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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곰 39년 고통, 예산통과로 해결하라!
39년의 고통으로는 부족한가? 사육곰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 될 생츄어리 예산안이 제대로 된 논의조차 거치지 못 한 채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및 환경운동단체, 시민들의 줄기찬 요구 끝에 올해 환경부는 내년도 예산요구서에 불법증식 사육곰을 위한 몰수동물보호시설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의 반대로 정부예산안에는 관련 예산이 빠진 채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동물자유연대가 곰보금자리와 함께 사육곰 현장조사와 시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여론의 괸심이 모아지고, 국정감사시 국회의원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런 노력끝에 환노위 예비심사 과정에서 사육곰 생츄어리 설계 및 건립 예산을 위한 증액안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겨졌다.
이는 더 이상 정부의 실책으로 인한 사육곰의 고통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시민들의 요구와 우리 사회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동물자유연대와 곰보금자리가 현장조사를 통해 밝힌 △흙도 밟지 못 하고 평생을 뜬장과 콘크리트바닥에 살며 갈라진 발바닥 △극도의 무료함과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이상 증세 △정상적인 먹이와 식수 대신 잔반으로 연명하는 모습 등은 시민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동물자유연대가 한국 갤럽에 의뢰해 진행한 시민인식조사에서는 85.6%의 시민이 사육곰을 구조하여 보호시설로 이주시키기 위한 단체활동에 지지의사를 표했다. 사육곰 문제 해결에 정부 역할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79.3%가 동의했다.
그러나 1981년 농가소득 증대를 명분으로 사육곰 수입을 장려하며 불행의 씨앗을 뿌렸던 정부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시민의 요구에 국회가 문제해결에 나서자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사육곰 문제의 책임부서인 환경부는 사육곰 중성화 사업으로 자신들의 역할이 끝났다며, 수년째 책임을 외면해왔다. 기재부는 한 술 더 떠 중성화 사업 당시 사료비 명목으로 지원이 이루어졌으므로 전·폐업지원은 불가하다며, 환경부의 예산요구안에 대해서도, 환노위의 예산 조정안에 대해서도 어깃장을 놓고 있다. 이는 수많은 시민과 동물단체들이 어렵사리 살린 희망의 불씨에 정부가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며, ‘사람과 동물의 공생’을 천명했던 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도 전면 배치되는 언행불일치의 행태라 할 수 있다.
이 참담한 상황에 시민들은 다시 한 번 사육곰 생츄어리 건립에 대한 요구를 표명했다.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주말 진행한 ‘사육곰 생츄어리 예산 통과 촉구를 서명’에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5천명이 넘는 시민이 동참했다.
정부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더이상 사육곰 생츄어리 예산에 딴지를 걸어서는 안 된다. 국회 또한 국민의 대의기관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며, 국민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미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는 사육곰 보호를 위한 생츄어리가 만들어져 운영 중이다. 우리사회 역시 사육곰 생츄어리 건립에 대한 우리사회의 합의 역시 오래전 이루어졌으며, 그 비용 역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루 하루가 지옥과도 같은 사육곰의 고통을 이제는 끝맺음해야 할 때이다.
2019년 12월 2일
동물자유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