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 2025.10.21
동물자유연대는 동물 미용학원에서 실습용으로 이용되던 개 53마리를 구조했습니다. 개들은 실습뿐 아니라 과거에 번식에도 이용되었고, 오물로 가득한 뜬장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구멍 난 철창 바닥을 발로 지탱한 채, 매일 같은 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아무리 케이지를 긁어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사람의 기척이나 그림자가 스칠 때면 개들은 두 발로 일어서 철창을 긁고, 짖고, 꼬리를 흔들며 바라봤습니다. 이들의 세계는 오직 철창 너머로 보이는 작은 틈이었고, 누군가 자신을 봐주기를, 한 번이라도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하루하루였을 것입니다.
일부 구조견은 얼굴과 꼬리털만 유독 깔끔했습니다. ‘곰돌이컷’이라 불리는 스타일을 실습하기 위해 다듬어진 흔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끔한 외형 뒤에는 굳은 피부, 엉킨 털, 고통으로 굽은 몸이 있었습니다. 턱뼈가 골절되어 입을 다물지 못한 개,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개, 한쪽 다리가 잘려나간 듯 발끝이 없는 개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몸에는 방치의 세월이 그대로 새겨져 있었습니다. 굳은 상처 자국과 엉겨붙은 털, 무너진 치아와 굽은 발톱이 오랜 시간 돌봄 없이 갇혀 지낸 삶을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개들은 사람이 다가오면 여전히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애타게 사람의 관심을 바라며 좁은 케이지 사이로 발을 뻗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사람을 두려워 하는 개도 많았습니다. 그저 실습견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오는 동안 사람의 손길은 이들에게 통제의 신호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그들은 ‘연습 도구’로만 존재하며 사람의 손길을 두려움으로 먼저 익혀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사건은 단지 한 학원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빈틈이 만든 구조적 착취의 결과입니다. 현행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테이블과 욕조, 드라이어 등 기본 시설만 갖추면 누구나 동물미용학원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미용학원은 「동물보호법」의 관리·감독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실습에 이용되는 동물의 출처나 안전 관리 체계는 전무한 실정입니다.
이 사각지대는 번식장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실습에 이용되는 동물 상당수가 번식장에서 동원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습니다. 실습 후에는 다시 되팔리거나 방치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으로 지적됩니다. 즉, 학원과 번식장은 서로의 수요와 공급으로 맞물려 있으며, 생명을 대상으로 한 시장 구조 안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착취가 재생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미용학원 구조견 53마리는 온센터에서 새로운 삶을 만나고 있습니다. 돌봄을 받으며 새로운 일상을 발견하는 이들에게 늘 함께할 가족이 필요합니다. 도구로서 존재했던 구조견에게 사랑받아 마땅한,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안겨줄 가족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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