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동물자유연대의 다양한 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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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개와 함께 살며....


모든 늙은 개들이 다 우리 쿠키 같은 것은 아니라 생각해요..... 어떤 회원님의 반려동물은 깨끗하게 목욕하고 드라이어로 털 말린 후 자기 방석으로 가서 눕더니 그렇게 조용해 평온하게 하늘 나라로 갔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사무실에 나이 많은 개들이 있지만 아직은 노령으로 인해 죽은 개보다 노환으로 앓다가 죽은 사례들이 더 많은지라, 노령의 개들의 일상이 어떤지 잘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제가 아이들을 직접 돌보는 것이 아닌지라 제가 모르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요.

이 사진은 제가 1997년쯤부터 함께 살아온 쿠키입니다. 제 닉네임을 '쿠키'로 사용할 만큼 제게는 좀 더 각별한 정이 있는 녀석인가 봅니다.
시추 암수 한쌍 쿠키와 비키가 1살이 좀 덜된 듯한 나이에 '어디로 가야 하나.....'하는 처지에 있을 때에 제가 업어온 아이들입니다.

비키는 앙징맞고 샘도 많고 어찌나 요염스러운지 이 아이들의 먼저번 보호자가 유난히 비키를 예뻐했던 듯 합니다. 그래서인지 쿠키는 늘 한발 뒤에 서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 녀석이 성질이 온순해서는 아닌데... 워낙에 비키가 깍쟁이인데다가 요염쟁이라 늘 한발 뒤에 서 있는 듯 했습니다.

그런 모습이 더 짠하여 쿠키에게는 먹을것 하나라도 더 주게 되는 그런 녀석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어찌나 호통이 심한지 저는 이 녀석에게 늘 야단맞고 살아야 했고, 한번쯤 안아볼려면 온갖 간청을 하며 안아야만 했습니다.

산책을 나가도 늘 잘났고 눈은 휘둥그레하며 사방을 훑어보는 녀석이었죠. 목욕을 한번 시킬라면 제 온힘을 써야 목욕이 가능한 녀석이었지만, 그래도 늘 듬직한 제 애인같은 녀석이기도 했습니다.

기특한 것은... 저와 15년째 함께 살면서도 비키는 배변을 제대로 못해 애를 먹였는데 우리 쿠키는 배변 만큼은 정말 깔끔하게 해주시는 분이었어요.
그런데..그랫던 쿠키가 이제는 털도 듬성듬성빠지고 산책 나가면 현관 앞을 향하며 집에 들어오길 원하고, 차 타는 것을 무척 좋아하더니 이젠 차도 못타서 병원 조차도 가기 어렵게 되었고 하루종일 저렇게 잠만 자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2008년 즈음부터는 소변도 제대로 못가리는 때가 생기기 시작했고 급기야 작년부터는 간혹씩 자기가 누워있는 방석에 싸놓기도 하고, 소변을 바로 치워주지 않으면 그냥 철퍼덕 넘어지거나 밟고 그 자리를 맴돌기도 하는데...자기 몸도 자기 마음대로 안되는지 어떤 때는 벽에 붙어있거나 가구 사이에 끼어서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한참을 서 있다가 돌려나오곤 합니다..

 몸은 그래도 성질은 어찌 그리  여전하신지..발바닥 닦아주는 것 조차도 온몸의 기를 쓰며 저항을 합니다. 그래서 소변을 싸주시면 쫒아가서 얼른 치워줘야 몸이 오줌에 쩔지 않도록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네요..

이젠 이 녀석의 이런 삶에 제 감각도 길들여져 있는지, 이젠 밤에 잠자다가도 이 녀석의 소변 냄새를 느끼며 잠을 깨, 후다닥 일어나 닦아주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 나 자신을 보며..그런 이 녀석을 보며... 시간이 많지않음을 느끼기도 하지만,,어쩌면 이 녀석이 이렇게 골골하면서 장수(?)할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는 뭔가의 감정이 살짝 스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 나이 먹은 개 내다버린다는 사람들.. 거품 물고 비난했었는데...아,,그럴게 아니고 반려동물의 노후를 준비하는 마음 가짐으로써 이 녀석들이 젊은 시절에 우리에게 주었던 아낌없었던 즐거움과 행복을 감사해하며, 노령견의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법을 공유하며 삶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도록 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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