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자회견문/
하지만 이 작은 마을도 결국 제주의 난개발 광풍을 피하지 못하고 파괴될 위기에 처해 있다. 바로 리조트 대기업 대명이 마을에서 600 미터 인근에 마라도 두 배 규모(약 17만 평)의 부지에 대규모 호텔과 열대 동물원을 짓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한다.
선흘2리는 한라산 중턱에 있는 지형적 특징으로 겨울에는 1미터에 가까운 폭설로 며칠씩 고립되기도 하고, 강수량은 약 2600mm로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의 두 배에 달한다. 평소에도 안개가 많이 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운전조차 힘든 곳이다. 이런 곳에 덥고 건조한 열대 사바나 초원에서 살아야 할 사자, 기린, 코끼리 등의 열대 동물을 가두고 전시해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것은 무슨 말을 둘러대도 동물 학대라고밖에 할 수 없다. 또한, 현대 동물원의 표면적 존재 이유인 생물 다양성 보전의 시점에서 보더라도, 제주 동물테마파크 건설은 람사르 습지의 토착종 야생생물 서식환경을 파괴하고 생물 다양성을 훼손한다.
사업 예정 부지는 제주 고유의 생태숲인 곶자왈이 위치한 곳으로 지하수의 보고이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측은 대규모 사업장에서 나오는 오수를 오수관에 연결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중수 처리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육지와는 달리 지하수를 생명수로 삼고 있는 제주도민들로서는 대규모 관광 시설에 의한 지하수 오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선흘 2리 주민들은 중산간 마을의 고질적인 물 부족 문제, 맹수 탈출의 위험성, 인수공통전염병의 발생 위험성, 동물 분뇨의 악취, 맹수의 소음 등의 문제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
현재 제주도정은 선흘2리 이장과 일명 소수 기득권자의 불법적이고 비상식적인 행동에 대해 손을 놓고 갈등 상황을 내버려 두거나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또한, 총회를 통한 마을 주민들의 반대 결정, 람사르 위원회의 사업 반대 결정, 70% 가까운 제주도민들의 압도적인 사업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정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제주도정의 이 같은 태도는 결국 마을 주민보다는 사업자의 승인을 돕겠다는 행보로 의심받기 충분하다. 제주도정은 주민들의 대의 기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청정’과 ‘공존’의 가치를 도정운영 방향으로 내세운 원희룡 도지사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의 변경 승인을 하지 않아야 한다.
제주동물테마파크와 관련된 기사 아래에 가장 많이 호응을 받는 댓글은 언제나 ‘이 시대에 동물원이라니’, ‘제주도만은 제발 그만 놔둬라’ 이다. 이 마음이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마음일 것이다. 선진사회로 나아가고 대한민국은 이제 인권을 넘어 동물권을 보호하고, 파괴와 개발보다는 보존과 상생을 추구라는 것이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국민의 경고를 원희룡 도지사와 제주도정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제주도민과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호소드린다. 선흘2리 주민들만의 힘으로 거대한 자본과 개발의 광풍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제주의 자연은 우리 모두의 것이자,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후손에게 물려줄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하는 데에는 좌우, 남녀노소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여러분들의 관심이 제주의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아내고, 아름다운 자연을 지켜 낼 수 있다. 또한, 세계자연유산 마을에 깃들어 사는 주민들의 일상과 이곳에 끌려와 돈벌이에 이용될 열대 동물들을 지켜 줄 수 있다. 제주도민과 국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한다.
2019년 9월 4일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 바른미래당 이상돈 국회의원, 선흘 동물테마파크 건설 반대대책위원회, 정의당 제주도당,정의당 동물복지위원회,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