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언론에 보도된 동물자유연대의
소식을 들려드립니다.

[길고양이와의 동행] 고양이 이야기 1편 - 고양이의 피자보은

작년 9월, 우연히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앙상하게 마른 길고양이 한마리를 만났습니다. 저를 보자마자 바로 차 밑으로 들어가 숨더라구요.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던 모습이 신경 쓰여서 캔을 하나 들고 와 따줬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털을 바짝 세우고 하악질을 해댔지만, 차 밑으로 캔을 밀어 넣어주니 잘 먹더라구요.다 먹고는 냐옹냐옹 하는데 꼭 고맙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캣맘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호의적이지는 않지요. 동네주민들의 좋지 못한 시선에 저는 밥을 주는 장소를 옮겨야 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저희 집 뒤편의 보일러실에서 고양이를 불러봤습니다. 원래 밥 주던 장소와 가까워서 그런지 소리를 듣고는 오더라구요.
저희 집 보일러실은 저희 가족 외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고, 담도 있고 지붕도 있으니 밥을 주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주위사람을 신경쓰지 않고 편히 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기뻤습니다. 아예 밥통과 물통을 가져다 놓고 밥그릇이 비어 있지 않도록 사료를 항시 채워뒀습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오가며 밥을 먹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의아했던 것이, 사료가 아닌 생선이나 닭가슴살 같은 음식을 주면 항상 물고 어디론가 가더라구요. 궁금해서 며칠을 지켜보니 자신의 새끼들에게 물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풀이 우거진 곳에서 아기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어요.  물고 갈 수 없는 사료는 어쩔 수 없지만 생선이나 닭가슴살은 물어다 줄 수 있으니 항상 가지고 가는 것이었어요. 자신이 먹기 전에 먼저 물어다가 새끼에게 가져다 주고, 그제서야 와서 홀짝홀짝 먹더라구요.
왠지 뭉클해졌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검색을 통해 알게 된 길고양이용 경단밥을 만들어주기 시작했어요. 동글동글하게 공모양으로 만들어주니 역시나 바로 물고 새끼들에게 물어다 주더라구요.
그렇게 저는 아기 고양이 두 마리와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날이 더 추워지고 열악한 풀밭에서는 고양이들이 얼어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보일러실 한 켠에 집을 만들어줬더니 언젠가부터 아예 새끼들을 물고 와서 함께 보일러실에 살더라구요.
너무 추운 날은 패트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서 이불 밑에 깔아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언젠가부턴 뚱뚱한 수컷 고양이도 함께 와서 살더라구요. 그 고양이는 제가 뚱냥이라고 부르며 다른 곳에서 밥을 주던 아이였습니다. 아무래도 아빠 고양이인것 같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어미고양이가 죽은 쥐를 한 마리 물고 와서 제 발 밑에 떨어뜨리더라구요. 고양이의 보은이라는 얘기는 들어 봤지만 막상 닥치니까 보은이고 뭐고 생각도 안 나고 너무 놀래서 바로 쓸어 담아 쓰레기통에 버렸어요. 조금 있다 진정이 되고 나니 고양이에게 미안하더라구요. 다음에 또 물어오면 그땐 놀라지 말고 고맙다고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음날엔 살아있는 쥐를 물어왔더라구요. 저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게 살아있는 쥐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역시나 식겁하며 “앞으로 이런거 물어오지마~ 너 먹어~ 저리가 저리가 물고가~” 했어요. 그러니까 물고 가더라구요.
고마운 마음이었지만 살아있는 쥐를 보자 정말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후 며칠이 지나고. 고양이가 또 무언가를 물고 와서 제 발 밑에 떨어뜨렸습니다.
피자였어요.
곰팡이도 군데군데 피고 얼어있는 상태로 보아 누가 버린걸 주워 온 것 같았어요.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보은을 받으면 앞에서 먹는 척 해야한다길래 먹는척했어요. 그리고 방에 가서 카메라도 들고나와 사진도 찍었습니다. 그걸 인터넷에 올렸더니 이곳저곳 퍼져서 기사도 여러 개가 났어요.
지금도 네이버에 고양이의 보은이라고 하면 기사가 뜨더라구요.

이 후 겨울이 지나고 날이 따듯해지자 뚱냥이 아빠 고양이가 가장 먼저 보일러실을 떠났습니다. 그 뒤로 어미도 새끼들을 독립시키고, 새끼 고양이인 삼색이, 흰둥이 순으로 다 보일러실을 떠났어요. 보일러실이 소문이 났는지 다른 고양이들도 여러 마리가 밥을 먹으러 오기 시작했거든요. 아무래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물론 여전히 밥은 다 먹으러 옵니다. 단지 보금자리를 제가 모르는 어딘가로 옮긴 것 같아요.

얼마 전에 흰둥이는 TNR도 했습니다. 원래 일년을 넘기고 해주려고 했는데 동배에서 나온 삼색이가 임신을 하는 바람에 마음이 급해지더라구요. 앞으로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모두 다 TNR도 해줄 생각입니다. 의사선생님께 귀를 살짝만 잘라달라고 부탁드렸지만, 막상보니 마음이 안좋았어요.
그래도 TNR은 모두가 오랫동안 공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TNR 이 후 적응을 잘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오자마자 바로 적응하더라구요. 글을 쓰는 지금도 가장 친한 친구 냥냥이와 함께와서 밥을 먹고있네요.

일부 사람들은 고양이를 보고 요물이라고 합니다. 사실 저도 어릴 때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무섭다고 느낀 적도 많아요. 그렇지만 우연한 기회에 고양이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가까이하면서 이 모든 건 편견이라는걸 알게 되었어요. 제 글이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조금이라도 사라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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