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08.28
보도자료
언론에 보도된 동물자유연대의
소식을 들려드립니다.
[길고양이와의 동행] 고양이 이야기 9편 - 나비의 사랑이야기
- 2013.08.21

우리 아파트 8동 건물의 모퉁이에서 사는 길냥이 나비는 오며 가며 귀엽다고 쓰다듬는 사람들의손길을 잘 받아줘 주민들의 인기를 한 몸에 지닌 아이입니다. 아이들이 장난으로 아파트 1층 베란다 주변 수풀이 우거진 곳을 향해 작은 소리로 "야옹 야옹" 하면 어김없이 저편 수풀 안에서도 "니아옹~~니아옹~~" 하는 나비의 숨 넘어가는 작은 소리가 들립니다. 3층, 4층, 5층, 7층, 9층12층... 19층... 등에 사는 주민들도 현관을 들락거리며 "야옹~~" 하면 어느 구석에서 "이~~아옹"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렇게 사람 좋아하는 나비지만 밥만은 꼭 제가 주는 것만 먹습니다. 아기고양이일 때 성장점이 부러져 다친 나비를 보고 애처로운 마음에 처방 받은 약을 먹이려고 주식통조림에 멸치가루, 사료를 섞어 먹이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습관이 돼 아직도 나비만은 매일 특별식을 주기 때문이죠.
이렇게 애지중지 예뻐하는 나비가 7동 사는 흰얼룩순이에게 그만 마음을 빼앗겨 저의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애지중지 예뻐하는 나비가 7동 사는 흰얼룩순이에게 그만 마음을 빼앗겨 저의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흰얼룩순이가 나비만 특별식을 먹는 걸 금방 알아채고 나비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는데 다른 녀석이 먹이 근방에서 얼쩡거리면 달려들어 쫓아내버리는 나비가 어찌된 일인지 이 흰얼룩순이가 얼쩡대면 오히려 슬쩍 자리를 비켜줍니다. 그러면 흰얼룩순이는 "저리 비켜!" 하듯 냉큼 달려들어 나비만의 특별히 맛있는 먹이를 다 먹어 치웁니다. 그리고는 냉정히 다른 곳의 먹이통으로 가 버립니다. 행여 나비가 다가와 찝적거리면 "까불지말라"는 듯...가차없이 앞발로 나비 머리통을 쳐댑니다. 이런 못된 것~~. 사실 흰얼룩순이는 나비가 아닌 7동 터줏대감 큰누렁이를 좋아하거든요.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비는 특별식도 흔쾌히 내줄 수 있는 흰얼룩순이의 마음을 빼앗아간 큰누렁이를 연적으로 생각했던지 계속 싸움을 걸고 싸웠습니다. 그럴 때마다 귀가 찢기고, 뒷다리가 물리고, 목덜미에도 상처가 나고... 매일 늦은 밤 연고와 소독약으로 나비의 상처를 닦아 주는 게 제 일과였을 정도입니다.
지금은 서열이 어느 정도 확립이 되었는지 싸우려 하진 않지만 흰얼룩순이가 큰누렁이와 함께 오솔길 건너 철쭉 덤불 안 급식소에서 정답게 먹이를 먹고 있으면 안달이 난 나비는 어쩔 줄을 모릅니다. 매번 근처까지 다가가서 다른 철쭉에 몸을 숨긴 채 흰얼룩순이와 큰누렁이를 바라보고... 나무 밑 둥지에 웅크리고 앉아서 또 쳐다보고...하는 것이죠. 그러다가도 다음 날 또 흰얼룩순이가 나비 밥을 뺏어 먹으러 오면 어김없이 제가 준 특별식을 양보해 버립니다. 특별식을 먹고 있는 흰얼룩순이에게 슬쩍 앞발을 대어보며 집적대보기도 하지만 밥과 순정을 구별하는 흰얼룩순이는 그럴 때 마다 가차없이 앞발로 나비의 머리통을 연타합니다. (고양이들이 앞발을 이리도 잘 쓰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그러면 나비는 속이 상한지 더 이상 아무것도 먹으려 하지 않고 화단 앞에 주차되어있는 차 번호판 앞으로 가서 늘어집니다. 측은한 마음에 잘 달래주면 그냥 작은 소리로 "야옹, 야옹"하다가 고개를 돌려버립니다.
이런 나비와 흰얼룩순이, 큰누렁이의 모습에 애가 타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길에서 혹은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은 중성화 수술을 해줘야 민원도 줄고, 녀석들의 삶도 보장되지요. 이런 생각을 하면 저 녀석들을 위해서라도 얼른 중성화수술을 시켜줘야지 싶습니다. 그래서 몇 번 마음을 다졌지만 나비에게 중성화수술을 시켰다가 완전한 왕따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계속 미룹니다. 또 그러다 발정이 나고, 개체수가 늘어 민원이 생기면 아파트에서 쫓겨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어두워지고, ‘그래, 중성화수술을 해줘야지’ 또 다시 마음먹게 됩니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올해 초 결국 나비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켰고, 나비는 약간 의기소침해진 듯 보였지만, 이내 주위 고양이들과 어울리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흰얼룩순이 대신 노란 고양이 순이와 어린 노랑돌이 등 새로운 친구가 생기기도 했구요. ^^

다행히 저희 아파트 길고양이들은 아파트 주민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 평화가 깨지지 않도록 앞으로 더 노력할 생각입니다. 최근 강동구에서는 길냥이 급식소를 만들고, 봉사자와 함께 중성화 수술도 해주는 등 길냥이와 공존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정책이 대한민국 전역으로 퍼져나가 모든 길냥이들이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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