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 몰수보호시설 환영하지만 산업종식 위한 종합계획도 함께 고려해야
- 환경부 21년 예산으로 사육곰 몰수·보호시설 설계비 1억 5천만원 반영
- 심의 과정에서 설계비와 시설비 절반 수준 감액, 지자체 공모 예정
- 몰수보호시설만으로는 사육곰 문제 해결 안돼, 산업종식 방안도 마련해야
○ 불법증식 및 도살 등으로 얼룩진 사육곰 문제 해결의 단초가 마련되었다.
○ 지난 1일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된 2021년 정부예산안에 사육곰 몰수·보호시설 설계비 예산 1억 5천만 원이 포함되었다. 불법증식 및 사육포기 사육곰에 한정되기는 하나, 국내 사육곰 산업이 시작된 지 40년 만에 정부가 보호시설 마련에 나선 것이다.
○ 당초 환경부는 50두수 대상 90억 규모의 시설을 계획하였으나, 기획재정부 심의 과정에서 40 두수 50억 규모로 감액 반영되었다는 한계는 남는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지자체 공모를 통해 보호시설 건립이 추진될 예정이다.
○ 1981년 정부 권장으로 시작된 웅담채취 목적의 사육곰 산업은 사실상 사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농가의 방치와 정부의 관리부실 속 사육곰은 최소한의 복지도 보장받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었고, 사육곰의 탈출 사고, 불법 증식, 불법 취식 등의 문제는 꾸준히 발생해왔다. 지난 6월에는 경기도의 한 농가에서 사육곰의 웅담 외 부위를 불법 취식한 정황마저 드러났다. 해당 농가는 2016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35마리의 곰을 불법증식했음에도 보호시설이 부재하다는 이유로 이를 제재할 수 없었다.
○ 2012년 사육곰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 협의체 구성시점부터 시민사회는 줄곧 사육곰 산업의 종식과 생츄어리(보호시설)의 마련을 요구해왔다. 지난 해에도 환경부는 몰수동물보호시설 예산을 편성했으나, 기획재정부 심의 과정에서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하였다. 다행히 시민 사회와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의 노력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예비 심사과정에서 예산 수정안에 사육곰 생츄어리 관련 비용이 증액 반영되었으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 올해는 잇따른 사육곰 문제의 국내 및 외신 보도, 시민 단체의 사육곰 생츄어리 이주 계획 발표, 코로나 19로 인한 야생동물 질병 관리 문제의 대두로 더 이상 정부가 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이는 몰수·보호시설의 정부 예산안 반영으로 이어졌다.
○ 다만 이번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사육곰 몰수·보호시설은 그동안 웅담채취 목적의 곰사육에서 파생된 불법행위와 부작용을 막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불법증식 및 사육포기 개체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이 정부예산안을 환영하면서도 아쉬워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 이와 함께 시민사회는 사육곰 몰수·보호시설이 생츄어리로써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설계와 건립에 있어 심도깊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한 종합계획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사육곰 몰수·보호시설은 정부가 마련하는 첫 중대형 포유류 대상의 보호시설인 만큼 곰의 복지를 고려한 설계와 향후 중대형 야생동물 보호시설로서의 병용 및 전환, 나아가 확장 가능성 또한 고려하여 진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몰수·보호시설의 마련에 그칠 것이 아니라, 농가의 전폐업 유도 및 용도변경의 단계적 시효 적용 등 실질적인 산업 종식 계획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