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재개발로 인해 빈집이 가득했던 인천의 한 동네. 대문이 굳게 잠긴 틈으로 여러 강아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방치된 빈집에 개들이 갇혀있다는 제보로 찾은 현장은 심각했습니다.
여기저기 방치된 배설물과 구석구석 즐비한 거미줄과 곰팡이에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처참한 환경이었습니다. 한쪽에는 언제 죽었을지 모를 개의 유골까지 발견되었습니다. (뭉치 구조 사연 보러 가기)
낮이어도 빛이 들지 않아 깜깜한 공간 속에서 서로에게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했을 녀석들. 구조된 7마리의 개 가운데 뭉치가 있었습니다. 무성하게 자란 털 밑으로 살짝 보이는 눈에 불안함과 두려움을 안은 채, 뭉치는 온센터로 왔습니다.
뭉치는 유독 겁이 많습니다.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려 해도 눈치를 보며 자리를 옮깁니다. 아주 작은 낯선 상황이 생겨도 밥을 먹지 않습니다. 뭉치의 기저에 깔린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히 불안함을 낳나 봅니다.
하지만 뭉치는 작은 걸음이라도 한 걸음씩,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전엔 무서워 했던 미용 시간을 이제는 잘 지나 보낼 수 있게 되었고, 이리저리 피했던 시선도 맞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살가운 보살핌을 받아보지 못했던 흔적이 아직 뭉치의 곁에 남아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시간과 관심이라는 꾸준함이 있습니다.
기다란 다리를 뽐내며 노견정의 다른 친구와 신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는 뭉치. 이런 모습을 조금 더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의 흐름을 함께하고 곁에 있어도 안심이 되는 가족을 만나 더 밝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두컴컴 했던 시간을 지나, 더 밝은 빛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고 있는 뭉치의 하나뿐인 인연이 되어주세요.
일상의 온도를 높여줄 가족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