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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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아, 어쩌다가 배가 그렇게 됐니?



진료대에 누워 있는 개의 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상처는 배의 얇은 피부를 벗겨내며 넓게 퍼져 있었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상처때문에 염증이 생겼다가 아물고 다시 벗겨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배가 빨갛게 된 채 돌아다니는 개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남양주 현장에 방문 했을 때 가온이와의 첫만남은 의외였습니다.
 

 
연탄이 쌓여있는 사이에 배를 깐 채 누워 자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배의 상처도 상처지만 왜 그렇게 털이 새카만가 했더니 이런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보자 분이 밥도 지속적으로 챙겨 주셨고 상처가 심해지지 않을까 약도 사다 먹여서인지 털이 지저분한 것 외에 겉보기에는 상태가 나빠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겁이 너무 많은 탓인지 가까이 올 듯 말 듯 하는 상태라 애를 먹을 것 같습니다.
 

 
이미 맛을 본 캔이 먹고 싶지만 조심 또 조심. 절대 포획틀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아예 겁을 먹고 줄행랑을 치는 것도 아니지만 스킨십은 할 수 없는 애매한 상황입니다.
사람에 대해 경계가 심했다면 제보자 뿐 아니라 낯선 활동가들에게도 비우호적이었을텐데
그건 또 아닌 것 같습니다.
 

 
사진관에 온 듯한 가온이 증명 사진.
아주 멀리 가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대도 가만히 있으나 가까이는 갈 수 없는 정도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만큼은 잘 지낸다는 듯 의연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몸에는 연탄 가루가 묻어 볼품없지만 표정만은 살아 있네요.
그렇게 한 참을 말을 건네며 친해지려고 하는 사이 활동가의 손에 가온이는 그냥 잡혀 버렸습니다.
그런데도 당황하지 않고 의젓합니다.
못이기는척 잡힐 거면서 튕겨봤나 봅니다.
 

 
남은 캔을 다 먹는 여유도 보여주었습니다.
 

 
병원에 가서 피부 상태를 확인하였습니다.
배의 중간 부위에 넓게 벗겨진 피부는 끝쪽으로 날카롭게 뻗어나가듯 벗겨지고 있었습니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유추하기 어렵나 봅니다.
일단 치료가 급하니 빨리 상태를 확인하고 처치를 서두릅니다.
 


 
배의 상처 부위에는 얇게 진물이 굳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피부가 아니기 때문에 작은 접촉에도 또다시 벗겨져 속살이 나올 것 같습니다.
배 뿐만 아니라 목 뒤에도 염증이 있는 상처가 발견되었습니다.
혹시 집에서 지내다가 우연히 길에 버려져 야생에 적응된 동물들에게 공격을 받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가온이는 상처 가장자리부터 시작하여 안쪽으로 새살이 돋는 시술을 통해 치료를 할 계획입니다.
도대체 어떤 험한 일을 겪고 이런 몸으로 연탄 구덩이에서 살고 있었는 지 모르겠지만
애정을 갖고 잘 돌봐 준 사람이 있었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온이가 어서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