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 2026.07.08

경북 산불 현장에서 구조되었던 노랑이가 별이 되었습니다.

산불 현장에서 구조된 17살 노랑이에게는 이미 커다란 염증성 유선종양이 있었습니다. 배 바깥으로 튀어나올 만큼 커진 종양은 수술을 시도할 경우 상처가 아물지 않거나 더 빠르게 전이될 위험이 있어, 감염을 막기 위한 드레싱 치료로 조심스럽게 관리해 왔습니다. 배를 감싸고 있던 하얀 붕대는 어느새 노랑이의 모습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노화와 함께 종양은 조금씩 노랑이의 몸을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두 달 전부터는 스스로 일어서기 어려워졌고, 활동가가 몸을 일으켜 주어야 걸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커진 종양이 혈관을 압박하면서 왼쪽 뒷다리는 심하게 부었고,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안구진탕과 발작 같은 신경 증상도 나타났고, 검사에서는 폐 전이와 혈전 수치 상승이 확인될 만큼 병은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노랑이의 트레이드마트, 배를 감싸던 하얀 붕대. 이 붕대는 아픔의 흔적이었지만, 우리의 돌봄과 손길이 담긴 흔적이기도 했습니다. 열여덟 해를 살아내는 동안 노랑이가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견뎌왔을지, 감히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산불 속에서도 살아남았던 노랑이가 이제는 아프지 않은 몸으로, 붕대도 필요 없는 곳에서 마음껏 뛰어놀기를 바랍니다. 노랑이를 가장 가까이서 돌봤던 서한빈 활동가의 마지막 편지를 전합니다.

우리 노랑 할매!
이 편지를 쓰는 지금도 네가 늘 있던 자리를 자꾸 바라보게 돼. 아직도 아침마다 너의 밥그릇을 집었다가 놓게 되고, 너의 빈 약통을 들었다가 놓게 되고 점심시간이 지나면 노랑이 배변 활동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 언제나 그곳에 있을 것만 같았던 노랑이가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직 현실처럼 다가오지 않나봐.

18년이라는 긴 시간을 살아온 너는 참 많은 계절을 보내왔지. 따뜻한 봄날도, 무더운 여름도, 낙엽이 흩날리던 가을도, 차가운 겨울도. 그 계절들 중 우리와 함께 지난 계절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 시간 동안 우리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알려준 건 우리 노랑 할매였어.

시간이 흐를수록 걸음은 느려지고 잠자는 시간은 길어졌지만, 너는 마지막까지 참 씩씩하게 요구할 것을 요구 해줬지. 덕분에 우리는 네가 덜 아프고, 조금 덜 불편하고, 더 사랑을 줄 수 있었어. 때론 부족한 손길에도 너는 그 모든 시간을 묵묵히 함께해 주었어.

고마워, 노랑아. 너는 우리에게 돌봄의 의미를 다시 가르쳐 준 아이였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 가족이었어. 우리가 너를 돌봤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우리가 너에게 더 많은 위로와 용기를 받으며 살아왔다는 걸 이제야 더 깊이 느낀다.

이제는 아프지 말고, 힘들지도 말고, 하기 싫은 드레싱도 이제는 하지 말고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우리 노랑 할매가 좋아하는 풀도 마음껏 뜯어먹으면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어. 아프지도, 외롭지도 않은 곳에서 편안하게 잠들기를 바랄게.

정말 고마웠어, 잘 가.
우리의 노랑이, 노랑 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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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2026.07.08
아픈 몸으로 1년이나 버텨준 것이 고마울 따름이야 노랑아. 케어해주신 활동가님들도 고생많으셨어요. 노랑이는 이제 아프지 않고 좋은 꿈만 많이 꾸기를 바라.. 한번도 못 보러 가서 너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