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남이. 올해 6섯살 하기로 했다.
생일은 1월 2일로 정했따. 그레서 오늘 해피뻐스데이, 나! 🎉🎂🎂🕯️
나, 과거의 코드네임은 보령-99. 때로는 동킼.
하지만 새사람, 아니 새강아지가 되어 기여운 똥깡아지 하나미✨로 다시 태어나다.
나. 하남이. 이제는 평생가족을 찾지 안는다. 임보를 연장하기로 하다.
임시 보호에서 임종까지 보호가 되었디. 이미 누나네 가족이었지만 이제 찐으로 법적으로도 뉴나 가족이 되다.
나. 지난 9개월 임보 기간동안 성격 더러워지다. 어리광듀 부리고 떼도 쓴다. 누나는 내가 천사깡깡지인줄 아랏지. 하지만 사실 성깔있는 강나지였지? 편싣도 한다. 야채는 시러다. 안먹지는 안아도 쪼꿈 남긴다… 누나가 안봐주면 떼쓴다. 분리불안은 업ㄱ지만 분리불만은 잇다. 인제 누나는 나를 감당해야할거야? 앞으로 계속? 앞발가락 뒷발가락 다 모아서 셀만큼의 생일동안?
지지난주였나, 하남이가 털이 보글보글 덥수룩하게 자라, 집에서 누나살롱으로 직접 깎아봤어요.
무서워할까봐 꼭 붙들지 않고 바리깡을 쓱 밀었는데,
…
…
뒷목에 땜빵이 나버린 거 있죠.
꼬질꼬질한 꼬리도 적당히 다듬어준다는게 그만
볼품없는 꼬라지가 되어버렸어요.
임보를 해야겠다, 마음먹고 덜컥 동자연을 방문해 상담을 받았던 날이 떠올랐어요.
신청서만 쓰고 돌아올 줄 알았는데,
팀장님이 그 자리에서 몇 가지를 따져보시더니 덥석 사진을 내미셨어요.
겉보기에 예쁘고 귀여운 강아지를 골라서 데려오지 말자, 결심하고 갔던 자리였어요.
그래서 미리 살펴보고 오셨냐, 어떤 친구를 보호하고싶으시냐 물어보셨을 때에도
따로 생각하고 있던 강아지는 없다고 대답했었고요.
그런데 사진이… 아니 못생겨도 너무. 너무 못생긴.
심지어 이름도 동키래요. 어쩜 이름까지 못생겼어. (라고 생각했던 것을 이제야 고백합니다)
하지만 저는 예뿌고 귀여운걸로 강아지를 고르지 않겠다고 생각했으므로 아무 말 없이 오케이. 했어요.
그리고 마음의 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다른 선생님께서 동키를 데려오셨어요.
동키가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보기 전에 먼저 '냄새'가 강한 인상을 남겼어요.
팀장님은 그게 동키가 갇혀있었던 번식장에서 배어든 냄새라고 하셨고,
몇 번 목욕을 시켰지만 몸에서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아. 요녀석 너무 못생겨가지구 어디 입양보내긴 틀렸다.
임시보호 하는 기간동안 때빼고 광내서 예쁜 모양으로 만들어서, 누가 데려가게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임시보호를 시작했었어요.
그런데, 뒷목에 땜빵난 하나미를 보니까 우스꽝스러운 꼬라지가 되어서
안되겠다, 이렇게 못난이여서는 어디 내다팔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제가 끼고살아야겠다. 하고 동자연에 연락을 드려 수속을 밟았습니다.
그렇게 하남이는 (제게 주어진 가족이 아니라) 제가 선택한 가족 중 처음,
그것도 첫 법적 가족이 되었습니다.
사실 "어쩔 수 없"이 맞아들였던 건 아니에요.
동키에게 하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하남이가 누나의 집을 자신의 세상으로 생각하고 편안하게 자리잡아가는동안
저한테도 하남이가 일상의 일부가 되었거든요.
처음에는 정!말, 입양을 전제하지 않고 시작했던 임시보호였는데, 꼬옥 가족을 찾아서 보내주려고 했는데
누가 정말 요 천사같은 사랑둥이를 맞아들이고 싶다고 하면 보내줄 자신이 없어서 은근슬쩍 입양홍보를 덜 하게 되더라고요.
하남이에게 정들어서 떼기 싫은 제 욕심은 아닌지, 제가 정말 좋은 환경을 줄 수 있는 보호자인지도 고민했지만
어떻게 생각해도 이제야 '내 것', 그러니까 내 장난감, 내 자리, 나들이를 갔다가도 돌아가고 싶은 내 집,
불러주면 알아듣고 돌아볼 수 있는 내 이름, 그리고 내가 기다리는 가족을 가지게 된 하남이를
다시 동키라는 이름으로 되돌려보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언젠가부터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하남이도 어느 누구도 서로를 선택하지 않았거든요.
하남이가 저를 보호자로 고른 것도 아니고, 제가 하남이를 골라 보호하겠다고 했던 것도 아니었고요.
그러니까 우리 사이에는 운명같은 만남이나, 첫눈에 강렬한 묘연(견연?)을 느꼈다거나 그런 것들이 없었는데
그냥 어쩌다. 만나게 된 것 뿐인데
어떻게 어쩌다 이렇게 가족이 되어버린 것인지 이상하고 신기한 구석이 있어요.
만약 팀장님이 그 날, 동키가 아닌 다른 강아지를 짝지어주셨다면 지금 저는 하남이가 아닌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어있을까요?
동키는 제가 아닌 어떤 임보자를 만났더라도 그를 쫄쫄 따라다니며 사랑했을까? 같은 생각들을 해요.
만약 그렇다면 동키는 저보다 좋은 보호자를 만나… 더 많이 사랑받고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어쨌든 동키는 저를 만났고, 하남이가 되었고, 서로 평생 가족이 되기로 도장을 찍었으니
그저. 동키는 이제 이 팔자를 받아들이고. 누나의 가족으로 남은 견생 함께 살아가는 수 밖에는.
이 글을 쓰는 내내 찔찔 짜고있는데,
하나미는 제 옆에서 배까지 발랑 뒤집고 세상모르게 자다가 끔뻑끔뻑 일어나더니
뉴나왜울어? 하는 표정으로 보고있네여,,, 🥹 하... 짜식아 너때문이야
입양 결정을 전달하러 전화드리자 동물자유연대 분들께서 "감사합니다"고 하셨는데,
저야말로 감사드리고 싶어요.
요 사랑둥이를 구조해서 잘 보살펴주시고, 저를 믿고 요녀석을 만날 기회를 주셔서 정말정말 감사드려요!
https://www.instagram.com/fluppy.hanamm/
윤정임 2025-01-07 17:02 | 삭제
아이고~ 인연이 운명이 되었네요 ^^ 하남이와 누나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두 손 모아 빌어요! 새해 복 넘치게 받으시고 항상 등 따시고 배부른 나날이 계속되길 바랄게요^^
황찹쌀 2025-01-09 22:41 | 삭제
하남아 안녕 나도 코드네임 보령-50 단발이당 ㅋㅋ 난 이제 황찹쌀이다 너두 좋은 가족을 찾아서 다행이야 나두 엄마아빠가 계속 같이 살거래 ! 우리 보령에선 힘들었찌만... 그래도 남은 인생은 계속 행복하고 따뜻할 것 같아 참 다행이야 행복해보이니 좋다! 나 인스타 친구추가 했으니까 받아줘 간간히 소식 나누자구~
빛돌이 2025-01-13 02:47 | 삭제
저혼자 생각인데 빛돌이랑 동키가 가족아닐까 싶어요~ 잘지냈음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