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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우리 모두가 사랑하던 윈디가 별이 되었습니다.



2024년의 마지막 날, 신부전 투병 중이던 윈디가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온몸의 털이 누더기처럼 뭉쳐 구조된 윈디는 심한 구내염과 신부전을 앓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환경과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심했지만, 최근에는 친구들과 다같이 어울리며 친한 활동가의 손길도 받아주곤 했습니다. 바람 타고 자유롭게 날아갈 윈디의 모습을 그리며 활동가들의 마지막 편지를 전합니다.



무슨 말로 마지막 인사를 건네야 할지도 정리되지 않을 만큼 네가 긴 여행을 떠난 게 믿겨지지 않아. 벌써 네가 없는 센터가 허전한데 내가 마음 서랍에 널 예쁘게 정리해서 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모르겠다.

처음 센터에 입주해서 모든 게 낯설고 겁났을 네가 창틀 위 한 공간에서 천천히 활동가들이 있는 시간에도 방 이곳저곳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가던 날, 복도 산책을 조심스럽게 나와서 다른 고양이들의 애정공세도 다정히 받아주던 널 보면서 웃고 기특했던 날, 밥 시간마다 뒤쪽에서 갸웃거리는 고개와 예쁜 소리로 ‘배고파!’라는 의사 표현을 하던 날, 천천히 손길을 받는 기쁨을 알아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던 날. 난 조금씩 변화되어가는 선물 같았던 네 모습들을 절대 잊지 못할 거야.

그렇게 항상 씩씩하게 잘 먹고 잘 버텨주던 네가 조금씩 식욕이 떨어지고 평소보다 기운이 없는 모습들이 잦아질 때 겁이 덜컥 나서 눈물도 많이 났었는데. 그런데도 잘 버텨내는 널 보면서, 널 아끼고 사랑하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들을 보면서 나 역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어. 항상 아침마다 출근하는 활동가들 손에는 네가 잘 먹을 것 같은 파우치나, 간식들이 가득 들려있었던 것 알고 있어? 그 귀한 마음들을 건네받을 때 너한테 따듯하고 예쁜 그 마음을 고스란히 전하려 부리나케 가곤 했는데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

매사 다정하고 따듯한 용기가 가득했던 네가 나는 너무 보고 싶을 거야. 프레디랑 항상 놀던 복도도, 일광욕을 즐기던 캣티오 창틀 한켠도, 꾹꾹이 하기 좋아했던 숨숨집도 볼 때마다 한동안은 그리움이 불쑥 찾아올 거 같아서 걱정이 되지만 그럴 때마다 그냥 예뻤던 네 모습들을 떠올리면서 인사할게. 가서 삼순이랑 잘 놀고 있어야 해. 훗날 우리 다시 꼭 만나자. 고맙고 또 또 사랑해 윈디.



윈디야,

누더기 같던 털이 매끄럽게 정돈되고, 얼굴이 포동포동 동그래질 때까지.

심한 구내염으로 한 끼를 먹는 데 3시간씩 걸리던 네가 밥을 와구와구 맛있게 먹게 될 때까지.

구석에서 하염없이 웅크리고만 있던 네가 복도를 자유롭게 오가며 센터 고양이들과 다정한 사이가 될 때까지.

너의 모든 변화를 지켜보며, 그리고 그 변화에 울고 웃던 동료 활동가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참 따뜻하고 벅찼어. "이렇게 점점 좋아지다가 윈디 가족을 만나는 거 아니냐"며 기분 좋은 설렘으로 들떴던 게 정말 엊그제 같은데…갑자기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게 되니 너무 허무하고 쓸쓸한 마음이야.

얼마 전, 네가 쓰다듬을 받아주던 모습을 보며 반가운 마음보다 기력이 많이 약해졌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던 기억이 나. 그때 더 많이 쓰다듬어 줄걸, 마음껏 너를 안아줄걸…그런 생각으로 후회가 남는 요즘이야.

길 위에서 떠돌던 시간에 비해 온센터에서의 시간은 너무나 짧았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잠시나마 마음의 평안을 찾았기를, 그리고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사랑해, 윈디야.



윈디에게

윈디야 잘 도착했어? 웃으며 보내주고 싶었는데.. 주책없이 우는 모습만 보여준 채 인사했네

그동안 신부전 이겨내느라 친구들이랑 제대로 놀지도 못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프레디랑 투닥거리며 노는 모습을 못 보는 게 마음이 아파온다..

그래도 그곳에선 아픔 없이 행복할 테니 그것만으로도 참 다행이야

윈디를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났었는데 이제는 윈디 사진 보면서 행복했던 기억을 추억만 해야 하네 보고 싶으면 어쩌지ㅠㅠ

윈디야 거기선 아프지 말고 내가 훗날 너를 꼭 만나러 갈 테니깐 그때까지 잘 지내고 있어야 해

항상 씩씩했던 윈디야 나에게 사랑을 알려줘서 고마워 사랑해



윈디에게.

윈디야 이제는 아픈 데 없이 편안해졌는지...

이번 겨울엔 이별이 없기를 바랐는데 또 이렇게 떠나보내고 말았네.. 2025년으로 함께 넘어가지 못한 게 속상해...

처음엔 경계심 가득했지만 복도도 이리저리 탐색하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면서 점차 우리에게도 곁을 내주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그 모습이 어찌나 감동이고 귀엽던지...

윈디라는 그 이름처럼 캣티오 밖에서 하루 종일 바람과 햇살을 즐기는 모습이 이제는 더 이상 길에서 눈치 보며 도망 다니던 누더기 고양이가 아닌, 새 삶을 즐기는 '진짜 윈디'가 된 것 같아 너무 기특하고 예뻤어.

윈디는 그렇게 알면 알수록 나에게 뿌듯함과 원동력을 주는 고양이야. 다만, 이런 삶도 있다는 걸 좀 더 일찍 알지 못한 채 길에서 화들짝 놀라고 피하는 게 일상이던 게 마음이 아파... 

이제는 튼튼한 몸으로 윈디가 좋아하는 삼순이 언니와 친구들도 만나고, 일광욕도 즐기면서 아프지 않은 입으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길 바래. 몸도 마음도 정말 정말 편안해지길... 윈디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