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부고]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었던 에바가 별이 되었습니다.



2025년 10월 7일, 에바가 별이 되었습니다. 호흡곤란과 기력저하를 보여 급히 병원을 찾았으나 심혈관계 질환(혈전증)으로 에바는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에바는 뼈가 드러난 몸으로 자동차 엔진룸에 숨어 있다가 구조되었습니다. 교통사고로 추정되는 부상으로 뼈가 부러져 외부로 노출된 상태였고 절단까지 고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생후 5개월, 어린 고양이였던 에바의 앞날을 위해 접합 및 이식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뒷다리를 모두 잃을 뻔했던 에바는 2차 수술 끝에 다시 걷고 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걸음걸이에 약간의 후유증이 남았지만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췌장 종양과 방광염 관리, 그리고 구내염으로 전발치까지 진행해야 했던 에바는 그렇게 하나씩 아픔을 견뎌냈습니다. 평소에 자주 숨어 있던 에바가 차츰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장난감 놀이와 간식 시간을 사랑하며, 조금씩 마음을 열어 손길도 허락해 주었습니다. 묘사를 오가며 일상을 즐기던 에바는 올해 5월 검진에서 심장 이상이 없었기에 더욱 예상하지 못한 이별이었습니다.



한없이 불안하고 고통스러웠을 삶에서 구조된 에바. 따스한 돌봄을 받으며 지낸 에바의 일상을 함께 지지해 주신 대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에바가 평온함에 다다르기를 바라며 활동가의 편지를 전합니다.


내가 너한테 인사할 준비가 조금이라도 됐을까? 할수나 있을까..

전날만 해도 품에 안겨서 쓰다듬을 받고 입 주변을 살살 닦아줄 때 눈을 지긋하게 감고 예쁘게 용기내던 넌데, 약 먹은 뒤 돌아오는 츄르 몇 입을 예쁜 눈으로 기다리던 넌데 그런 네가 지금은 없다는게 너무너무 버겁다.


넌 매순간이 특별했고 나한텐 벅참이었어. 항상 심한 구내염으로 입주변과 가슴팍에 묻어있던 침자국들이, 사람의 기척에 화들짝 놀라던 예전이 기억도 잘 나지않을만큼 넌 용감해졌었잖아. 내 품에 안길때도 도망없이 안겨주고, 콧잔등과 입주변을 긁어줄 때 짓던 네 표정은 너무 소중했어. 바스락 간식소리엔 어느새 내 앞에서 눈을 빛내던 넌데. 그럴 때 난 재빠른 다른 친구들 사이로 몰래 너한테 간식을 건넸고 넌 그걸 받아먹던, 우리 둘만 아는 타이밍과 순간이 너도 나만큼 행복했을까. 널 안으면 꼭 네가 날 안아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때가 있었어. ‘내가 용기내는 속도에 맞춰서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사랑하는 네 마음을 다 느끼고있다고’말해주듯이. 그럴 때 종종 슬프고 미안했어. 손길에 편안하게 받아도 되는 사랑이 있다는 걸 더 빨리 알려줬으면 네가 더 편한 순간이 많았을텐데 하고. 그래도 같이 맞춰나가던 순간들에 우리 참 많은걸 나눴다 그치? 일과가 한가해질 무렵 찬찬히 나와서 누워있던 쿠션 위에서 주고받던 눈빛이나, 어떻게 움직이는 장난감에 네가 더 즐거워하는지 연구 끝에 알아낸 장난감 놀이, 간식을 먹을 때 손에 닿는 촉촉한 입가, 긁어주면 좋아하던 곳들, 네 보송한 머리 위에 나던 따듯한 냄새도 난 모두 사랑해. 모두가 널 그렇게 사랑했고 앞으로도 사랑할거야. 아직은 널 정리해서 담아내려면 꽤 오래, 꽤 많은 시간과 준비가 필요할 거 같아. 그래서 그만큼 더 오래 기억하려고.. 보고싶다 에바야. 종종, 자주 나 보러 와줘. 난 항상, 평생 에바 잊지않을게. 다시 만나는 날 우리 에바 좋아하는 캣닢쿠션 한가득 안고갈게. 많이 사랑해.


우리 예쁜 삼색이 에바

밥도 잘 먹고, 쓰다듬을 때마다 눈을 감고 고개를 기대던 너 

장난감 쫓던 발소리, 쿠션 위에 파묻혀 있던 작은 몸, 햇살 좋은 자리에서 나른하게 졸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해.

갑작스러운 이별이 믿기지 않지만 네가 늘 있던 그 자리에서, 문득 네가 남긴 온기를 느낄 것 같아.

네가 좋아하던 것들, 네가 편히 쉬던 자리,  

그 모든 순간들로 너를 기억할게 


에바야, 우리 곁에서 함께했던 시간 고마웠어. 그 시간이 너에게도 따뜻하고 편안했던 기억으로 남았길 바라. 그곳에서는 부디 아프지 말고, 햇살 아래에서 마음껏 쉬었으면 해






댓글

강혜란 2025.10.14

에바야 그동안 고생많았어.. 고양이별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친구들하고 훨씬 더 행복하게 지내기를 진심을 다해 바랄게 🍀


원은주 2025.10.13

강렬한 마스카라가 언제나 시선을 끌던 아이. 겁이 많아서 곁을 내주지 않는다는 글을 읽을 때면 늘 강렬한 눈매와 긴 부츠를 신은 듯 매력적인 다리에 하염없이 시선이 가곤 했는데... 에바가 고양이별로 떠났군요. 아직 어린 새끼 때부터 겪어야했던 끔찍한 고통과 모진 시련들... 그곳에서는 그런 것 하나 없이 신나게 뛰놀고 행복하게만 지내겠죠. 열심히 살아줬구나, 에바야. 다음엔 좀 더 편하게, 느긋하게, 즐겁게만 살 수 있게.. 그렇게 이 세상에 오렴.


윤선옥 2025.10.13

잠들어 있는 에바 머리를 눈으로 쓰담쓰담 합니다. 숨어 있는 사진을 많이 보았는데 이제서야 활동적인 모습을 에바의 부고 소식에서 본 것이 마음 아픕니다. 예쁜 에바야, 편안히 잘 쉬어~ 고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