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논평] 20대 국회 첫 동물보호법 개정을 환영한다.
국민들의 염원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3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금번 개정 동물보호법은 17개의 발의안 중 15개 안을 병합, 심사해 하나의 농림해양수산위원회 대안으로 마련되었다. 이는 2016년 5월 20대 국회가 시작된 지 1년도 채 안된 시간 안에 거둔 동물보호 시민운동의 승리이다.
금번 동물보호법 개정을 시민의 승리로 꼽을 수 있는 큰 요인은 이해당사자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을 위해 한 목소리로 힘들 모은 데 있다. 한 TV프로그램에서 ‘강아지공장’의 적나라한 실태가 방송을 통해 드러난 직후 동물보호법 개정을 바라는 국민적 염원은 단 이틀 만에 20여만 명이 서명으로 뜻을 모았고, 국회 앞에서는 법 개정 촛불문화제가 연이어 형성되는 등 다양한 시민운동이 전개되었다. 이어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줄이어 발의되자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의 지속적이고 집요한 방해는 그 정도를 넘어설 지경이었다. 관련 업계의 맞불 집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공격적인 활동 등은 한동안 입법 추진이 정체되는 상황을 맞기도 하였다. 하지만 끊임없는 동물보호 시민의식은 국회를 움직였고 급기야 법 개정을 이루게 되었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의 핵심적인 내용은 동물생산업(번식업) 허가제
동물생산업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강화되었다. 동물생산업은 2008년 처음 도입돼 등록제로 출발하였으나 업계의 호소에 따라 정부는 2012년 동물생산업을 신고제로 완화했다. 그러나 신고제로 낮추면 합법적인 운영을 하겠다는 업계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2015년 말 기준으로 단 187곳만 신고제에 참여하는 데에 그쳐 80% 이상의 번식장이 불법 상태였으며, 동물복지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강아지공장’의 행태는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2016년 5월 대표적인 동물 프로그램에 의해 폭로된 무자격자 외과 수술 등 번식장의 비인도적인 행태는 동물생산업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는 국민적 여론을 폭발적으로 확산시켰다. 그 결과 한정애 의원 등이 동물생산업 허가제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것이다. 이번 개정은 동물생산업을 허가제로 한 것 외 반려동물 관련 동물전시업(동물 카페 등), 동물위탁관리업, 동물미용업, 동물운송업도 등록제에 포함시켜 법적인 관리를 할 수 있게 했다(위반시 500만원 이하 벌금).
그 밖에도 관할 지자체장은 영업자에 대한 점검 사항을 매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에게 보고하는 의무를 부여했으며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이는 3년 동안 동물 영업에 제한을 두는 등 이전 동물보호법의 맹점을 보완하는 내용이 신설되었다.
또한 개정법은 기존 법이 ‘죽이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정의하던 것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로 명시함으로써, 동물을 죽이고자 하는 의도가 없었을지라도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였다. 또한 동물에게 상해를 입혀야 처벌할 수 있었던 것에서 더 나아가 일부의 행위는 신체적 고통을 주는 것도 동물학대로 정의하였다. 동물에게 상해의 흔적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못했던 이전 사례에 비춰볼 때 금번 개정은 또 하나의 큰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 볼 수 있다. 더하여 동물을 도박의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경품으로 제공하는 것과 대여 금지 등 학대의 행위를 확대한 것은 고무적인 성과이다. 동물 학대자에 대한 처벌 상한도 기존 1천만원 이하의 벌금 1년 이하의 징역에서 2천만원 이하의 벌금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상향되었다.
동물학대행위자에 대하여 소유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빠진 것 등 한계
하지만 이번 개정 과정에서도 농림축산식품부의 행정 편의적인 입법 태도와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가 산업 중심의 한계를 드러낸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미 선진국이 모두 가지고 있는 ‘굶주림이나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는 행위’와 같은 중요한 학대조항 등이 거부됐다. 지난 국회 회기를 통하여 입법추진이 되었던, 상습적인 동물학대행위자에 대하여 소유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빠진 것은 물론, 학대를 받는 동물들에 대하여 현장 출동을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에는, 사법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기 전까지만, 누구든지 즉각 동물을 학대자로부터 격리 조치하는 내용이 정부의 반대로 빠지게 되어 동물보호의 사각지대를 막아낼 수 없게 되었다. 동물학대방지를 심층적으로 규정하여 국민적 기대를 모았던 표창원의원안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쉽다. 정부가 동물생산업 허가제는 받아들였으나 허가제에 걸맞는 세부적인 요건을 받아들이지 않아 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따라서 정부는 뜬장의 폐기는 물론 이미 약속한 바와 같이 시행규칙에 동물생산업의 허가 요건에 해당하는 시설기준 및 동물복지를 고려한 관리 기준 등을 꼼꼼하게 반영하여 ‘강아지공장’ 사건에 분노한 국민들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
동물단체들은 금번 개정에서 뒤로 밀려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입법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협력과 연대도 계속 이어갈 것이다.
금번 개정에서 뒤로 밀려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입법 활동을 지속
끝으로, 동물보호법 개정 강화를 위해 연구하고 대표 발의해 준 국회의원들과 법안 심의를 위해 노력한 농림해양수산위원장 김영춘 의원에게 감사드린다. 또 동물보호법 개정에 염원하는 동물단체와 시민 의견을 경청하여, 주관부처로서의 농식품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질타하며, 이만한 개정이라도 가능케 해준 김한정 의원등 여러 의원님에게 감사드린다.
2017. 3. 6
동물자유연대, 동물권단체 케어, 동물유관단체 대표자 협의회,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