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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사랑하는 물렁이가 별이 되었습니다.



12월 31일, 2024년 마지막 날 물렁이가 별이 되었습니다. 노화로 몸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던 물렁이 곁에서, 늙음의 시간을 모두 함께한 조영연 국장이 물렁이의 부고를 전합니다. 



사랑하는 물렁이에게

늘 제 시선의 끝에 있던 물렁이를 이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여름부터 시작된 물렁이의 치매 증세는 갈수록 심해지며, 최근에는 스스로 기립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 물렁이를 바라보며 현재에 집중하려 했고, 하루하루 평범한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더 많이 함께하지 못하고, 더 많은 곳에 못 데려가고,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계속 떠오릅니다.



물렁이는 2015년, 한 외딴섬에서 애니멀 호더 할머니의 방치 속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다 바비, 얼룩이와 함께 구조되어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생활해온 셋은 구조 당시부터 서로에게 각별한 사이였습니다.

특히 물렁이는 이 둘에 대한 의존도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얼룩이가 먼저 입양을 떠나고 단심이가 그 자리를 채워줬지만,

단심이와 바비가 차례로 가족을 만나 떠나면서 혼자 남은 물렁이는 자기 발을 물어뜯거나

발바닥에 피가 나도록 긁는 정형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정기적인 병원 치료가 필요했고, 그 옆에서 지켜보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2021년부터 물렁이와의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물렁이는 애교가 많거나 사람의 손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한동안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그 긴 다리를 껑충껑충 거리며 찾아다니던,

사람에 대한 감정 표현이 참 서투른 녀석이었습니다.

그렇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곁에 있어주던 물렁이와 함께한 그동안의 시간이 무척 소중하여,

추억 속에만 머물지 않고 마음속에 항상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려 합니다.

부디 좋았던 기억, 행복했던 기억들만 가지고 좋은 곳에서

아낌없는 사랑을 받는 아이로 잘 지내길 기도합니다.



물렁아, 천천히 조심히 잘 도착했니?

너의 마지막이 많이 안 좋아서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이제는 아프지 않고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을 위안 삼아 하루하루 지내보려 한다.

물렁아, 꼭 다시 만나자.

어떤 모습으로 오더라도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해줄게.

지금부터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

슬픔을 설렘으로 바꾸어 보려 한다.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