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사리 생산한 고구마를 먹어치우거나 가을걷이를 앞둔 농부의 억장을 무너뜨린다고 해도, 그게 어디 멧돼지만의 잘못일까요? 멧돼지가 사는 산 구석까지 밭을 갈고 과수원을 내는 인간의 무분별함도 돌아봐야 합니다. 그곳은 원래 자연의 터전이었습니다.”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박병상 대표(동물생태학 박사)는 멧돼지를 죽이는 것에 대해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농작물 피해도 안타깝지만, 무엇보다 멧돼지에겐 생명이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선 도시든 어디든 동물이 지나가는 자리는 반드시 표시를 하고, 동물들을 배려하고 있습니다. 그게 그들의 상식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멧돼지의 공간마저 잠식해 들어간데다 이동통로마저 차단해버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는 포획이란 간단한 해결책보다, 둘러가더라도 공존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멧돼지가 도시로 내려오지 못하게 망과 펜스를 치거나, 먹이가 부족해 농가의 밭을 뒤집는다면 산 위에 먹이를 놓아주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멧돼지가 놀라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마을 주민들에게 대처요령 등을 교육시키는 방법 등도 제시했다. 만약 그래도 도시에 내려온다면 그때 다시 고민해도 늦지 않다는 말이다.
물론 박대표 역시 천적이 사라진 지금, 멧돼지의 개체수 조절을 인간이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확한 실태조사가 한번이라도 제대로 이뤄진 적이 있었냐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막연히 멧돼지가 도시에 내려오니 죽여야 한다는 주장은 곤란합니다. 멧돼지가 늘었다면 얼마나 늘었고, 그에 따라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 보다 신중한 연구와 토론이 필요합니다.”
멧돼지의 출몰이 단발성 사건으로 끝날 것 같지 않은 지금, 사람도 동물이고 동물도 사람과 같은 생명을 지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정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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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2005.11.11
그러게요..요즘 냥이네에서도 수렵협회 사람들 판을 쳐서 물의를 일으켜 강퇴 당했거든요..길냥이에게까지 총질하고픈 모양이더군요..갖다붙이는거 워낙 잘하는 족속들인거 알고 있었지만 참 어이가 없었다는..
조희경 2005.11.10
수렵관리협회는 요즘 아주 신났어요. 꼴 뵈기 시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