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총리는 방역실패 책임지고 지금 당장 지속가능한 동물복지 축산을 위한 근본적 개혁에 나서라!
2000년도 이래 조류독감과 구제역으로 우리나라에서 살처분 당한 동물의 총 수는 8천1백18만5천2백52 마리에 달한다. 이 기간 동안 각각 8번에 걸쳐 발생한 조류독감과 구제역으로 정부 당국은 우리나라 인구의 곱절쯤 되는 동물들을 방역을 명분으로 생으로 죽여 묻었고 지금 우리는 그 땅을 디디며 살고 있다. 대규모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철새에 의한 외부 유입을 탓하며 살처분 방역에 매달려 온 결과이다. 누군가 책임지고 시급히 개선해야 할 국가적 재앙이지만 지금까지는 책임지는 모습도 개선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말 시작된 조류독감은 살처분 방역의 무모함과 무효함을 더할 수 없이 극명히 증명하여 주었다. 지금까지 살처분된 동물들 8천만 마리 중 이번 조류독감으로 살처분된 동물의 비율이 무려 40%인 3천3백14만 마리에 이르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99% 공장식 축산이 만연한 나라에서 살처분 중심의 방역이 과연 유효한 방법이기는 한지에 대해 근본적 회의가 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1월부터는 구제역이 겹치며 이미 1천4백25 마리의 소가 살처분 되고 말았다.
게다가 이들의 죽음은 그조차 존엄하지 못했다.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법규정과 스스로 제정한 지침은 이번에도 어겨졌다. 매몰 전 안락사 규정은 지켜지지 않으며 이에 대한 관리감독 또한 미비하다. 지금도 현장에서는 베터리케이지 안의 닭들이 비전문가들에 의해 무자비하게 포대나 음식물쓰레기 처리 용기에 담겨 살처분 되고 있고, 소들은 사전 마취 없이 고통스러운 약물 주사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인도적 살처분 방역은 우리나라 인구 총수에 맞먹는 생명살해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하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살아있는 생명을 반복적으로 땅에 묻으면서도 그것이 당연한 것인 양 무사안일한 태도를 보여 온 정부에 지속적으로 항의하고 개선을 요구해왔다. 조류독감과 구제역 등 대규모 농장동물 전염병과 인수공통 질병의 위험이 본격화된 시기와 집중적인 공장식 대규모 사육이 시작된 시점과의 명확한 연관성에 입각해 공장식 축산이 폐기되어야 할 당위성, 설사 일부 필요에 의한 살처분 방역을 하더라도 과학적 근거에 따라 살처분을 최소화하고 반드시 동물복지를 고려할 것, 이 당연한 외침을 입이 부르트고 목청이 찢어지도록 반복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2011년 구제역 대재난 이후 지속가능한 축산정책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약속하였으나 박근혜 정권의 ‘지속가능 축산 정책’은 그저 빈껍데기에 불과했으며, 무차별 살처분 방역을 재고할 것과 백신의 접종, 공장식 축산의 폐기와 복지 축산의 확대를 요청하는 시민단체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정부는 제대로 된 응답조차 하고 있지 않다.
설사 철새로 인해 바이러스가 유입되었다고 치자. 그러나 다양한 철새로 인한 바이러스 유입은 우리나라만 겪는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11월 발생한 H5N6 ''조류독감''(AI)으로 3천4백만 마리에 육박하는 가금류를 살처분 했다. 하지만 동일한 시기 H5N8형 바이러스가 매우 빈번히 야생조류에서 발견된 독일 프랑스는, 각각 60만, 100만 마리 이하의 조류만을 살처분 했으며, 덴마크의 경우는 야생조류에서 40여회 발견되었을 뿐 농장 발생은 단 한건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와 동일한 H5N6형 바이러스로 인해 조류독감이 발생한 가까운 일본도 1백38만여 마리(2017년 2월 10일 현재) 살처분에 그쳤다. 조류독감으로 인해 사육 가금류의 30%에 이르는 막대한 동물을 ‘방역’을 명목으로 죽인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조류독감으로 발생으로 이토록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은 철새에 의한 바이러스 유입과 무관하게 우리나라 축산 시스템 자체에 내재된 치명적인 문제가 드러난 것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순 방역 차원의 해결책으로는 해법이 제시될 수 없음을 강도 높게 시사한다. 해결의 단서는 보다 근본적인 개혁과 미래지향적 통찰을 통해 찾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조류독감과 구제역으로 인한 국가 재난 상황에서도 아무도 책임지고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금번 3천4백만 마리 대량 살처분 사태에서도 이전과 같은 무책임함으로 일관할 것인가? 더는 이 참담함을 인내하며 기다릴 수 없다.
우리는 우선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이 사태에 대해 책임질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 아울러 하루속히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축산 시스템 구축과 백신 접종을 포함한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을 구축하여 동물들이 대량 살처분이라는 참혹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국가의 역량을 집중하고, ‘농장동물 살처분 방지 공동대책위원회’의 10대 개혁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무자비하고 무용한 생명 대학살을 멈추고 잘못된 방역 관점을 전면 재검토하여 국내 축산 환경 전환 등 근본적인 정책 개선으로 나아가라.
2017년 2월 22일
‘농장동물 살처분 방지 공동대책위원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노동당, 녹색당, 녹색연합,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동물권단체 케어, 동물보호단체 행강,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자유연대, 명랑고양이협동조합, 불교환경연대, 생명체학대방지포럼,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전북환경운동연합, 팅커벨프로젝트, 한국동물보호연합, 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