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경의선 길고양이 사건에 검찰 징역 1년6월, 법원도 동물학대 엄정처벌 해야
경의선 책거리에서 길고양이의 목을 짓밟고, 나무로 내리치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한 이른바 ‘경의선 길고양이 살해사건'에 대해 검찰은 동물보호법 위반·재물손괴 혐의에 대해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
법원의 판결이 남아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동물학대 사건에 대해 검찰이 최대 형량인 2년에 가까운 징역 1년6월의 구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 행위에 대해 2천만원 이하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지만 많은 사건들이 수사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가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5~2017년 사이 동물학대 신고 575건 중 처벌받은 사건은 70건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이중 68건은 벌금형이었으며 2건은 집행유예로 그쳐, 실형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동네 주민들이 정성으로 돌보던 고양이와 자신이 입양한 고양이를 하루 간격으로 무참히 죽인 ‘화성 고양이 연쇄 살해 사건’의 경우 검찰이 송치 3일 만에 벌금형에 불과한 구약식기소로 사건을 종료하려 해 동물자유연대가 12,260명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등 문제제기해 법원이 정식재판을 열기도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되는 동물학대사건은 학대의 당사자인 피학대 동물들의 고통을 유발하고 생명을 앗아가는 직접적 피해를 야기하며, 이를 지켜보는 수많은 시민들의 정신적 고통을 초래 하는 등 간접적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경의선 길고양이 살해 사건’뿐 아니라 초복을 앞두고 깨진 유리병에 찔리고 토치로 불태워졌던 ‘블레니 사건’, 차량으로 어미가 보는 앞에서 강아지를 차로 깔아뭉개 죽인 사건 등도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동물학대의 강력처벌 요구 중 20만 명 이상이 서명에 참여한 사건이 올해만 두 건이다. 이는 동물의 고통을 가하거나 다른 생명의 존엄을 짓밟는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시민들의 요구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제 우리 시민들은 동물에게 직접적인 고통을 가하는 학대행위뿐 아니라 야생동물의 전시, 농장동물의 감금사육에 대해서도 전환을 요구하는 등 동물복지와 동물권의 정립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사회질서를 확립하고, 약자를 보호하여야 할 수사기관들과 사법부는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기는 커녕 자신의 고통조차 호소할 수 없는 우리사회의 최약자인 동물을 동물보호법이 정한 바에 따라 보호해야 하는 자기 본분마저 망각한 행태를 보여 왔다.
분명 처벌만으로는 동물들에게 가해지는 학대를 멈출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잔혹한 동물학대범죄를 저지른다 할지라도 면죄부를 받거나 그 처벌이 몇 푼의 벌금으로 그친다면 그 누구도 법을 그리고 죄짓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경의선 길고양이 살해범에 내려진 구형은 분명 인간 중심, 가해자 편익에만 치우쳐온 기존의 사건에 비해 고무적이라 할만하다. 해당 사건을 맡은 재판부 역시 우리 시민들의 바람과 요구에 귀 기울여 합리적이고 합당한 판결로써, 법정의를 바로 세우고 동물학대를 용인하지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2019. 11. 6
동물자유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