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미용학원의 실태가 드러났다. 실습견 다수에게서 신체 부위가 잘리거나 제왕절개 흔적이 발견되는 등 심각한 동물 학대 정황이 확인되면서 동물미용학원과 동물생산·판매 전반에 걸쳐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9월 11일 세종시의 한 미용학원에서 실습에 이용되던 개 53마리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구조 당시 개들의 상태는 참혹했다. 온몸과 털이 배설물로 오염되어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개, 턱뼈가 골절돼 입을 다물지 못하거나 한쪽 눈을 뜨지 못하는 개도 있었다. 반면 일부 개체는 털상태가 말끔했는데, 단체는 이들이 미용실습에 이용된 개들이라고 설명했다.
○ 동물자유연대는 이번에 구조한 개들의 몸에서 실습과 번식에 이용된 흔적을 다수 발견했다고 전했다. 조영연 동물자유연대 동물복지국장은 "귀 끝이나 발가락이 잘려있는 등 미용실습 중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상처를 확인했다"면서 "특히 새끼를 빼내기 위해 배를 세로로 가른 제왕절개 흉터도 다수 발견됐다"고 말했다. 또 "하악이 골절된 개는 실습 테이블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이번 구조를 통해 미용실습견의 충격적인 실태가 알려지자 단체 SNS에는 동물미용학원 수강 경험자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미용 배우러 갔다 실습견 때문에 포기했다", "발톱을 깎다가 살을 잘라서 피가 나는데도 체념한 듯 가만히 있는 강아지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학원생이었을 때 학원에 나오기 싫을 정도로 아이들이 처참 그 자체였다" 등 다수의 시민들이 괴로웠던 경험을 토로했다. 이는 동물미용학원에서 발생하는 실습동물의 고통이 특정 업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임을 드러낸다.
○ 단체는 제도의 공백이 동물 뿐 아니라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준다고 강조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현재로서는 수강생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번식장 동물이나 열악한 처우에 놓인 동물을 대상으로 실습할 수 밖에 없어 수강생 또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며, "동물과 사람 모두 피해자가 되는 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동물자유연대는 번식장에서 동물미용학원으로 이어지는 동물 착취 구조를 해체하기 위해 관리·감독 체계 수립을 촉구하며, 미용학원에서 발생한 피해 사례를 수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