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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행복을 아주 잘 알던 개, 초코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2024년 11월 20일, 초코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최근 식욕부진과 기력저하를 보여 정밀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검사 결과, 복부에서 발견된 종양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응급수술을 위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고비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2012년 개농장에서 구조되어 행복을 아주 잘 아는 개로 성장했던 초코의 평안을 바라주세요. 초코의 행복을 바라며 송영인 선임활동가가 부고를 전합니다.







초코야, 보고 싶다. 특히 마냥 살랑이던 네 꼬리가 보고 싶어. 최근 네가 영 이상해서 곁에 자주 머물러 지켜봤어. 테라스로 나가는 문을 활짝 열어 두어도 산책하지 않고 이불 위에 누워 있곤 했잖아. 예전에는 살이 따가울 정도로 뜨거운 볕에도 해를 온몸으로 만끽하던 너인데 말이야. 그래도 산책줄을 하고 함께 바깥으로 나가면 신나서 꼬리도 귀도 잔뜩 흔들어대던 널 보고 안심했어. 네가 테라스에 나가지 않는 건, 추워서 그렇구나. 넌 이불을 좋아하니까, 이제 이불을 만끽할 계절이 온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매일 이불을 세탁해서 네 자리에 깔아줬어. 사람들이 보내준 이불 중 가장 폭신하고 따뜻한 촉감을 가진 것을 찾아내 네게 가져다주던 일. 갖가지 간식들 사이에서 네가 좋아할 만한 것을 찾아 모아두던 일. 내가 널 사랑하는 방식이었어.






얼마 전에 쿤이와 잔디밭으로 산책을 다녀왔어. 다리가 불편한 쿤이도 신나게 잘 노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어. 다음에는 우리 초코도 함께 오면 좋겠다고. 마을 입구가 노란 은행잎으로 예쁘게 물들어서 다 같이 기록을 남기던 날에도 네 생각을 했어. 초코도 여기서 찍으면 정말 예쁘겠다고, 다시 노란 잎이 가득해지면 꼭 와야겠다고. 다음이 없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 내심 너와 나눌 시간이 영원할 거라 생각했나봐. 사랑은 영원을 바라게 만드니까.





최근 병원에서 검사를 하던 날 말이야. 배를 보이게 누인 후, 수의사 선생님께서 초음파 기계로 네 배를 쓱쓱 문지르는데 넌 그 와중에도 꼬리를 흔들더라. 보통은 다들 하기 싫어서 잔뜩 얼어있기 마련인데, 너는 사람 곁이면 뭐든 행복했나 봐. 네가 아파서 너무 속상한데, 신난 꼬리를 보니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왈칵 났어. 너무 솔직한 네 꼬리가 정말 초코 다운 표현이라 기쁘기도 했어.







좋음이 늙음을 이기던, 행복을 아주 잘 아는 개. 내가 생각하는 넌 이렇게 대단했어. 모두가 굶주림에 뼈만 앙상히 남았던, 그 끔찍한 개농장에서 구조되었는데 현재의 네 얼굴에선 어떤 아픔도 찾아볼 수가 없었으니까. 반짝이는 눈에는 언제나 사랑이 넘쳤고, 그 사랑의 힘이 너무 세서 네게 반하지 않을 수 없었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이 넘치게 묻은 커다란 널, 양팔로 껴안으면 마음까지 꽉 차곤 했어. 덕분에 난 평범한 비극 속에서도 항상 행복이 가득 찬 사람이었어.





<2023년 9월, 초코는 개농장 구조견과 함께하는 산책, 꽃길에 참여해 국회도서관 야외음악당에서 함께 산책을 했다.>


초코야, 네게 긴 작별 인사를 건네. 우린 이제 영영 볼 수 없지. 그렇지만, 행복을 아주 잘 알던 너로 언제고 내게 남아 있을 거야. 그렇기에 우리의 이별에 슬픔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 널 내몰았던 개식용을 금지하는 특별법이 제정된 순간을 함께했잖아. 네가 가장 원했을 세상에서 널 배웅할 수 있어 다행이야. 개농장이 아닌 우리 곁에서 함께한 기적 같은 날들이, 네 역사가 위로가 돼.




초코야, 네 곁에 머물 수 있어 행복했어. 머리를 쓰다듬으면, 좋은 만큼 입을 크게 벌리고 네 기분을 표현해 줘서 고마워. 덕분에 네가 우리 곁에서 행복하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어. 다리를 터널 삼아 지나가던 일, 겨드랑이 사이로 네 머리를 비집어 넣으며 사랑을 바라던 순간. 하나도 잊지 못할 거야. 초코야, 마지막까지 꼬리를 흔들어주던 초코야. 네가 날 사랑하듯 나 역시 널 많이 사랑했어. 이제 널 마음으로 꽉 안아줄게. 부디 평안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