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에 대한 우리의 요구] 체고 40cm 이상 관리대상견 지정 방침 즉각 철회하라.
○ 정부의 근거 없는 체고 40cm 이상 개의 관리대상견 지정과 외출시 입마개착용 의무화 방침은 철회되어야 한다.
18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개를 위험도에 따라 맹견·관리대상견·일반견으로 분류하고 차별화된 관리의무를 부과하는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을 심의·확정했다. 안전관리 대책에는 입마개가 의무화 되어 있던 소위 ‘맹견’ 품종에 5개 견종을 추가하고 ‘맹견’ 출입금지 구역을 신설하는 한편, 체고 40cm이상인 모든 개를 관리대상견으로 보고 건물 내 협소한 공간을 포함, 외출시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 하도록 하고 이에 대해 개의 공격성 평가기관을 갖출 때까지 2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또 모든 개의 목줄 길이는 2m 이내로 제한했다. 이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회의의 모두발언에서 “우리 농림축산식품부가 소비자단체, 동물보호단체들과 상의해서 모처럼 좋은 대책을 냈다”며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이 총리의 발언과는 달리 그동안 동물자유연대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등 동물단체들은 지난해 긴급히 구성된 ‘반려동물 안전관리 TF’에서 입마개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으며 막연한 공포심에 따른 정책보다는 동물등록과 목줄 등 가장 기본적인 펫티켓 준수, 반려견 교육가이드라인과 사회화 등 정보제공과 성숙한 반려문화 정착이 핵심이라고 피력해 왔다. 특히 40cm 체고기준이 비합리적이고 명확한 근거가 없음을 지적하며 삭제를 강하게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관리대상견 체고 40cm 기준을 확정하고 소위 ‘맹견’을 품종으로 구분, 이를 확대하는 방침이면서도 정작 중성화 수술에 대한 도입 의무는 빠뜨렸다.
○ 체고기준에 대해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는 대형견일수록 사고로 인한 피해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체고 40cm가 대형견의 기준이 아닐 뿐더러 체고와 개의 공격성과는 어떠한 상관관계도 없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또 농림부의 주장처럼 큰 개가 물었을 때 그 피해가 크다는 점 또한 확인 된 바 없다. 농림부 담당자와의 통화에서 큰 개의 개물림 사고에서 피해와 관련된 통계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해외의 입법사례만을 참고해 체고 규정을 정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다른 요인보다 체고를 기준으로 관리가 필요한 개를 지정한 사례 역시 독일 니더작센주와 스페인 안달루시아주 단 두 곳의 지방정부만 확인돼 일반화하기에 무리가 있다.
더욱이 정부에서 추진 중인 체고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국내에서 양육 중인 반려견 중 절반 이상은 해당되리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반려견과 견주들을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면서 정확한 통계나 조사 등 근거 없이 추진하는 것은 무책임한 면피행정의 전형이라 할 것이다.
정부는 전문기관의 평가를 통해 안전함을 증명하는 경우에는 체고 40cm 이상이라 해도 관리대상견에서 제외할 수 있다며 2년의 유예기간을 두었지만 개의 공격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기관은 현재 국내에 없는 상태로 개의 공격성은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평가하는 것이 옳다.
○ 물론 증가하는 개물림 사고를 예방하고, 시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적절한 안전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그 대책은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하며, 합리적이어야 한다.
개물림 사고의 근본적 원인은 개를 너무 많이 쉽게 번식시키고 생명에 대한 책임감과 준비 없이 아무나 개를 구입, 기르는 현실에 기인한다. 또 제대로 된 사회성 교육 및 사회화 교육과 양육과정에서의 적절한 관리가 없다면 어떠한 법적 규제에도 개물림 사고와 비극적인 희생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농림부를 비롯한 정부가 이제라도 동물단체들과 반려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체고 40cm이상 입마개 사용 의무화 철회 등 합리적이고 올바른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우리는 촉구한다.
2018년 1월 19일
동물자유연대ㆍ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