 않는 이상 평생 뛰어다닐 기회가 없다. 가끔 중간상인의 트럭 짐칸에 실려 세상 구경을 할 뿐 0.5평의 뜰장 안에서 일생을 마친다.

식탁 윤리의 기반에는 동물 윤리가 있다. 먹는 데 있어서의 윤리를 좀더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사람들은, 비윤리적인 사육 방식 때문에 개고기를 거부한다. 식용견 사육의 동물 윤리는 완전히 난맥상이다. 항생제 주입, 과밀화된 사육장, 소독약 투여 등 기존 소·돼지·닭 등의 사육 방식에서 빚어지는 윤리적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더욱이 법적 관리장치가 없는 개 사육은 더욱 심하다.

전북 남원에서 개 농장을 경영하는 윤아무개(36)씨. 그는 친환경적인 사육환경에서 ‘웰빙 개고기’를 생산한다. 0.4~0.5평 정도 되는 깨끗한 뜰장에 1~3마리를 넣고, 짬밥에 목초액·미생물 등을 타 먹인다. 하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개들은 이상행동을 보인다.

개가 개고기 먹으며 크기도

“좋은 육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방기가 많으면 짬밥 양을 줄여요. 그러면 굶주린 개들이 서로 밥그릇을 두고 싸우죠. 가장 힘이 약한 개는 물어뜯겨 죽어요. 아침에 가보면 죽은 개의 살점이 덩어리째 뜯겨나가 있어요. 개가 개를 먹은 거예요.”

서열짓기에 몰입하고 전투성이 강한 늑대의 육식 본성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송민형 수원 고려동물병원장은 “현재와 같은 농장 사육환경이라면 개가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며 “사람도 그런 곳에 가둬놓고 키운다면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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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의 한 개 농장. 좁은 뜰장에 많은 수를 키우다 보면, 개들은 이상행동을 보인다. (사진/ 윤운식 기자)




사실 개의 축산 사육이 가능하냐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 최대 개체를 최소 공간에 수용함으로써 최대 이익을 얻는 현대적 축산 방식인 ‘공장식 축산’이 개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개는 소나 돼지와 달리 활동성이 강한 동물이라 한 마리당 10평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다. 미국 동물복지법에 따라 콜로라도주 유기견 보호소가 마련한 규정을 보면, 체장(코끝~꼬리 시작점) 60㎝, 체고(바닥~어깨) 40㎝인 개 한 마리는 4.13평의 공간을 내주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림부 고시를 봐도, 누렁이보다 조금 크고 활동성은 작은 비육돈도 한 마리당 0.3평의 공간을 내줘야 한다. 송 원장은 “개를 건강하게 사육하려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소를 키우는 것처럼 방목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리처럼 좁은 나라에서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런 공장식 축산 환경에서 개는 수도 없이 죽어나간다. 윤씨는 “500마리 가운데 종견이 100마리 정도였는데, 한해 새끼를 10~11마리 낳았다”며 “항생제와 마이신을 먹이지 않으니까 많이 죽는다. 죽은 개는 일일이 파묻을 수도 없고 해서 다시 짬밥에 섞어 먹이로 주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다른 농장의 개들은 식탁에 오르기까지 각종 항생제 주사와 파보바이러스장염·기관지염을 퇴치하는 마이신들을 먹고 산다.


개고기 먹다가 전자칩을 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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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고기를 합법화해서 위생상 안전을 기하자는 주장과 더이상 식용 동물을 추가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보신탕 집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 (사진/ 한겨레 김진수 기자)



개 농장도 최근 대규모화하고 있다. 한 개고기 업체는 자사 브랜드를 가지고 경기와 충북 일대에서 5곳의 보신탕집을 직영한다. 농장은 다른 곳과 달리 폐수처리 시설도 설치했고, 1만평의 사육장에 8천~1만 마리가 살 정도로 큰 규모다. 이 농장 관계자는 “사람이 차를 타고 다니면서 호스로 짬밥을 넣어준다”며 “개는 사람과의 접촉이 필요한 동물이라 소나 돼지처럼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생제를 쓰지 않는다는 이 사육장에서도 육견의 30% 정도가 제대로 크지 못하고 죽는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지난 3월 국무조정실에서 발표한 ‘개 등 동물의 보호 및 위생관리 방안’을 개고기 합법화의 전조로 보고 있다. 이 방안은 병든 개의 식육 유통과 냉동·냉장 보관상태 등 음식점 위생 점검과 개 도축장 등을 폐수배출 시설로 신고하도록 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올해 안에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어떤 방식으로든 개고기 문제의 전환점이 될 조짐이다. 이 법은 개고기를 ‘반려동물’로 규정하는 한편, 일정의 등록비를 내고 개의 정보가 담긴 전자 칩을 체내에 주입하는 ‘애완동물등록제’를 시행토록 하고 있다. 유기견이 대부분 개고기로 유통되는 난맥상을 볼 때, 개고기를 먹다가 전자 칩을 씹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쩔 수 없이 개들이 법적으로 애완견과 식용견으로 구분돼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물단체들은 “결국 개고기를 합법화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개고기 식용 금지를 동물보호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고기 합법화는 양날의 칼이다. 이대로 놔두면 비위생적·반환경적인 문제점이 극에 달해 국민 건강을 위협할 터이고, 합법화되면 공장식 사육장이 급격하게 늘어나 문제점이 제도화될 우려가 있다.

‘개고기 전문가’로 알려진 안용근 충청대 교수는 “육견농장은 대부분 영세업자가 운영해 시설환경이 열악한 형편”이라며 “개고기를 법의 테두리 안에 넣고 환경규제를 강화해 국민 건강의 향상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원복 동물보호연합 대표는 “개고기를 반대하는 이유는 생명윤리 차원에서 (육식을 위한) 축산동물을 하나라도 추가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며 “개고기를 합법화하면 공장식 사육으로 인해 생겨나는 과밀화 등 동물 윤리 문제와 광우병 등에서 보이는 식탁 안전 문제를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댓글

신순영 2005.08.12

이런 문제가 언제나 사라지는날이 오려나....휴~아예 개고기란 말이 없어진 세상이 빨리 왓음 좋겟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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