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직후 토롱이>
토롱이를 떠올리면 ‘기적’이란 단어가 앞에 붙는다. 구조 당시 토롱이는 뇌수막종, 심장사상충 양성, 신부전, 신장에 발견된 낭종 등 성한 곳이 없었다. 6개월 시한부 판정까지 받은 채로 온센터에 왔다. 함께한 지 어느덧 2년, 토롱이는 꿋꿋하게 현재를 살아간다. 정말 기적의 토롱이다.
1년 전, 토롱이는 큰 고비를 겪었다. 당시 토롱이는 한순간에 곡기를 끊었다. 온센터 동물들이 아플 때마다 만들어 주는 활동가표 특제 고구마죽도 먹지 못했다. 뼈가 아주 선명히 드러날 정도로 야위어 갔다. 다리 한쪽이 괴사되어 진득거리는 진물이 흘렀고 악취가 났다. 악취가 심해질수록 희망은 캄캄히 흐려졌다. 토롱이의 온몸이 이별을 말하고 있었다.
토롱이와 이별 사진을 찍었다. 내일을 바라는 마음이 욕심 같았다. 그정도로 토롱이의 상태는 처참했다. 평소 풀냄새 맡는 걸 좋아하던 토롱이와 잔디밭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함께 앉아서 본 잔디가 푸릇했다. 다행이었다. 토롱이의 앞이 온통 초록이라서.
얼마 뒤, 토롱이가 다시 힘을 내어 밥을 먹었다. 입을 벌리고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가장 많은 밥을 입속에 담는다. 와구와구 밥을 잔뜩 먹었다. ‘토롱이, 살았다!’ 마음으로 환호했다. 괴사된 다리에 새살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죽은 다리는 덜렁이다 떨어져 나갔고, 자연적으로 아물었다. 매일 누워만 있던 토롱이가 다시 앞발에 힘을 주었다. 무엇보다 토롱이의 눈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삶의 의지를 투영하듯 검은 눈동자가 아주 신나게 빛났다.
토롱이는 필요한 게 있을 때마다 빤히 쳐다본다. 정확히 상대를 향한 시선이 야무져 기특하다. 토롱이와 시간을 보내며, 토롱이의 언어를 알아챌 수 있게 되었다. 적중률이 한 70퍼센트는 되는 것 같다. 토롱이가 입을 살짝 벌리고 짧게 짭짭 소리를 낸다. 그리고 아주 강렬한 눈빛을 보낸다면, 목이 마른 것이다. 빨리 물그릇을 가져오라고, 혹은 물그릇 앞으로 데려다 달라는 토롱이의 시그널이다.
하루에 세 번, 결의에 찬 심각한 표정을 지을 때가 있다. 유난히 진중한 눈빛과 함께 헤엄치듯 앞발을 마구 움직인다. 가장 격한 움직임을 보이는 이 신호는 밥시간이 되었다는 뜻이다. 토롱이는 휠체어를 타고 밥을 향한 와구와구 레이스를 시작한다.
어느 순간부터 토롱이는 예전처럼 짖지 않는다. 필요한 게 있을 땐 소리 내어 의사를 표현했었는데, 짖을 힘도 없어졌는지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어쩌다 끙끙거릴 때가 있는데, 이 소리는 아주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토롱이가 소리를 낸다면, 정말 아프거나 하기 싫다는 명백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함께한 지 어느덧 2년, 매일이 기적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눈빛만 봐도 아는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겨울엔 두꺼운 이불을 함께 덮고, 여름엔 시원한 바닥에 드러누워 같은 시간을 보낸다. 토롱이와 같이 늙을 수 있어 다행이다.