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 2025.10.24

세종에서 구조되었습니다.
20번 째로 품에 안겨 뜬장에서 나와, 온전한 땅을 밟았습니다. 그렇게 세종-20번이 되었습니다.
세종 20번은 구조 당시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철장에 몸을 기대 누워있었습니다. 분주한 바깥 움직임에 몸을 일으켜 신기한 듯 활동가들을 빤히 바라볼 뿐 보채지도, 짖지도 않았습니다.
"핑핑이"
구조되어 온센터에 입소한 아이는 이름이 생겼습니다. 이름이 가진 힘이 있는 걸까요. 핑핑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작은 생명은 구조 당시와 달리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작은 몸으로 간식을 보채며 통통 뛰는 모습에 ‘핑핑!‘ 효과음이 자동으로 재생되는 것 같았습니다. 핑핑이는 손길을 두려워하면서도 기다립니다. 먼저 손을 내밀면 뒷걸음질 치지만, 가만히 옆에 앉아 있으면 손 근처로 다가와 코 인사를 건넵니다. 호기심 가득한 동그란 눈을 맞추며 천천히 다가와줘, 나를 예뻐해줘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15번 째로 품에 안겨 뜬장에서 나와, 온전한 땅을 밟았습니다. 그렇게 세종-15번이 되었습니다.
세종 15번은 온힘을 다했습니다. 인기척이 느껴지자, 앞발로 쉼 없이 케이지를 긁었습니다. 여기 제가 있다며, 멈추지 않고 소리 냈습니다. 닿아오는 손길이 잠시라도 멀어질까 열심히 매달렸습니다. 온몸으로 호소하듯 그 좁은 케이지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다 해 보였습니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간절히 이 손길을 바라고 있었을까요.
"츄츄"
구조되어 온센터에 입소한 구조견은 이름이 생겼습니다. 츄츄는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활짝 웃으며 짧은 다리로 달려오는 발걸음은 츄츄의 이름과 정말 닮아 있습니다. 어둡고 탁하게 보내온 시간이 무색하게 한없이 맑은 츄츄를 보고 있으면 어려운 마음이 찾아옵니다. 그러면 츄츄는 활동가를 잠시도 가만두지 않습니다. 일단 나를 껴안아! 라고 외치듯 폴짝 뛰어 품에 안겨 옵니다. 츄츄는 오늘도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들을 구하겠다고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츄츄는 사랑을 꾹 참아왔던 것 같습니다. 이제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다짐이라도 한 건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온몸을 던지며 애정을 드러내 보입니다. 츄츄의 마음보다 더 큰 마음이 있다는 것을 츄츄가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구조 순서로 번호를 부여받기 전, 이들은 이름이 없었습니다. 그곳에는 이름도, 생명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가위질 연습과 번식을 위한 도구만이 있었습니다. 작은 몸으로 수많은 상처를 안은 채, 실습과 번식이라는 제 쓰임과 용도를 다하기 위해 사용되어야 했습니다. 필요에 의해 살아와야 했던 미용학원구조견에게 따뜻한 품과 사랑을 알려줄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정한 이름과 일상을 선물해주세요. 이들에게도 그저 자연스러운 삶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습니다.
@kawa.on 많은 관심과 공유로 츄츄와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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