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게시판
동물자유연대가 꿈꾸는 '동물에게 더 나은 세상'
후원회원님들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 김지연
- |
- 2023.05.18
며칠 전 동자연에서 문자가 왔더라구요.
아이들의 곳간이 비어 내발에서 후원을 해준다고 하니 원하는 사람은 기부용제품을 사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곳간이 비었다는 말을 듣고 링크를 타고 들어갔습니다. 기부용제품이 3가지가 있더라구요.
당연히 아이들이 먹을 사료가 없다고 하니 구매를 해야 할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을 하고 창을 닫았습니다.
'곳간이 비어서 걱정이 심할 정도의 상황일까?
그렇다면 선택의 여지가 저렇게 좁은 내용을 문자로 보냈을까?
혹시 내발의 홍보를 위한 문자인걸까? 아니면 여기 아이들은 내발정도의 수준의 사료만을 먹는다는건가?
아니면 곳간이 비었다는 말은 진실일까? 만약 그것이 사실이어도 문제고, 사실이 아니어도 문제다.
어쩌면 나의 후원은 너무 미비해서 의미가 없을수도 있겠다. 내발수준의 사료와 간식이 아니면 의미가 없겠구나.
어쩌면 나의 상황보다 나은 곳일 수 있겠구나.
정말 내발의 후원을 받고 진행을 했다면 곳간이 비었다는 표현은 하지 않으면 좋았을 듯 싶다.
곳간이 비어서 정말 걱정이었다면 곳간이 비었다는 표현만 보냈으면 좋았을 듯 싶다.'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라 사료 값과 사료 등급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데, 그 문자를 읽고 "아...나는 후원을 하면 안되는 사람이구나. 나에게 내발은 나름 비싼사료라고 생각했는데 저 정도는 해야 후원이라고 할 수 있는거구나."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물론 선뜻 부담없이 기쁜마음으로 사료를 후원해주실 분이 오히려 더 많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 저 같은 개인 후원자들은 그런 문자를 받으면 제 성의가 참 의미없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글을 쓰는 이유는, 다음에는 저같은 미비한 개인 후원자도 배려해 주셨으면 해서 입니다.
그리고, 이 글이 제 개인적인 푸념을 널어놓은 글로 이해되지 않길 바랍니다.
에바를 예뻐하고 제가 에바를 후원하는것에 대해 자부심도 있었는데, 제 성의가 더 이상 필요치 않아 보이는 것이라 후원을 종료하며 마지막으로 에바를 위해 글을 쓰는 것입니다.
그 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후원을 할 수 있던것에 감사드립니다. *^^*
- 1
- |
- 53
- |
- 1
온센터 2023.05.18
안녕하세요, 회원님. 이번 사료 후원을 기획하고 진행한 온센터 윤정임센터장입니다. 먼저 회원님께서 주신 의견 집중하여 읽고 이번 캠페인을 실행하며 회원님들의 마음을 미쳐 헤아리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지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동물보호소에는 필요한 물품들이 참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매일 필요한, 없어서는 안되는 물품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사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입사한 2007년에는 모든 것이 다 부족했는데 동물 돌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료 수급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단체를 운영할 운영비부터 동물병원비, 동물들의 쉼터 유지비도 겨우 마련할 정도로 후원금이 적어서 사료는 어떻게 해서든 사료회사에서 기부를 받아야지만 단체를 존립시킬 수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사료를 비정기적으로 후원 받기는 했으나 이는 안정적으로 동물을 돌보기에 부족했고 아픈 동물이 많은 보호소에 적당한 사료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여러군데 사료회사에 매달 정기적으로 사료를 후원해 줄 수 있으냐 요청을 했는데 유일하게 내추럴발란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때 내추럴발란스 사료는 지금보다 더 고가의 사료였고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천군만마를 얻은 기쁨이었습니다. 이것을 인연으로 약 15년간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매달 정기기부를 해주고 있습니다. 온센터에 보호동물 수가 급증하며 전량을 기부해줄 수 없는 것을 미안해 하는, 저희 단체와는 오래된 동지입니다. 영양제, 소독제 등 다른 후원사도 적극적으로 소개해 주고요. 그렇다고 생색을 내거나 홍보를 요청하지도 않아서 이것은 기업의 신념이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추럴발란스를 홍보하고자 기획한 캠페인은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물론 지금은 사료를 후원금으로 장만하지 못할 상황이 아닙니다. 10여년간 시민 의식도 단체의 역량도 많이 커졌으니까요. 다만 저희는 회원님들의 후원금을 적재적소에 사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사료를 후원 받는 것은 활동가들의 노력과 설득으로 가능한 일이기에 사료를 사기 위한 비용으로 후원금을 고정적으로 쓰는 것은 경계하고 있습니다. 동물을 돌보고 있는 온센터의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회원님들의 후원금은 발품과 설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동물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시설, 학대 받은 동물들이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돌봄 활동, 그리고 고가의 비용이 드는 병원비, 약제비, 처방식 등에 쓰여지는 것이 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료 기부 캠페인은 예년과 다르게 봄철 사료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고 마땅한 기부처를 찾지 못해 4월에 내추럴발란스를 통해 원가로 사료 1톤을 구매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원가 이하로 구매가를 책정해서 손해가 나는 부분은 내추럴발란스에서 감당하고 5개월 이상 소모량을 비축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다행이도 최근 많은 회원님들께서 간식을 구매하여 보내주시기 때문에 간식 대신 사료기부로 동참해 주십사 했던 것입니다. 소비자가로는 300마리 가까운 동물들에게 먹이기 부담스러운 금액의 사료이나 이번 캠페인에서 1KG에 3800원으로 낮은 가격이어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회원님께서 생각하시는 답변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일말의 오해라도 풀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글을 쓰며 사료가 없어 절박했던 마음과 외로운 보호소 동물들에게 가족이 있는 동물들이 먹는 좋은 사료를 주고 싶어 고군분투했던 '나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그시절 그때가 떠오릅니다. 아.. 저야말로 푸념이 된 것 같네요 ㅠ 회원님. 회원님의 신념과는 다른 방향으로 실망하여 후원을 중단하시지만 그 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후원하셨던 인연은 끊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동물들이 존엄한 생명으로 존중 받고 나아가 자유의지로 한 세상 즐겁게 살다 갈 수 있는 세상을 같이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