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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동 노끈 고양이의 집으로 가는 길

지난 4월 10일, 양재동에서 노끈 올무에 걸려 구조되었던 고양이가 모든 치료를 마치고 원래 살던 양재동  숲속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양재동 노끈 고양이의 구조 사연 보기 클릭
 
구조된 고양이는 양재동의 숲에서 평화롭게 살다가 노끈으로 만든 올무에 걸려 배의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 중성화 수술까지 한 길고양이를 해하기 위해 누군가 일부러 노끈 올무를 만들어 설치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특히 일주일에 한번씩 부산에서 서울까지 길고양이 밥을 챙겨 주러 오시던 제보자 분은 먼 거리 탓에 자주 들르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누구보다 걱정이 컸습니다.
구조 당시 양재동 고양이의 모습
구조 후 배를 옭아 맸던 노끈을 제거하고 본 상처는 칼에 베인 듯 피부가 완전히 갈라져 있었습니다. 상처가 깊어 봉합 수술을 결정하였고 시술 후 실밥을 풀 때까지 10일간 동물자유연대 행당동 사무실에서 약을 먹으며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아픔을 덜어주기 위한 구조였지만, 자유롭게 숲을 뛰어 다니던 길고양이가 매일 케이지에 갇혀 강제로 약을 먹어야 하는 일은 꽤나 힘들었을 것입니다.
입맛이 뚝 떨어진 탓에 스스로 사료를 먹지 않아 주식캔을 주사기로 강제 급여해야 했고, 하루에 두번씩 쓰디쓴 소염제까지 먹여야 했습니다. 오랫동안 길 생활을 한 녀석인데도 너무나 순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매번 괴로운 얼굴로 약을 뱉어내는 모습을 보면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습니다. 고양이와 사람 모두 애를 먹은 열흘이지만, 여러 활동가들이 주말까지 사무실에 나와 돌봐준 덕분에 다행히 고양이는 큰 탈 없이 잘 회복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원래 살던 곳으로 되돌아 갈 시간입니다. 사무실에 있는 동안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울어대기는 했지만 나름 친화력도 있는데다가 약 먹이고 먹느라 정도 들고 해서 활동가 입장에선 아쉬운 마음이 커집니다.
그래서 잠시나마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혹시나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기를 선택하면 어떻게 해야 될까...''
하지만 이런 생각이 무색하게도 이동장 문을 열자마자 고양이는 빛의 속도로 사라졌습니다. 이별의 아쉬움을 나누는 것은 고사하고, 주변을 탐색하는 시간도 갖지 않은 채 뛰어 나가 녀석이 어디로 갔는지 확인하기도 어렵습니다.
방사 후 한참 동안 녀석의 행방을 찾아 헤맸는데 숲 사이에 앉아있는 모습이 멀리 보입니다. 얼굴이라도 보려고 기웃거렸더니 녀석도 이쪽을 빤히 쳐다보더니 잠시 후 천천히 숲 사이로 모습을 감춥니다.
그래, 나쁜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살아라.
수상한 노끈은 피하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밥은 먹지 말아라.
다시 이런 피해 없이 양재동 고양이들이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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