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하면 거처를 알려드려야 한다고 하셔서 보고합니다.
애들이 살 방, 서재입니다.



환기도 잘 되고 우리집에선 이 방이 제일 커서 살기가 그 중 나을 거예요.




얼마 전까지 함께 살다 떠난 삼돌이는 이런 울타리가 필요없었는데 두 녀석이라니 울타리가 필요합니다.
좀 갑갑하겠군요.

한 녀석이 살 곳.




불쌍하게도 한 녀석은 화장실에서 살아야 합니다.
건조욕실로 쓰던 곳이라 다행히 곰팡이도 없고 깨끗하고 사실 이 곳이 어두컴컴하고 서늘해서 애들한텐 이 곳이 더 좋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혼자 위로 차원에서 합니다. ㅜㅜ

며칠 전에 드디어 서울에서 입양을 해와서 분당에서 임시보호를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듣고 오늘 분당에 가서 모셔왔습니다.

서울에서 분당, 다시 대전까지 긴 여행을 겪어야 했으니 안스럽습니다.



짜잔~
흔들리는 고속버스안에서도 내내 태평하게 주무시던 머슴애.
푸딩이라고 하셨는데 푸딩보다는 정글리안 쪽이 가까운 것 같아요.
성격이 아주 조용하고 도통 바깥 세상에는 관심이 없으신 은둔자십니다.
좁은 욕실에 두어도 (실평수는 욕실이 더 넓지만 ㅎㅎ;) 어둡고 침침해서 더 좋아할 것 같아 이 녀석 거처로 정했습니다.



그나마도 베딩속에 파고 들어가버렸습니다.
빈 화장지통을 삼돌이가 무진장 좋아하던 게 생각나서 별채로 쓰라고 넣어주었습니다.





낯가림이 심한지 아직은 먹이도 잘 먹지 않네요.




너무 조용해서 이름을 소심이라 지었습니다.
소심아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살아보자!!




그런 반면!
이 문제아!
고속버스 안에서 완전 에너자이저로 뽀시락대며 철망지붕위를 구름다리 삼아 계속 철봉놀이를 하는 녀석!



어찌나 극성맞게 뽈뽈대고 물어대고 걸렸다 하면 그게 철망이든 종이든 끈이든 놓지 않고 물어뜯는지 완전 머슴앤 줄 알았더니 여자애였어요.

그래서 졸리가 되었습니다.
어찌나 기운이 세고 잠시도 쉬지 않고 들락거리는지.
삼돌이와 같은 과인 펄인데 얘들 특성이 원래 그런가요?




벌써 철망 벽에 매달려서 몇 번을 미끄럼을 타며 탈출을 시도합니다.




"우리 협상 합시다. 나를 구해주시면 밭에 숨겨놓은 백억 원을 사례금으로 드리겠어요."

프리즌 브레이크를 찍고 계신 졸리양.




계단도 금새 익혀서 양쪽 집을 오가며 들락날락;




순둥이 소심이는 만사 귀찮고 그냥 이 자리가 좋은가 봅니다.




두 녀석의 차이 벌써 보이지 않나요?
쳇바퀴를 굴리기보다는 그냥 쉬는 그네로 생각하고 사색에 잠기신 소심군.




이 녀석의 놀이터는 주로 땅바닥이 아니라 지붕입니다. -_-;
구름다리 놀이를 하며 대롱대롱 매달리다 바닥에 몇 번이나 떨어졌는지.
그래도 금방 일어나 또 다다다 올라갑니다.




배추도 잘 잡숫고.

이렇게 새 식구가 늘었습니다.
예기치 않게 커플이라 몹시 조심스럽네요.
절대 만나면 안되요 ㅜㅜ


잘 살아보겠습니다.
삼돌이가 주었던 행복만큼 이 아이들과도 그렇게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내 손바닥이 아니면 잠들지 않고 먹이도 잘 먹지 않던 삼돌이, 이 아이들도 그렇게 맘을 열고 가까이 와줄 날이 빨리 오길 기원합니다.

아 열심히 벌어야지
부양가족이 둘이나 생겨버렸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