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부고] 15년을 함께한 별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합니다




2011년 아기 때 구조되어 우리 곁에서 나이 들어온 별이가 오래도록 빛날 별이 되었습니다. 별이의 가장 가까이에서 일상을 함께하며 돌봐온 구소희 활동가의 글로 부고를 전합니다.

별이의 마지막 길을 함께 배웅해 주세요.

15년 전, 아주 작은 꼬꼬마였던 별이는 구조되어 온센터에 왔습니다. 그때부터 별이에게 이곳은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살아본 적도, 누군가의 온전한 가족이 되어본 적도 없었습니다. 커다란 몸집을 가진 대형견이라는 이유로 입양의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별이는 어린 시절부터 노년이 될 때까지 15년을 센터에서 보냈습니다.

별이에게 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누군가의 옆에서 잠들고, 매일 같은 사람을 기다리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가족을 반기는 그런 일상을 알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별이에게 가족은 어쩌면 매일 밥을 챙겨주고, 산책을 나가고, 이름을 불러주던 활동가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별이는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나이를 먹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별이의 얼굴에는 검은 털이 짙었고, 털빛도 지금처럼 희끗하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얼굴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가득해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 야속하게도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별이는 사람에게 참으로 순한 아이였습니다. 조금은 어리바리한 구석도 있었고, 다른 친구들에게는 괜히 씩씩거리며 성을 내기도 했지만 사람 손길만큼은 한없이 좋아했습니다. 얼굴을 쓰다듬어 주면 커다란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손길 안으로 파고들었습니다. 더 만져달라는 듯, 조금만 더 곁에 있어 달라는 듯 말입니다.

별이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산책과 밥이었습니다. 산책을 나가면 긴 다리로 신나게 걸으며 풀 냄새를 느꼈고, 밥 냄새만 풍겨도 벌써부터 왕왕 소리를 내며 기다렸습니다. 맨 사료만 주어도 얼마나 잘 먹던 아이였는지 모릅니다.

별이는 봉선이와도 오랜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조금 짓궂게 굴거나 괜히 성을 내도 봉선이는 늘 묵묵히 받아주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한 공간에서 지내며 서로에게 가장 익숙한 존재였던 두 아이.

그런 봉선이가 얼마 전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이제 별이도 그곳에 도착했으니 봉선이를 만났을까요. 별이의 투정도 다 받아주던 봉선이가 반갑게 맞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랜 시간 서로의 곁에 있었던 만큼, 이제는 둘이 함께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부터 별이의 건강에는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폐에서 시작된 악성 종양이 간과 비장, 췌장 등 여러 장기로 전이되었고, 반복되는 저혈당과 쇼크까지 겪었습니다. 식욕도 떨어지고 스스로 일어나 걷는 것조차 어려워졌습니다. 수술도 검토했지만 별이의 나이와 몸 상태를 고려해 진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병원에서의 치료를 마친 별이는 익숙한 온센터로 돌아와 호스피스 케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별이는 예전의 별이가 아니었습니다. 맨 사료만 줘도 잘 먹던 아이가 사료를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별이답지 않은 모습에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아주었고, 다행히 한동안은 다시 잘 먹어주었습니다. 그때마다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릅니다. 다시 예전처럼 먹어주는 모습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별이는 다시 먹는 것을 멈췄고,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어려워졌습니다. 사료를 먹어야 기운을 차릴 텐데 사료는 물론이고 먹는 것 자체를 힘들어했습니다. 그때부터는 영양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보다 별이가 조금이라도 먹고 싶은 것을 먹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음식들을 조금이라도 먹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와 생각하면 무엇이든 더 맛있는 것을 찾아줄 걸, 조금이라도 더 먹을 수 있을 때 더 많이 먹여줄 걸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별이는 앞을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도 바깥 공기를 느끼는 걸 참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익숙했던 산책길조차 눈으로 확인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목줄을 잡고, 때로는 제 몸으로 길을 막아가며 별이에게 한 걸음씩 길을 안내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별이에게 얼마나 낯설고 두려운 일이었을까요. 늘 맡던 냄새가 있고, 늘 걷던 길이었지만 예전처럼 자유롭게 걸을 수 없었을 테니까요. 그 마음을 감히 다 헤아릴 수 없어 미안했습니다.

다른 견사에서 일을 하다가도 별이 생각이 났습니다. 밥은 먹었을까. 잘 자고 있을까. 불편한 곳은 없을까. 그렇게 별이를 보러 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잠들어 있는 별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면 여전히 손길 안으로 파고들던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별이와 함께 걸었던 길은 그대로인데, 이제는 그 길을 함께 걸을 별이가 없습니다. 별이가 누워 있던 자리도, 밥을 기다리던 자리도 그대로인데 그곳에 별이만 없습니다. 너무 익숙해서 소중한 줄도 모르고 지나쳤던 일상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그리워집니다.


별이가 떠난 뒤에도 하루는 여전히 흘러갑니다.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하고, 해야 할 일을 하고,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내는 것처럼 보이겠지요. 하지만 마음은 자꾸 별이가 있던 곳에 머뭅니다. 괜찮은 척 웃고 돌아서면 그제야 밀려오는 슬픔이 있습니다. 조금 더 자주 보러 갈걸, 조금 더 오래 쓰다듬어 줄걸. 이제는 할 수 없는 일들만 자꾸 떠오릅니다.

별이야.
이제는 네가 없는 견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아직은 낯설어. 네가 누워 있던 자리도, 너와 함께 걸었던 길도 너무 선명해서 어디를 보아도 네 모습이 떠올라.

별이 밥 먹는 거 보는 게 하루의 일과였는데, 이제는 그럴 일이 없다는 게 참 이상해. 매일 자동급식기가 비워져 있는지 확인하고, 네가 밥 냄새만 맡아도 왕왕 짖던 소리를 듣고, 오늘은 얼마나 잘 먹었나 살피는 게 당연했는데 말이야.

별이야, 조금만 더 버텨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 한 번만 더 일어나 주었으면, 한 번만 더 맛있게 먹어주었으면 했어.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건 너를 위한 마음이라기보다 내가 너를 조금이라도 더 곁에 두고 싶었던 욕심이었나 봐. 이제는 그런 생각 하지 않을게. 그동안 아픈 몸으로 얼마나 애썼니. 정말 고생 많았어.

그래도 마지막까지 맛있는 것들을 먹어줄 수 있어서 다행이야. 사료만 줘도 그렇게 잘 먹던 네가 사료를 거부할 때는 얼마나 속상했는지 몰라. 그래도 네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 먹여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이제는 골라내던 약도 먹지 않아도 되고, 아침마다 밥을 기다리지 않아도 돼.

앞이 보이지 않아도, 아픈 다리로 힘겹게 걷지 않아도 돼. 그곳에서는 네가 좋아하는 바람도 마음껏 느끼고, 아무 걱정 없이 뛰어다녔으면 좋겠어. 누군가 길을 안내해 주지 않아도 되고,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내딛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말이야.

그리고 봉선이도 꼭 만나. 오랜 시간 너와 함께했던 친구니까. 이번에는 네가 조금 씩씩거리더라도 봉선이가 예전처럼 잘 받아주겠지. 둘이 함께 편안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이제는 서로의 곁에서 오래오래 함께해.

별이야, 가끔은 네가 한 번쯤은 누군가의 집에서 살아봤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포근한 침대에서 잠들고, 가족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매일 같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는 그런 삶 말이야. 그 시간을 너에게 주지 못한 것 같아 마음 한편이 오래도록 아플 것 같아.

하지만 한 가지는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 너는 한 번도 누군가의 집에서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이곳에서 너는 분명 우리의 가족이었어. 네가 살아온 15년을 그저 보호소에서 보낸 시간으로만 기억하고 싶지는 않아. 너를 예뻐했던 사람들, 함께 산책했던 사람들, 네 이름을 불러주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이제는 정말 아프지 마. 더 이상 아픈 몸으로 버티지 않아도 돼. 앞이 보이지 않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고, 먹고 싶지 않은 밥을 억지로 먹지 않아도 돼. 그동안 너무 애썼으니까 이제는 아무것도 애쓰지 말고 편안하게 지내.

별이야, 15년 동안 우리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너와 함께 걸을 수 있어서 좋았고, 네가 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 얼굴을 쓰다듬으면 내 손안으로 파고들던 네가 참 좋았어.

이제는 네가 없는 그 자리가 오래도록 그리울 것 같아. 그래도 별이 네가 그곳에서는 꼭 행복했으면 좋겠어.

사랑해, 별이야.
정말 많이 보고 싶을 거야.




댓글

요조 엄마 2026.11.04

별아🩷 이제 봉선이 만났겠네🌈 거긴 무척 따뜻한 곳일 거야. 맘껏 행복하게 지내렴..아플 때 못 가 봐서 미안해..


황지영 2026.11.03

별아 널 처음 만난날을 잊을수 없어 생각보다 훨씬 큰 너를 보고 많이 놀랐던 나 살짝 겁이 났었지 근데 너무도 순하고 착한 너를 보고 많이 놀랐던 나 별이 봉선이 한테 홀딱 반해 버렸지 우리 별이의 크고 착한 눈 못잊을거야 별아 봉선이랑 즐거운시간 보내 맛난것도 먹고 ... 롱다리 별이 왕눈이 별이 순한 별이 잘먹는 별이 잊지않을께


아리 2026.11.03

미소가 이쁜 나의 별이야 ~ 지구별에서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은만큼, 아픔없는 곳에서 봉선이 만나 맘껏 뛰어놀고 지내렴 너로 인해 소중했던 시간들 늘 고마운 마음으로 기억할게


나승상 2026.11.03

내 첫 번째 아기 별이야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봉순이랑 행복하게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