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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04

2025년 7월 2일, 토롱이가 오랜 투병 끝에 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강한 삶의 의지로 계속해서 기적을 보여주었던 토롱이의 평안을 바라며 송영인 선임 활동가가 부고를 전합니다.

토롱아, 네가 떠났다. 고개를 돌리면 같은 곳에 똑같은 모양으로 늘 네가 있었는데, 그래서 네가 없는 지금이 조금 어색해. 꿋꿋하게 지켜내던 네 자리에 얇은 여름 이불 하나만 덜렁 남아 있어 마음이 참 이상하다. 그래도 그렇게 무거운 기분은 아니야. 난 네가 정말 행복하게 떠났다고 믿어.

2022년 9월, 1년을 넘기기 어려울 거란 말과 함께 널 처음 만났어. 하반신이 마비된 채로 흙바닥을 얼마나 쓸었는지 다리가 아주 새까맸어. 마비된 다리가 뻣뻣하게 굳은 탓에 혼자 잘 움직이지도 못했어. 그래도 다행히 휠체어에 금방 적응했고, 밥 먹을 시간이 되면 두발과 두 바퀴로 달려와 당당하고 요란하게 요구했어. ‘빨리 밥 줘!’ 하는 것처럼. 그 당당함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몰라. 밥시간이 되면 네 뒤를 몰래 쫓아 짖는 모습을 열심히 찍어댔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한 언어라 오래 간직하고 싶었어.



기대수명이 6개월 정도라는 이야기에 덜컥 겁이 나 너와 같이 지내기 시작했어. 근데 우리가 거의 3년을 함께 살았더라. 진짜 대단한 토롱이야. 바겐이와 롤스, 토롱이가 함께 있던 내 방이 따뜻하고 다정했어. 토롱아 그거 기억나? 내가 외출을 하고 조금 늦게 들어오던 날에 낮은 서랍장 위에 올려둔 쿠키 간식을 너랑 바겐, 둘이 합심해서 홀라당 다 뜯어 먹었던 거 말이야. 어찌나 열심히 먹었는지 종이 박스가 잘게 찢겨 온 바닥에 널려 있었는데. 그리고 또 내가 너와 나란한 높이에서 과자를 먹고 있을 때, 토롱 네가 어느새 내 앞에 다가와 몰래 과자 봉지를 물어갔잖아. 너무 당당하게 훔쳐가는 바람에 바로 걸려 네 계획은 항상 실패했지만 말야. 그덕에 많이 웃었어. 진짜 많이 많이.

네가 아플 때면 줄곧 마트로 달려가 고구마를 샀어. 신장이고 췌장이고 성한 곳이 없어 음식을 자유롭게 먹지 못하니까 해줄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구마를 입김 호호 불어가며 적당한 온도로 식혀 주면, 언제 아팠냐는 듯 네 까만 눈이 참 예쁘게도 빛났다. 노랗게 익은 고구마 단내를 맡고 바겐과 롤스가 달려오면, 우리 넷이 동그랗게 모여 다정히도 나눠 먹었는데. 아 벌써 너무 그립다. 토롱이가 최선을 다해 살아줘서, 이별도 잘 버텨낼 수 있었는데 그리움은 너무 무섭다. 그리움이 정말 무서워.


토롱아, 바겐이는 만났니? 둘이 만나서 뭘 할까. 내가 추억하던 시간을 너희도 그리워할까. 사후세계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다고 줄곧 생각하다가도 너희만 생각하면, 언제라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에 막연히 저 너머의 미래를 그려. 네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던 길에 물까치떼를 만났어. 물까치의 파란 털이 너무 예뻐 자주 보고 싶다고 가끔 네게 얘기했는데, 토롱이가 보낸 인사인가싶어 잠깐 멈추어 유심히 봤어. 사랑이 믿지 않던 걸 믿게 하고, 자꾸 영원을 바라게 만든다.

병듬과 늙음에 소리를 잃어가던 네가 옅게 뱉어낸 마지막 음이 귀를 맴돌아. 내가 좋아하던 토롱이 목소리가 작아지는 걸 바라보는 건 마음이 많이 아팠어. 참을 수 없어 새어 나오던 희미한 소리에 많이 울었어. 너와 이별하며 엉엉 우는 내게도 비슷한 소리가 새어 나왔어. 토롱이 힘들었겠다. 그런데도 잘 버텼다. 내 강아지 진짜 최고 멋있다.


토롱아, 난 어디서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어. 우리 토롱이는 정말 잘 살았다고 말이야. 살아온 삶을 자랑하며 보내는 이별이라니 말도 안 되게 대단해. 점점 뻣뻣해지는 몸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던 너라 내 밤을 온통 네게 쏟아야 했지만, 줄 수 있는 게 있어 다행이었어. 내 밤을 함께 채워줘서 고마워. 덕분에 긴 밤이 늘 어둡지 않았어. 사랑하는 우리 토롱아, 가끔 꿈에서 같이 고구마 나눠 먹자! 안녕, 송토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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