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부고] 온센터의 역사를 함께한 탱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작은 주택 보호소 시절, 탱이▲

온센터와 15년을 함께한 탱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2010년, 작은 주택 보호소 시절부터 지금의 온센터까지, 탱이는 그 모든 변화의 흐름을 함께 겪어온 역사와 시간 품은 친구였습니다. 


늘 고집 세고 한 성질 했던 탱이에게도 나이가 들면서 여러 병과 노화의 속도가 찾아왔습니다. 담낭점액종으로 담낭을 제거하는 수술을 견디기도 했고, 이후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신경 증세로 신체가 굳어 사지마비 상태가 찾아왔습니다. 지난 2년여의 시간 동안 탱이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었기에 자세를 자주 바꿔주어야 했고, 배뇨와 배변 역시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습니다.


이 긴 시간 동안 무엇보다도 탱이를 오래도록 돌봐오신 센터장님이 탱이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며 호스피스를 이끌어주셨습니다. 이 과정은 한 존재를 끝까지 지키는 깊은 돌봄의 여정이었습니다. 온센터의 많은 노견들과 함께해온 긴 호스피스의 시간 위에 탱이의 마지막 여정까지 함께해주신 센터장님께 깊은 감사와 존경을 전합니다.

탱이의 평안을 바라주세요. 탱이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윤정임 센터장의 편지를 나눕니다.

탱아, 우리 똥탱이. 재미있게 살았어? 그게 제일 궁금해. 2010년 이맘때 처음 만나 신나게 행패 부리는 너를 15년 보았다. 마지막 2년은 사지마비로 불편한 몸이었지만 욕심을 내려놓은 네 마음이 가벼워 오히려 편해 보였는데, 그렇다고 재미없지는 않았지? 너와 15년이란 긴 세월을 함께했는데 네가 눈치 보지 않고 막 살아줘서 사실 나는 재미있었거든.


때론 네 고집과 욕심, 못됨이 너무 과해 버겁기도 했었지만 대부분 기꺼이 받아줄 만큼 너는 참 희한하고 괴상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마성의 악마 탱이었다. 사진첩을 정리하며 흐르는 눈물 멈출 길 없다. 그런데 또 웃기다. 너의 못됨이 사진첩을 가득 채웠네. 당당하고 뻔뻔하고 못돼 먹었던 네 모습이 웃기고 사랑스럽다.


나는 오랜 시간 너의 누나였다. 동등하게 같이 나이 들면서 필요할 때 도와주고 응원하고, 때로는 거세게 싸우기도 했던 누나와 동생 사이였지. 누나는 엄마보다 캐주얼한 존재라 부담이 적었다. 그래서 온센터와 우리 집을 오가는 생활을 너에게 시키면서도 미안하지 않았다. 너는 약하지 않았고, 더 힘들고 아픈 누나와 형아들을 집에서 보살펴야 했으니까.


땡군이, 빽돌이, 켠이, 예삐, 랭이와 분홍이, 하철이와 대국이를 차례대로 떠나보내고 너의 못됨을 마냥 참고만 있지 않는 갑돌이, 노아, 홍시가 집에 남았을 때 너를 영구히 막내 아들로 입성시켰다. 그때가 2021년 1월이네. 모두 노견이었지만 크게 아프지 않고 밥 잘 먹고 소소하게 투닥거리면서 보냈지. 그 시절이 참 소박하고 따뜻하고 행복했던 호시절이었다.


갑돌이, 노아, 홍시가 떠나고도 우리 탱이는 막내 아들 답게 1년이나 엄마 곁을 지켜주었구나. 무너지는 내 마음을 네가 다 잡아주었다. 너의 못됨을 받아주느라 바삐 지내니 슬픔도 고통도 상실감도 애타는 그리움도 이겨지더라. 마지막에 알았다. 탱이의 못됨은 이유가 있었음을. 이별을 겪을 때마다 엄마 마음 무너지지 않게 바삐 살게 해주려고 못됨을 장착한 탱이가 끝까지 곁에 있었구나. 우리는 운명이었구나. 이제서야 진심을 다해 전한다. 고마웠다, 탱탱구리 탱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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