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부고] 늘 우리를 웃게 해주던 장수가 별이 되었습니다.

온 이야기

[부고] 늘 우리를 웃게 해주던 장수가 별이 되었습니다.

  • 온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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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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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7일, 우리에게 사랑과 기쁨을 주던 장수가 짧은 생을 마치고 별이 되었습니다.

급격히 혈압이 낮아져 병원으로 이송하여 응급처치를 진행했으나, 당일 저녁 장수는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장수는 생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을 때 길거리에서 홀로 발견되었습니다. 두 눈은 고름으로 뒤덮여 제대로 뜨지 못했고 숨도 가쁘게 내쉬고 있었습니다. 활동가들은 새끼 고양이가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장수’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고맙게도 장수는 힘든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고 살아주었습니다. 위태롭던 모습이 무색하게 무럭무럭 자라 온캣에서 가장 호기심 많고 활발한 말괄량이가 되었습니다. 매일 활동가들과 고양이 친구들에게 장난을 치고, 행사 날에는 더욱 신나서 장난감을 따라 묘사를 뛰어다니며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장수가 늘 밝은 모습으로 지낼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신 대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부모님과 함께였기에 장수의 삶은 환히 빛났습니다.

장수의 옆을 지키며 함께 울고 웃던 온캣 활동가들이 장수를 보내며 부고를 남깁니다. 누구보다 밝고 용감했던 장수가 이제는 어느 하나 아픈 곳 없이 평안하길 바랍니다. 장수의 평안을 함께 바라주세요.


 

장수야


사실 편지를 쓰는 지금 이 순간도 믿기지가 않아. 장수가 다시 괜찮아졌다고 퇴원할 것 같고, 씩씩하던 모습 그대로 돌아올 것만 같아. 생각할수록 입이 쓰고 마음이 미어져. 지금도 애기장수라고 부를 정도로 항상 애기같이 매일매일을 열심히 놀던 네가 이제 없다니 너무 허전할 것 같아. 점심시간에 사무동에 함께 와서 활동가들의 활력소가 되어주고, 새로 입주해서 낯설어하는 아기 고양이들 몸으로 놀아주며 적응시켜주고, 캣휠이나 캣폴 등등 뭐든 용감하게 잘 사용해 주고 잘 놀아주는 그런 장수였는데. 왜 이리 덧없이 급하게 떠나버렸니. 더 재밌는 장난감들이 있어서 간 거야?


장수야, 이제는 힘들었던 만년 호흡기 증상들 일절 없이 숨도 거친 소리 없이 편안히 쉬고, 콧물로 코도 막히지 말고, 점점 뿌예지던 눈도 다시 반짝반짝 빛나는 장수만의 예쁜 호박색 눈으로 가져서 뭐든 잘 보고 더 씩씩하게 뛰어다닐 수 있기를 바래. 이제는 네뷸라이저 처치, 안약 넣기, 눈 상태 체크 다 안 해도 돼. 하기 싫은 거 해서 미안해.


하루 종일 캣티오 밖에서 벌레 한 마리만 집중해서 관찰하던 귀엽고 엉뚱한 장수. 가끔은 맹수로 돌변해도 요새는 철들었던 장수. 밥도 항상 잘 먹던 장수. 낯선 손님과도 잘 놀던 장수. 활동가 퇴근 시간에 맞춰 잘 준비 하던 장수. 아직도 매일 담요에 쭙쭙이하던 애기 장수.


시간이 지날수록 추억과 슬픔이 해일처럼 밀려올까 겁이 난다. 만인에게 사랑받던 장수야, 우리 작별 인사하지 말고 잠깐 못 보는 걸로 하자. 꼭 다시 만날 거니까. 사랑해.





내 사랑 장수


항상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내가 뭐하고 다니는지 구경하다 재미없으면 냅다 머리카락 뜯던 장수. 장난감을 무척이나 좋아해 입에 물고 있던 장난감을 뺏으려 하면 나름 앙칼진 소리로 장난감을 지켰던 장수. 어르신 고양이들의 꼬리로 장난치다 냥펀치 맞으면 빛의 속도로 캣폴을 올라탔다 캣휠 한번 쓱 돌려주며 어르신들 약 올렸던 장수.


어쩌면 사랑받고 싶어서 사고뭉치, 개구쟁이라는 별명을 가지면서까지 우리들의 시선을 끌던 게 아닐까 싶어. 태어날 때부터 너무 약하게 태어났던 장수라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기적처럼 살아났던 너였는데 이제는 볼 수 없다는 게 마음이 참... 너무 아프다.


언제나 그랬듯 씩씩하게 고양이 별에서 잘 지내고 있어야 해. 먼 훗날 내가 꼭 찾으러 갈게. 안녕, 장수야.





온캣 첫 입주 고양이 장수.


처음 센터에서 널 봤을 때 작고 약한 몸으로 그저 건강하게 이겨내주는 게 바램의 전부였고 그 바램대로 너는 씩씩하고 튼튼하게 이겨내주었어. 작은 몸과 불편한 눈으로도 그저 발랄하게 잘 커주는 네가 너무 기특하고 예쁘더라.


작은 발로 처음 낮은 캣타워에 스스로 올라 앉았던 날, 주사기로 밥을 먹는 게 아닌 그릇에 놓인 밥을 잘 먹기 시작하던 날, 까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코 네뷸라이저를 너무 의젓하게 받던 날들이 아직도 새록새록해. 물론 항상 예쁘고 좋은 기억만 있었던 건 아니었어. 넌 결국 한쪽 눈을 적출하게 되었고 그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팠었어.


근데 넌 우려와 달리 예쁜 한쪽 눈으로 누구보다 씩씩하게 이겨내더라고. 그게 한편으론 먹먹했고 또 한편으론 내 마음속에 남은 예쁜 한쪽 눈을 잘 지켜주겠다고, 네가 씩씩하게 우리를 웃게하고 위로하듯이 널 편안하게 보살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또한 됐었어. 에너지 넘치는 너는 가끔 봉사자님들과 활동가들의 손가락을 장난감 삼아 놀다가 아프게 하기도 하고, 다른 고양이들에게 장난치다가 혼이 나기도 했지만 그게 너였고 우린 그런 널 너무 사랑했어.


항상 적응도 잘하고, 낯선 사람과 환경을 즐기던 너는 사진 촬영을 할 일이 있으면 우리 마음 속 일등 모델이었고 언제나 멋진 결과물들을 보여줬어. 윤기나는 털과 포동해지는 몸을 볼 때마다 얼마나 기특해서 엉덩이를 두드려주게 되던지. 아직은 네가 떠난 게 믿기지 않아. 색색거리는 숨소리로 내 발 뒤꿈치를 장난감 삼아 마구 뛰어올 것 같고, 캣폴 위에 등등히 올라앉아서 우리를 보고 있을 것 같은데..네가 준 사랑과 기쁨을 우리가 아직 돌려주려면 한참 남았는데.. 결국 미안한 마음이 너무 많이 들어.


장수야, 사랑해. 네가 건네던 씩씩한 사랑은 나와 우리에게 너무 컸고 너무 값졌어. 그 사랑 꼭 다른 친구들에게 보답하며 살게. 잘 지내고 있어야 해.





장수에게

장수야 되게 믿기지가 않는 일이다.
나비온 문을 열었을 때 바로 앞 방에서 늘 쳐다봐주던 네가 없다니.
모든 만남은 언젠가 이별이 따르겠지만, 너와의 이별이 이렇게 빠를 줄 몰랐어.

일이 지쳐 점심시간에 밥도 안 먹고 누워있으면 너는 늘 다가와 곁에 함께 누워줬지..
그 행동에 나는 늘 위로를 받았어.
내가 위로받은 만큼 너에게도 내 존재가 어느 정도의 위로는 되었길.

유독 너를 보면서 밥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말을 이해하게 됐어.

하나의 눈으로 누구보다 넓은 세상을 보았던 장수야.
마지막 기억이 널 사랑하는 존재들의 마음으로 가득했길 바라.
네가 보내준 따스한 온기와 위로 잊지 않을게.
늘 사랑해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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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넹넹 2023-12-29 14:10 | 삭제

마지막 순간까지 장수를 따뜻하게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수야, 이제 아프지 말고 행복만 해


유현지 2023-12-29 14:54 | 삭제

장수 잘가. 마음껏 훨훨 날아가. 우리 나중에 만나자.


안새롬 2023-12-29 17:41 | 삭제

장수야, 처음에 너에게 관심과 애정이 생긴 게 먼저 보낸 우리 집 막내랑 닮아서였는데... 우리 막내 만났을까? 거기서는 아픈 곳 없이 건강한 몸으로 즐겁게 놀았으면 좋겠다.


수정 2023-12-30 22:49 | 삭제

장수를 입양하고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제게 장수는 마음속의 반려묘였습니다. 온캣에서 처음 장수를 봤을 땐 과연 내 사랑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활동적이고 씩씩하고 튼튼해보였는데 그만큼 온캣에서 정말 세심히 챙겨주셨구나 싶더라구요.
하늘에서 갑작스레 고양이천사가 필요했나봐요 이렇게 급히 데려가시다니.
장수를 저렇게 아끼는 활동가님들이 계셔서
내가 과연 저 활동가님들 처럼 시간에 맞게 장수를
케어할 수 있을까 싶어 현실적인 두려움에 차마 입양하지 못했던 저의 죄책감이 조금 줄어드는거 같아요.
부디 활동가님들이 너무 슬퍼하지 않으시길
그리고 장수 그곳에선 편안하길 기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